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
뼈들의 반란, 미라가 된 팜펨카테고리 없음 2020. 11. 12. 10:06
며칠 전, 아침 일찍 일어나서 책상에서 혼자 뭔가를 했습니다. 요즘 저만의 시간이 없었다가 아침에 조용한 시간이 생겨서 너무 행복해서 이거저거 하다보니 3 시간 꼼짝 않고 했더군요. (뭘 대단하게 한 게 아니라 책 읽고, 그림 그리고, 글쓰고..) 차를 마시려고 일어나는 순간, 꺼억..삐그덕. 끄윽...자기 자리를 찾지 못하는 뼈들의 함성이 들렸습니다. 뒤이어 저의 청아하고 갸냘픈 비명! 꺄아!! 너무 아파서 바닥에 푹 주저앉았습니다. 그깟 세 시간 뭘 했다고 뼈가 망가지느냐, 엄살도 심하다...라고 하실 수도 있겠으나, 팜페미의 뼈의 상태를 아신다면 이해하실 것입니다. 착한 팜페미, 그림으로 엑스레이 찍어서 보여드리겠습니다. 가느다란 뼈를 타고난 팜펨, 갱년기 이후 그 뼈에 송송 구멍이 뚤리기 시작, ..
-
얼바인 화재 (수요일 업데이트)스치는 생각 2020. 10. 29. 03:42
제가 자주 업데이트하지 않는 블로그에 화재 이야기를 업데이트하는 이유는 저랑 같이 사는 어머니께 지역 뉴스를 신속하고 정확히 알게끔 해드리기 위함이기도해요. 소방당국의 발표 (수요일 아침 10시경) 현재 1300 명이 진화작업을 벌이고 있는데. —실버라도 화재 (얼바인) 진화율 24 퍼센트 13,354 에이커 전소 주택/건물 피해 0 (소방헬기 8 대, 소방차 148 대, 불도저 8 대, 급수차 12 대) —-블루릿지 화재 (얼바인 인근) 진화율 16 퍼센트 14,334 에이커 전소 건물 피해 8 (파손 7 채, 전소 1 채) (소방헬기 3 대, 소방차 38 대) 강제 대피령이 내려있던 지역들의 일부는 어제 (화요일 저녁) 대피령이 해제되었고요 (집에 돌아가면서 행복한 셀피를 찍어 보내던 친구들은 집에 ..
-
얼바인 화재 (화요일 아침 업데이트)스치는 생각 2020. 10. 28. 00:17
궁금해하는 친구들을 위해서 잠시 업데이트 할께요. 저희는 대피령이 내리지 않아서 집에 머물렀어요. 인근 고등학교들에 overnight shelter 가 세워져서 대피시 갈곳이 없는 주민들은 그곳에서 머물렀습니다. 소방당국의 발표에 따르면, 실버라도 캐년 화요일 아침 현재 11,199 에이커 전소 5 퍼센트 진화 건물 소실 0 (건물이 기초까지 완전히 다 전소되는 경우를 말함.) 아직도 강풍 주의보가 내려져있습니다. 오늘 저녁까지 6 시까지. 바람이 불면 불이 급속히 번지는 것도 문제이고 소방 헬기가 뜰 수가 없어서 진화 작업이 더더욱 어려워지지요. 원래 캘리포니아는 긴 여름 내내 모든 게 바짝 말라버린 뒤, 강풍이 불기 시작하는 10 월이 산불이 많이 나는 달이에요. 캘리포니아 주민들은 산불에 익숙해져서..
-
얼바인 화재 (실버라도 캐년 화재)스치는 생각 2020. 10. 27. 07:58
어젯밤부터 바람이 너무 심해서 바람 소리때문에 두어 번 깼어요. 아침에 일어나보니 어제 행복해하면서 손빨래해서 널어놓은 옷들은 ('된장찌개 행복'에서 쓴 그 손빨래 ㅠ ) 다 훨훨 날아가 나뭇잎들더미에 묻혀있고, 음산하게 아름다운 하늘. 창문이니 문이니 다 닫혀있었지만 이미 방에 연기 냄새가 났어요. 오늘 병원에 갈 일이 있어서 8 시경에 운전해서 가는데 동네의 그 아름다운 나무들이 뿌리채 뽑혀서 굴러다니고 있고 (시속 100 km 정도의 바람!) 언제고 나무가 뚝 끊어져서 차를 덥칠지 몰라서 좀 두려웠어요. 주차장에서 걷는데 바람때문에 휘청거림. 도대체 밤 내내 불던 바람이 어떻게 지금까지 이렇게 기승이지? 어디에 불이 난 걸까? 뉴스를 확인해보니, 얼바인 근처의 산에서 아침 7 시 경 산불이 났는데,..
