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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의스치는 생각 2020. 1. 17. 01:57
시댁에 가기 전, 어머님께 원하는 게 있냐고 여쭈었더니 아버님이 반코트 위에 입을 '가벼운 방수 자켓' 을 구해달라고 하셨다. 그렇게 겹겹히 입으시려면 번거롭지 않으시겠는가, 아예 방수가 되는 겨울 반코트를 사면 어떻겠냐고 했는데 어머님이 거부하셨다. 이미 모 반코트가 있으니 돈 낭비하지 말라고. 나도 그 코트를 안다. 24 년간 입어오셨으니까. 낡고 무거운데... 아무리 생각해도 노인이 밖에 산책을 나갈 때 무거운 모직 반코트 위에 꽉 끼는 방수 자켓을 입는 것은 번거롭기도 하고, 산책 나가는 게 귀찮은 일이 되어버릴 수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아버님이 밖에 나가는 게 점점 더 어려워지신다던데.. 에릭더러 어머니의 명을 어기고 새로운 코트를 사자고 제안했고, 우리는 두 차례에 걸쳐 자켓 쇼핑 대 장정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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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 할머니'부모님 이야기 2019. 12. 19. 14:40
엄마와 같이 자원봉사 다녀왔습니다. 어린이들을 위한 크리스마스 선물 꾸러미들을 검사하고 포장하는 일이었는데 엄마가 휴식시간 20 분 빼고는 장장 네 시간을 서서 일을 하셨습니다. (참고로 엄마보다 20 년 젊은 제 친구들 중에는 힘들어서 두번 휴식한 사람도 있습니다.) (S 양, 홍삼액 파워가 대단합니다~! 땡스!) 엄마의 건강은 아슬아슬하고, 몸을 움직이시는 게 예전보다 많이 유연하지 못하고, 힘도 많이 떨어지셨으나, 매일 열심히 운동하고, 산책하고, 기도하시면서 오히려 3 년 전보다 건강이 좋으십니다. 그게 자원봉사 하면서 확실히 증명되었습니다. 또 하나, 엄마는 영어만 쓰는 제 친구 10 명과 어울려서 일을 하시는 게 불편할 수 있음에도 용기를 내서 함께 가셨어요.(엄마는 영어로 미국땅을 정복하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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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바'와 민트사탕스치는 생각 2019. 12. 14. 10:09
남편은 차의 운전석에 앉을 때마다 차 도어의 포켓에서 작은 알루미늄 박스를 하나 꺼내 열고는 나에게 묻곤 한다. "민트?" 박스 안의 페퍼민트 사탕을 하나 먹겠냐는 질문이다. 나는 언제나처럼 그에게 하얀 사탕 두 개를 받아 입에 넣는다. 에릭이 운전을 한다. 달콤한 사탕이 스르르 녹으며 상쾌한 민트 향이 차안에 퍼져간다. 행복해진다. 나는 차창 밖으로 스쳐가는 풍경을 바라보며 먼 옛날, 나에게 민트 사탕을 건네었던 한 남성을 떠올린다. 아로디. 나의 이스라엘 아버지. 아로디는 나를 이스라엘로 초청한 오프라 교수의 남편이다. 나는 그를 '아바'라 불렀다. (히브리어로 '아버지') 나는 이스라엘에 도착한 뒤 6 개월간 오프라의 집에서 살며 하이파 대학에 통학하였는데, 가끔 학교에 갈 때, 아니면 집에 돌아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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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방떡 출생의 비밀스치는 생각 2019. 12. 13. 10:31
간신히 자/궁을 만들었는데, 글을 한자도 못쓰겠다. 일주일동안 붙들고 있는 에세이가 있는데 끝맺음을 못하겠다. 그래서 그걸 영어로 바꿔서 써봤는데 그건 또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흐르더니만 그것도 끝이 안난다. 책상과 의자가 생긴 뒤에 글을 못쓰게 되다니 이해가 안된다. 당황스럽고 좀 면구스럽다. 엄마도, 에릭도, 이제 내가 책상 하나를 떠억~~ 차지하고 앉아 있으니 매일 물어보기 때문이다. "오늘 글 좀 썼어?" 란 질문을 하루에 적어도 두 번씩 꼭 받다보니, 유명한 작가들이나 겪는 '원고 독촉'의 압력을 받는 것같아 신기하기도.ㅠ 오른쪽 어깨에 통증이 생길 정도로 붙어서 글을 쓰고 있는데 마음에 하나도 안들고, 머리는 점점 더 멍청해져가는 이 현실에 잠시 우울해졌다가 다시 맘 바꿨다. 자궁이 애 낳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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룰루 생일과 땡스기빙엄마 2019. 12. 2. 02:53
