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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히 침묵할 이야기카테고리 없음 2024. 11. 6. 07:11
딸아이의 출장지에 와있다. 딸을 보기 위해 온 것이 첫 번째 이유지만, 이 여행에는 또 다른 의미가 있다. 지난 3년간 써온 '어머니의 북한 이야기'를 마침내 완성했기에, "팜펨아, 너도 좀 쉬고 와라" 하며 스스로를 다독이며 떠난 여행이기도 하다. 딸은 바쁜 일정 속에서 아침과 저녁 식사만 함께할 수 있다. 나는 혼자만의 시간 속에서 조용히 나를 축하하고 있다. 영원히 공개되지 못할, 영원히 침묵할 ‘엄마의 이야기'를 마무리했다는 사실을... “엄마의 이야기” 블로그에 가끔 언급했던 '엄마의 이야기'는 엄마가 암 진단을 받으시면서 시작되었다. 엄마가 세상을 떠나시면 북한 고향의 이야기, 유년기와 청년기의 추억이 영원히 사라질 거란 생각에 엄마를 인터뷰하며 기록하기 시작했다. 엄마는 놀라운 기억력으로 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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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 번만이라도--아버지의 미소를 그리워하며카테고리 없음 2024. 10. 26. 07:01
2024. 10.23. 10월 23일, 아버지가 돌아가신 날. 엄마와 딸아이와 함께 성묘를 다녀왔다. 한적한 오후 시간, 우리는 기도를 드리고 기타에 찬송을 불렀다. 참으로 행복한 시간이었다. 2015년부터 2018년까지, 아버지의 마지막 3년을 매일 곁에서 돌봐드리며 사랑을 원없이 표현했기에 한이 맺히진 않았으나그리움은 여전히 가시질 않는다.문득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단 한 번만이라도 다시 아버지를 뵐 수 있다면...단 한 번만이라도 아버지와 마주 앉아 차 한 잔을 나눌 수 있다면...단 한 번만이라도 아버지 손잡고 천천히 산책할 수 있다면...단 한 번만이라도 예전처럼 막내딸의 재롱으로 아버지를 웃게 해드릴 수 있다면...단 한 번만이라도 "아버지, 많이 보고 싶어요" 하고 말씀드릴 수 있다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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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표가방, 시간을 초월하는 우리의 이야기카테고리 없음 2024. 10. 24. 00:32
1978-9, 고등학교 2-3 학년 때 들었던 ‘우주표 책가방’을 나는 아직 갖고 있다. 어떤 자재로 만들었는지 신기하게도 40 년이 지난 지금까지 하나도 손상되지 않았다. 이번 추수감사절 가족 여행을 떠날 때 우주표 책가방에 짐을 넣어보았더니, 여행용 가방으로 최적이었다. 아이패드, 책 세 권, 공책, 그림패드, 필통, 스누피 인형을 넣었는데 자리가 남는다. 그도 그럴 게, 5kg 이 넘는 무게를 끄떡없이 소화해 냈던 가방이 아니더냐. 남는 자리에 책 두 권을 더 넣었다 초등학교 때 나의 영혼의 양식이었던 ‘빨간 머리 앤’ (신지식 역) 5 권 중 1 권과 2 권. 세로로 인쇄된 옛날 책이다. 눈이 침침해 읽기 어렵겠지만 최근에 새로 산 돋보기로는 읽을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숙소에 도착해서 짐을 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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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 세 노모의 미국 시민권 도전기카테고리 없음 2024. 10. 16. 04:14
미국에서 영주권을 받은 지 5년이 지나면 누구나 시민권을 신청할 수 있다. 어머니는 영주권을 받으신 지 8년이 되었지만, 코로나와 심장 페이스메이커 시술, 그리고 얼마 후 시작된 암 투병으로 인해 시민권에 대해 생각할 여유가 없으셨다. 사실, 노령에 암 투병 중인 어머니께 스트레스를 드리고 싶지 않아 아예 시민권 생각을 하지 않았다고 하는 게 더 정확할 것이다.그러다 작년 말 내가 암 진단을 받은 후 생각이 바뀌었다. 어머니의 암 치료는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었지만, 내 치료 전망이 불투명했기에 '내가 먼저 세상을 떠난다면 어머니는 어떻게 하실까?' 하는 고민이 커졌다.만약 내가 먼저 세상을 떠났을 때의 상황을 구체적으로 그려보았다. 