-
된장찌개 행복모성- doodle 2020. 10. 26. 14:58
어제와 오늘, 오랫만에 처음으로 엄마가 몸이 편해지셨다. 아직도 완전히 나으신 건 아니지만, 그래도 엄마가 기력을 되찾으시니 내 마음이 편안하고 행복했다. 어제, 오늘, 엄마 맛있는 잡채와 된장찌개를 해주셨다. 난 엄마가 고생하는 게 안스러워 말렸지만 엄마는 부엌 일을 하는 게 행복하다신다. "내 친구들은 60 넘은 뒤에는 부엌일이 지긋지긋하다고 하는데, 난 그게 이해가 안갔어. 지금도 난 부엌에서 일할 때 행복해" 라고 전혀 이해가 가지 않는 말씀을....ㅠ 점심 후 에릭과 엄마와 나, 셋이 나란히 앉아 zoom 으로 예배를 드린 뒤, 엄마는 부엌에서 콧노래를 부르며 일을 하시고, 에릭은 혼자 수영, 사이클링, 달리기로 미니 삼종경기를 하고 왔고 나는 내 방에 틀어박혀 종일 책 읽고, 그림 그리고, 3..
-
몸의 나이, 맘의 나이스치는 생각 2020. 10. 22. 15:22
방 정리를 하던 중 예전, 내가2003 년에 쓴 글들을 발견했다.브러셀 시댁을 방문했을 때 나 혼자만의 시간을 갖겠다고 기차를 타고 빠리에 가서 친구들을 만난 뒤, 그중 나랑 가장 가까웠던 프랑소아즈를 만난 뒤의 감상을 쓴 에세이 세 편이었다.그 글들은 여러모로 많은—사뭇 상반된—생각들을 불러일으켰고, 내 생각들을 정리해보기 위해서 옛 에세이들 세 편을 다 혼합해서 새 에세이로 묶어보았다. ——- ‘노란 자전거’ 프랑소아즈와 자주 가던 카페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멀리서 어떤 자그많고 날씬한 몸집의 여성이 노란 자전거를 타고 오는 게 보였다. 그녀는 카페 가까이 사거리에서 날렵하게 자전거에서 내리더니 손쉽게 자전거를 접어 들더니 씩씩하게 사거리를 걸었다. 접이식 자전거도 신기하고, 선명한 노란색이 ..
-
‘제 몫의 재산은 오빠에게 주세요’—첫째에게 감사합니다모성- doodle 2020. 9. 20. 15:58
15 년 전, 엄마가 몹시 편찮으신 뒤, 친정부모님이 본인들이 이제 생을 마무리짓는 단계에 왔다고 여기셨는지 그때까지 내내 생각해왔던 죽음에 대한 준비를 구체적으로 논의하시곤 했다. (묘소는 교회 묘지, 장례식은 간단하게, 장기기증 서류와 유서작성, 재산은 계속 절약해서 자식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남겨주자.. 등등) 나는 그때 부모님께 말했다. "재산을 나눠주실 때 저는 빼줘요. 오빠한테 제 몫을 주세요." 엄마 아버지는 의아해하셨다. 왜냐, 당시 나와 남편의 핵가족은 아주 행복했지만 살림은 그다지 넉넉하지 않았고, 매해 우리집을 방문하시는부모님은 그걸 잘 알고 계셨다. 오빠는 자녀가 없고, 편안한 회사생활을 하기에 우리보다는 훨씬 더 넉넉했다. 그러니 내가 받을 몫의 재산을 오빠께 다 드리라는 말이 이해..
-
엄마= “아이언우먼”모성- doodle 2020. 9. 15. 16:53
(긴 하루 보내고 쓰러져서 자려던 나, 친구가 보내준 북한산 사진 보고 기운이 뻗쳐 블로그에 글 올리고 있음.ㅋ) 나를 엄마로 만들어준 첫째 아이, 아이 덕에 나는 변했다. 나는 불끈불끈 힘이 솟고 뭐든 할 수 있을 것같고, 두려운 게 없어졌고, 담대해졌고, 세상이 사랑스럽게보였고, 모든 아이들을 귀하게 여기게 되었고, 그 아이들을 위해서 이 세상을 지켜야한다는 사명감에 불타곤 했다. 그 전에도 나는 강한 여성이었지만 아이를 낳은 뒤에는 더더욱 강해졌다. 남들은 그저 색깔 안맞는 옷 대강 입고 머리가 부스스한 동글동글한 동양 아줌마가 아이 업고 다니는구나 했겠지만... 나 스스로에게 나는 원더우먼에, 마징가제트에 소머즈에 육백만불의 사나이가 혼합된 무시무시한 힘을 가진 엄마였다. 요즘으로 따지자면 '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