룰루의 생일은 12 월 초이다. 올해는 룰루 생일을 땡스기빙으로 온 가족이 모일 때 함께 하기로 했다.. 식구들이 모두 좋아하는 벨기에 식당에 예약을 했다. 육회, 홍합, 달팽이 (이윽...ㅠ) 등 다른 식당에서 쉽게 먹을 수 없는 남편의 고향 음식을 제대로 해주는 곳이다. 음식은 호텔 프랑스 식당 못지 않는 수준이나 시끄러운 백그라운드 음악이 없이 그릇소리, 사람들 이야기하는 소리가 다정한 그런 소탈한 분위에 우리 모두가 좋아하는 식당이다. 예약한 자리에 앉아 음식을 주문했다. 그런데 에피타이저가 나오기도 전에 시작되었다. 아아... 우리 가족이 모이면 하는 일, 고함지르며 하는 토론 ㅠ 남편과 아이들은 식탁은 밥 먹는 곳이 아니라 말싸움 하는 곳으로 여긴다. 식탁에서 죽자사자 토론하는 것은 어제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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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다 (비오는 날의 명상)스치는 생각 2019. 11. 29. 04:22
움하하하!! 호탕한 웃음으로 오늘 아침을 여는 팜페미~~ 비가 옵니다. 팜페미의 자/궁의 완성을 축하해주기라도 하는 양, 하늘이 비를 내려줍니다. 저는 '자/궁 소유자' '책상 소유자'만이 아니라 'rain 소유자'가 되었습니다. 친구들이 보내주는 비 사진, 비 동영상을 보며 대리만족할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오늘도, 내일도, 모래도 비가 올 거라고 합니다. 이렇게 좋은 일이 연달아 생기다니....믿을 수 없습니다~~ 사진찍어서 올려보겠습니다. 빗소리를 듣기 위해서 문을 활짝 열어놓은터라 넘 추워서 부츠를 신었습니다. 우중충한 코트까지 걸쳐 입고도 추워 덜덜~ 그러나 이 귀한 빗방울을 내 눈으로 보고, 이 귀한 빗소리를 내 귀로 듣기 위해서 추위쯤이야 감내할 수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을 만끽하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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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표 책가방과 회상, 엄마의 마음 수련스치는 생각 2019. 11. 23. 08:39
팜펨의 고등학교 시절을 같이 한 '우주표 책가방' 이다. 부모님 집 정리할 때 엄마가 고이 모셔둔 우주표 책가방, 가방뿐만이 아니라 그 안에 추억들이 많이 들어있어서 차마 버릴 수 없었다. 태평양 건너 같이 가자꾸나, 우주표 가방아~~ 집에 온 뒤에 차고에 3 년간 처박혀 있어서 먼지가 잔뜩...그런데 애초에 한국에서도 먼지가 잔뜩 앉아 있었던 것을 그대로 가져온 것이니, 저 먼지는 국산/미국산 이렸다. 함부로 닦고 싶지도 않다. 이 고물가방에는 먼지가 잘 어울리니까... 아마 이 가방은 고등학교 3 학년 때 가방일 것이다. 별로 기억이 나지 않는 고등학교 3 학년. 아니 나는 고등학교 3 년의 기억이 별로 없다. 그나마 생각 나는 것이라면 고3 때 '들장미 소녀 캔디' 만화의 열풍 이랄까?. 친구들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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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궁전 완성!random 2019. 11. 22. 12:55
결혼 후 24 년 만에 내 방이 생겼다. 그리고 7 년 만에 내 책상이 생겼다. 이제 나는 "방-리스" "책상-리스" (홈리스에서 영감을 받은 단어 ㅋ) 가 아니라 떳떳하게 내 방에서 내 책상에서 이 글을 쓰고 있다. 문을 닫을 수 있는 나만의 공간이 있다는 게, 책을 아무렇게나 펼쳐놓을 수 있고, 책을 닫지 않아도 되는 책상이 있다는 게 이렇게 기쁠 수가. 내가 방과 책상을 동시에 소유했던 적이 딱 한번 있긴 했다. 흥미롭게도 그건 우리가 경제적으로 가장 어려웠던 신혼 초기였다. 방 두개 딸린 기숙사에서 내 방이 있을리가 만무했지만 현관 옆의 1 평방미터의 신발장에 조그만 책상을 넣고 내방으로 만들었다. 나만의 궁전이라는 의미로 혼자 '자/궁'이라 불렀던 공간...(검색하여 들어왔다가 실망하시는 분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