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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스치는 생각 2021. 5. 11. 13:38
쟈닌이 떠나고 난 뒤에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안락사에 대한 복잡한 생각들을 글로 썼고, 몇 개의 에세이가 거의 완성되었다. 휘르륵 한번에 나오지 않는 글들이어서 그런지, 완성을 하기 쉽지 않았다. 읽고 또 읽고, 그럴 때마다 머리가 복잡해지고... 글쓰는 내내, 그리고 글 마무리 지으려고 노력하는 내내 마음이 불편했다. 딸의 안색만 봐도 정신 상태를 정확하게 진단하시는 엄마는 내 몸에 흐르는 그 ‘불쾌하고 부정적인 기’를 읽으셨다. 팜펨, 너는 너만의 시간이 필요하다. 식구가 적어도 3 대가 같이 사니 그 중심에 있는 너는 남모르게 신경쓰는 일이 많을 거야. 내가 알아서 건강을 잘 유지할테니 며칠 나를 믿어주고 너 혼자 잠깐 밖에 다녀와라. 라는 엄청난 제안을 하셨다. 엄마의 축복, 온 가족의 축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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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 일간의 아들의 방문/ 3 대의 행복/ 어머니의 사랑엄마 2021. 3. 28. 07:10
아들이 작년 말에 집에 왔다. 자기 동네에서 코비드 검사를 했지만 할머니의 안전을 위해서 집에 오자마자 자가격리. 아들과 딸의 방 사이의 욕실은 테이프로 문틈을 다 막고 욕실/화장실을 아들 전용으로 했다. 삼시세끼는 물론이고 여러 차례 간식까지 온 식구가 오르락내리락하면서 갖다 바치고 아들은 하루에 한번 차고에 있는 home gym 에서 2 시간씩 운동을 하는 것으로 감금 스트레스를 해소했다. 크리스마스에도 자가 격리가 끝나지 않아 우리는 1 층 식탁에서, 아들은 2 층 자기 방에서 식사를 했다. zoom 을 켜서 얼굴을 보며 밥을 먹었다. 몇 달 동안 마스크를 쓴 채 봐왔던 아들이 zoom에서 마스크를 벗고 인사를 하는 순간, 우리는 다 탄성을 질렀다. 우리집에 예수님이 오시다니! 코로나로 나갈 일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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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장의 장례식을 치루며...스치는 생각 2021. 1. 29. 14:24
오랫만에 처음 휴가/여행을 떠났다. 결혼 25 주년, 남편의 생일 겸사겸사, 집에서 15 분 거리의 Laguna Beach, 바다에서 가까운 곳에 숙소를 정했다. 이번 여행의 목적은 완전한 휴식. 남편도, 나도 많이 지쳐있어서 이번 여행은 각자 마음 가는대로 보내기로 했다. 자기 멋대로, 먹고 싶은 것을 먹고 싶을 때 알아서 먹고, 하고 싶은 것 맘대로 하기— 바다에 나가고 싶은 사람은 나가고, 언덕에 산책가고 싶은 사람은 가고, 아니면 방에 틀어박혀 책읽고 그림그리고.. 온전히 자기가 원하는대로 시간 보내기. 나는 가방 한 가득 책을 싸왔다. 각기 다른 주제, 다시 읽고 싶은 책, 그냥 휘르륵 스치면서 읽을 책, 그리고 스페인어 문법책. 스페인어 공부할 시간이 안 날 가능성이 크지만, 뭔가 공부할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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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님의 기일스치는 생각 2020. 12. 16. 03:38
4 년 전, 아로디 (이스라엘 아버지)가 돌아가신 날. 다행히 나는 아버님이 세상을 떠나기 3 개월 전, 아버님을 찾아뵈었다. 당시 나의 아버지 수발을 들 때였는데 ‘이번에 아로디를 못 보면 평생 후회할 것같다’ 는 직감이 있어서 무리를 해서 에릭과 이스라엘 휴가를 갔었다. 아로디는 한눈에 많이 편찮아보였다. 내가 30 년 전 이스라엘에 처음 발을 내딛었을 때 내 짐을 번쩍번쩍 들어 날라주고 집안의 온 궂은 일을 쉽게, 씩씩하게 해치우던 아로디는 계단 몇 개를 오르면 심장의 고통을 참아야하고, 집안에서 천천히 걸을 때도 숨이 차하는 그런 약한 노인이 되어 있었다. 에릭을 너무도 좋아하신 아로디, 두번째 만남인데 마치 사랑하는 친아들을 오랫만에 만난 듯이 즐거워하셨다. ‘아로디가 저렇게 즐거워하는 모습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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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을 현재로 살기스치는 생각 2020. 12. 1. 16:17