어머니가 외국인 사위와 단둘이 살면서 경제적으로 의존하는 것을 원치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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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의 인사카테고리 없음 2024. 10. 9. 21:38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인사드려요!저의 블로그 벗님들이 모두 안녕하시기를 바랍니다. 오래 닫혀있던 블로그를 찾아주시고, 개인적으로 또는 댓글로 따뜻한 안부 인사와 격려를 전해주신 벗님들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저희 식구들은 잘 지내고 있습니다. 기쁘게도 엄마의 암 치료가 지난 1년간 성공적이었습니다. 그 와중에 암이 아닌 다른 크고 작은 병환으로 많이 놀라고 두려웠던 적도 있었지만, 90세 암환자임을 고려하면 전체적으로 아주 양호한 상태이십니다.저 역시 작년 말에 암 검사를 철저히 받고 간 전문의를 바꾸었습니다. 새로운 의사가 권고한 다이어트와 운동을 철저히 해서 지난 6월, 세 번째 MRI 검사에서 아주 좋은 결과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꺼진 불도 다시 봐야 하는 법, 12월에 다시 MRI를 하기로 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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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ep looking up!카테고리 없음 2023. 12. 16. 07:37
벗님들, 오랜만이에요. 저는 잘 지내고 있어요. 정밀 검사 받고 있고요. 전체적으로 몸도 마음도 편해요. 사랑하는 이들의 품 안에서 따뜻한 사랑을 받으니 힘과 용기가 나네요. 낙천적인 마음가짐으로 전진해나가고 있습니다. 스누피 만화 중에, “Keep looking up! That’s the secret of life” 란 구절이 있었는데 그 구절이 많이 생각나는 요즘입니다. 참 감사한 나날입니다. Have a good day, everybody! Much 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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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하니 행복하다카테고리 없음 2023. 11. 30. 09:27
올해 추수감사절은 온 가족이 함께 할 수 있었던 특별한 시간이었다. 우리는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을 조금이라도 더 오래 가지려고 요즘 몹시 바쁜 아들이 사는 도시에 에어비엔비 숙소를 찾아 닷새 일정으로 내려갔다. 식탁은 언제나처럼 단출했다. 남편이 겨자, 와인 소스에 닭고기와 감자를 조리고, 내가 샐러드 만들고, 룰루의 친구가 보내준 디저트가 전부였지만 웃음과 스토리가 풍성했다. 여행 내내 날씨가 화창해서 산책, 달리기, 세일링, 젯스키 등등, 야외 활동을 할 수 있었다. 돌아오기 전 날, 룰루의 27 세 생일 축하도 했다. 내가 며칠간 만든 25 분짜리 동영상을 보며, 온 가족이 많이 웃고, 행복했던 옛날을 추억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모든 가족 여행은 즐겁기 마련이나, 이번에는 어머니와 나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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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기도카테고리 없음 2023. 11. 5. 01:46
엄마의 암이 자랐고 수술이 필요하다는 결과가 나온 뒤 병원에서 시술 날짜를 잡아 주었다. 10 월 23 일. 하필이면 아버지의 기일. 또한 그날은 엘에이로 전근을 온 딸이 첫 출근을 하는 날이다. 여러모로 묵직한 의미가 있는 날이다. 성묘 엄마 시술 전 날, 딸과 아버지 묘소에 다녀왔다. 엄마는 몸이 불편하셔서 집에서 쉬셨다. 나는 매번 성묘 갈 때마다 아버지를 연상시키는 물건이라던가 아버지가 좋아하시는 것을 들고 간다. 이번에는 아버지가 각별히 사랑했던 시인 죤 키이츠의 시 포스터와 키이츠의 얼굴이 실린 엽서를 들고 갔다. 포스터는 1991 년의 런던 여행의 추억이 서린 귀중품. 파리 유학 중이던 나를 보러 오신 부모님을 모시고 영국 여행을 했을 때 우리는 런던 치하철 내부에 주옥같은 영시/명시들이 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