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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뼈들의 반란, 미라가 된 팜펨
    카테고리 없음 2020. 11. 12. 10:06

    며칠 전, 아침 일찍 일어나서 책상에서 혼자 뭔가를 했습니다. 요즘 저만의 시간이 없었다가 아침에 조용한 시간이 생겨서 너무 행복해서 이거저거 하다보니 3 시간 꼼짝 않고 했더군요. (뭘 대단하게 한 게 아니라 책 읽고, 그림 그리고, 글쓰고..)

    차를 마시려고 일어나는 순간, 꺼억..삐그덕. 끄윽...자기 자리를 찾지 못하는 뼈들의 함성이 들렸습니다.
    뒤이어 저의 청아하고 갸냘픈 비명! 꺄아!!

    너무 아파서 바닥에 푹 주저앉았습니다.

    그깟 세 시간 뭘 했다고 뼈가 망가지느냐, 엄살도 심하다...라고 하실 수도 있겠으나,
    팜페미의 뼈의 상태를 아신다면 이해하실 것입니다.

    착한 팜페미, 그림으로 엑스레이 찍어서 보여드리겠습니다.

    가느다란 뼈를 타고난 팜펨,
    갱년기 이후 그 뼈에 송송 구멍이 뚤리기 시작,
    필라테스, 코어 운동, 달리기—-등을 하고 있지만 재미없는 운동, 건성으로 해서인지 뼈 건강에 큰 도움이 안되어..

    현재 상태가 이렇습니다.

    이런 체형에 이런 ‘열악한 뼈다귀’ (지금 제 뼈에 삐져서 말이 곱게 안 나옴 ㅠ)로 책상에 붙어서 일을 한 건데,

    이날따라 ‘언젠가 버려야하는 의자’라고 이름을 지어놓고 게을러서 (그리고 버릴 곳이 마땅치 않아서) 버리지 못한 의자에 앉아서 한 게 문제였습니다.

    문제 있는 의자 + 문제있는 뼈다귀 + 나쁜 자세......
    그리고 3 시간의 집중.


    3시간 혼자 책상에서 노는 동안 저의 가느다란 뼈다귀들이 지루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들 입장에서 생각해보자면 넘실거리는 부드러운 살덩이 속에서 가만히 정자세로 있는 게 힘들었을 수도..

    몇몇 뼈들은 아주 독립심이 강해서 이미 자기 갈길을 가려고 하다가 물리치료받고 자기 자리로 돌아가야했던 굴욕의 역사를 갖고 있던 차..

    그러나 뼈다귀들의 서서히 커지는 불만의 아우성에 아랑곳없이 팜페미는 자기 할일만 했습니다. 까짓 뼈들...

    드디어 조용히 뼈다귀들의 혁명의 기운이 감돌기 시작...어떤 뼈들이 슬슬 움직이고, 어떤 뼈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춤을 추었고, 어떤 뼈는 안된다! 하면서 자기 자리를 더 굳세게 지키고, 그러면서 뼈들 사이에 반목이 시작되고...



    한마디로 팜페미의 몸의 내부는 엉망진창이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팜페미가 혁명의 기운을 감지하고 일어나는 순간, 뼈들의 반목은 절정에 달했고, 성격 급한 팜페미가 급작스레 일어나는 바람에 모든 뼈들이 균형을 잃었습니다.
    팜페미도 균형을 잃고 바닥에 넘어졌습니다.

    뼈들도 꺄악~ 팜페미도 꺄악!

    서로 싸우던 뼈들도 당황, 팜페미도 당황...

    (기차 안에서 깡패 두 파가 싸움을 벌이고 있는데 갑자기 기차가 다리 밑으로 떨어지는 상황이랄까...)




    그리하야....침대 신세를 졌습니다만, 아무리 단단한 매트리스도 저의 물렁한 근육 틈으로 멋대로 노는 뼈들을 잡아주기에는 역부족.

    진짜 문제는 뼈의 문제라기보다는 근육이 흐믈거려서 일어난 사고..

    요가 매트리스 깔고 바닥에 누웠습니다.
    옆으로 도는 것, 전화기를 드는 것, 재채기를 하는 것—다 고통을 유발해, 꼼짝않고 누워있었습니다.

    작은 이불 안에서 고정된 자세로 오래 누워있다보니 제가 마치 미라가 된 것같이 느껴졌습니다.

    펠릭스는 저랑 같이 자는 걸 좋아하는데 재가 종일 무워있으니 골골거리며 제 옆에서 다리를 쭉 피고 등을 대고 누워서 잤습니다. 박물관에서 봤던 이집트 고양이 미라랑 참 비슷하게 보이더군요.


    이틀 꼼짝 못하고 누워 있으면서 가만히 누워 있는 건 참 힘든 일이라는 깨달았어요.

    남편의 도움 없이는 일어나지 못하는 것, 잠시 몸을 움직일 때마다 어쩔 수 없이 비명이 나와 당혹스러웠던 것, 가만히 누워 있다보면 저를 누르는 저의 몸의 무게 자체가 버겁고 등이 뜨끈뜨끈한데 움직일 수 없으니 갑갑하고...

    돌아가실 때까지 3 년을 침대 신세를 지셨던 아버지가 얼마나 힘드셨을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소뇌축소증으로 (정신과 지력은 말짱한데 몸의 모든 기능이 서서히 쇠퇴해가서 시력도 잃어가고, 말도 못하고, 듣지도 못하게 되는 끔찍한 병) 몇년간 투병하고 있는 친구 생각에 눈물이 났습니다. 이틀도 이리 힘든데 ... 코로나때문에 문병도 못가는데 문자와 전화를 해도 받지 못하고... 너무 가엾고, 미안합니다.

    제가 훌쩍거리고 있으니 딸 아이가 자기가 운전해줄테니 그 이모 계시는 요양병원 가서 꽃이라도 선물하고 오자고 하네요. 그말에 큰 위로 받았습니다.

    오늘은 아침에 일어났을 때부터 지금 오후 5시까지 시시각각 몸이 풀리고 좋아지고 있습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유산소 운동과 더불어 코어 운동을 열심히 하자.
    매사에 몸의 자세를 바르게 하자.
    뭔가 열심히 할 때는 잠시 잠시 쉬면서 하자.
    이제는 몸을 부려먹지만 말고, 다스리려고 하지만 말고, 존중하고 협력하면서 살자.
    (존중!!! 그러니까 뼈들을 뼈다귀라 부르지 말기!)

    이제 뼈들을 친절히 추스려 일어나 참 오랫만에 저녁 준비를 하려 합니다.

    친구들, 다들 건강하세요!
    (사랑하는 꿀벌이 할머니, 손주 사랑 틈틈이 건강 챙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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