코로나바이러스 이후, 우리는 바로 몇개월전의 일상으로 영원히 돌아갈 수 없다는 소리도 있다. 1 년 전의 일들을 30 년 전의 그 옛날—손을 많이 쓰고, 발품 많이 팔고, 기다리는 것에 익숙했던 그 옛날—처럼 그리워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사실이 안타깝다. 그런데 1 년 전의 삶으로 돌아가지는 못하지만 나는 ‘30 -40 년전의 그 옛날’을 나의 ‘현재 시제’로 살고 있다. 집밖에 나가서 누리던 삶의 자극과 즐거움이 사라진 요즘, 집 안에서 소소한 즐거움을 발견한다. 손을 많이 쓰고, 생각없이 해치우던 일들을 천천히 하면서. 2 층의 우리집 ‘안방’은 나에게는 참 재밌는 놀이터가 되었다. 부엌에서 일을 하고, 엄마랑 대화 나누는 시간 빼놓고 나는 대부분 안방에서 논다. 씨디로 음악을 듣고, 몇 개 안남은 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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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들의 반란, 미라가 된 팜펨카테고리 없음 2020. 11. 12. 10:06
며칠 전, 아침 일찍 일어나서 책상에서 혼자 뭔가를 했습니다. 요즘 저만의 시간이 없었다가 아침에 조용한 시간이 생겨서 너무 행복해서 이거저거 하다보니 3 시간 꼼짝 않고 했더군요. (뭘 대단하게 한 게 아니라 책 읽고, 그림 그리고, 글쓰고..) 차를 마시려고 일어나는 순간, 꺼억..삐그덕. 끄윽...자기 자리를 찾지 못하는 뼈들의 함성이 들렸습니다. 뒤이어 저의 청아하고 갸냘픈 비명! 꺄아!! 너무 아파서 바닥에 푹 주저앉았습니다. 그깟 세 시간 뭘 했다고 뼈가 망가지느냐, 엄살도 심하다...라고 하실 수도 있겠으나, 팜페미의 뼈의 상태를 아신다면 이해하실 것입니다. 착한 팜페미, 그림으로 엑스레이 찍어서 보여드리겠습니다. 가느다란 뼈를 타고난 팜펨, 갱년기 이후 그 뼈에 송송 구멍이 뚤리기 시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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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바인 화재 (수요일 업데이트)스치는 생각 2020. 10. 29. 03:42
제가 자주 업데이트하지 않는 블로그에 화재 이야기를 업데이트하는 이유는 저랑 같이 사는 어머니께 지역 뉴스를 신속하고 정확히 알게끔 해드리기 위함이기도해요. 소방당국의 발표 (수요일 아침 10시경) 현재 1300 명이 진화작업을 벌이고 있는데. —실버라도 화재 (얼바인) 진화율 24 퍼센트 13,354 에이커 전소 주택/건물 피해 0 (소방헬기 8 대, 소방차 148 대, 불도저 8 대, 급수차 12 대) —-블루릿지 화재 (얼바인 인근) 진화율 16 퍼센트 14,334 에이커 전소 건물 피해 8 (파손 7 채, 전소 1 채) (소방헬기 3 대, 소방차 38 대) 강제 대피령이 내려있던 지역들의 일부는 어제 (화요일 저녁) 대피령이 해제되었고요 (집에 돌아가면서 행복한 셀피를 찍어 보내던 친구들은 집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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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바인 화재 (화요일 아침 업데이트)스치는 생각 2020. 10. 28. 00:17
궁금해하는 친구들을 위해서 잠시 업데이트 할께요. 저희는 대피령이 내리지 않아서 집에 머물렀어요. 인근 고등학교들에 overnight shelter 가 세워져서 대피시 갈곳이 없는 주민들은 그곳에서 머물렀습니다. 소방당국의 발표에 따르면, 실버라도 캐년 화요일 아침 현재 11,199 에이커 전소 5 퍼센트 진화 건물 소실 0 (건물이 기초까지 완전히 다 전소되는 경우를 말함.) 아직도 강풍 주의보가 내려져있습니다. 오늘 저녁까지 6 시까지. 바람이 불면 불이 급속히 번지는 것도 문제이고 소방 헬기가 뜰 수가 없어서 진화 작업이 더더욱 어려워지지요. 원래 캘리포니아는 긴 여름 내내 모든 게 바짝 말라버린 뒤, 강풍이 불기 시작하는 10 월이 산불이 많이 나는 달이에요. 캘리포니아 주민들은 산불에 익숙해져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