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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재기와 남편 / 캘리포니아 코로나바이러스스치는 생각 2020. 3. 21. 03:25
제가 며칠 전에 밤에 마켓 갔다가 쇼크 받은 이야기를 했었지요? 아직은 근근히 지지난 주에 산 야채와 견과류, 곡물로 잘 연명하고 있는데 내일 (토요일)에는 저도 아침 일찍 일어나서 시장을 봐야할 것같아요. 어제 남편이 나가서 바나나(만) 다섯 개 를 사왔습니다. 어떻게 바나나가 남아 있더라고 신기해하면서. 엄마와 저는 오랫만에 보는 바나나가 반가워 둘이 식탁 옆에 서서 바나나를 감상하고 감사했습니다. 코로나바이러스 덕에 요리를 열심히 하고 레시피를 많이 찾게 되고,....그건 참 긍정적인 변화에요. 빵을 못사게 되니까 엄마 도움을 받아 식빵을 굽고, 신선하지 않은 야채는 과감히 버리던 제가 조심스럽게 먹을 수 있는 부분을 모아서 야채스프를 끓이고, 밥 한톨도 남김없이 깨끗이 먹고.... 모든 것을 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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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 코로나바이러스스치는 생각 2020. 3. 19. 14:32
현재 제가 사는 오렌지카운티에 코로나 확진자가 46 명 (사망자는 없음), 캘리포니아는 확진자가 874명 (사망 17 명)입니다. 남가주보다는 북가주에 확진자가 월등 많습니다. (샌프란시스코 주변 지역들). 검사를 제대로 하고 있지 않는 상황에서의 숫자이므로 실제 확진자는 엄청나게 더 많겠지요. 미국은 수요일 현재, 8264 명의 확진자, 147 명이 사망했다고 합니다. 접촉 경로는 미국 내에서 개인적 접촉 (160명), 외국 여행 (100), 미국내 여행 (72), 이집트 여행 (47), 크루즈 (73), 이태리 여행 (39), 중국 여행 (15), 그리고 한국 여행은 2 명이랍니다. 그런데 7400 명은 감염 경로를 모르는 상태. 미국은 현재 '한국처럼 되는가' 아니면 '이태리처럼 되는가'의 기로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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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 코로나바이러스 소식스치는 생각 2020. 3. 14. 13:20
오래 업데이트 못했습니다. 코로나바이러스로 한국이 고생을 하는데 태평양 건너 살면서 신변잡담 끄적이고싶지 않더군요. 이젠 미국도 코로나 사태로 난감한 상태에 직면했습니다. 한국의 코로나사태에 대응법에 대해 코웃음치던 사람들의 큰 코가 납작해졌지요. 코웃음에 대해서... 제가 사는 곳은 미국에서 세번째로 코로나비아러스 확진자가 나온 곳이에요. 1 월 26 일이었어요. 뉴스를 보고 놀랐어요. '확진자가 나왔는데, 우한을 방문한 사람이며, 직접적인 컨택을 했더라도 바이러스에 감염될 가능성은 낮다'는 식으로, 바이러스 감영의 위험성을 과소평가하고, 그래서 사람들이 코로나바이러스는 태평양 너머 아시아에서나 일어나는 일로 생각하게끔 만들어렸으니 말이죠. 며칠 후에 소셜미디어에 어떤 이의 문자를 캡쳐한 사진이 돌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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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묘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슬픈 한 할아버지와의 만남부모님 이야기 2020. 2. 21. 16:01
오늘은 돌아가신 아버지 생신이다. 엄마와 아버지 묘소에 다녀왔다. 주중 아침의 묘원은 늘 한적하다. 날씨가 화창했고 묘원의 꽃들이 아름다웠다. 지난 주말에 왔을 때 아버지 묘소의 화병에 꽃은 꽃들의 일부는 아직도 싱싱했다. 물을 갈고 새로 사온 꽃을 꽃았다. 엄마와 찬송가를 부르고, 성경을 읽고, 기도를 했다. 뒷산에 산책가듯이 가벼운 마음으로 아버지 묘소를 찾아와 이렇게 예배 드릴 수 있다는 게 감사했다. 등을 내리쬐는 따뜻한 햇살이 따갑게 느껴질 때까지 앉아 있었다. 행복한 시간이었다. 집에 가려고 차로 갔는데 차 위에 새 한마리가 있었다. 옛날에 읽은 어떤 소설에서 여자 주인공이 새를 보고 '아버지!' 하고 마음으로 오래 전에 죽은 아버지를 부르던 장면이 뜬금없이 떠올랐다. ---- 차를 타려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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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서 (2)스치는 생각 2020. 2. 18. 05:26
올해 나는 아이들에게 준 크리스마스 카드 봉투에 '유서와 같은 편지'를 넣었다. (진짜 유서는 이미 검토가 끝나 변호사에게 보내졌다) 아마도 크리스마스 이브 저녁에 응급실에 다녀온 뒤에 착잡한 마음이 있어서였는지도, 아니면 바로 이틀 후에 브러셀행 장거리 비행기를 타야한다는 사실에 부담이 느껴져서였는지도 모른다. 평소에 비행기를 탈 때마다 '이 비행기가 추락한다면 내가 후회할 일이 무얼까?' 하고 상상하는 버릇이 있다. 응급실에 다녀온 다음날 나는 마치 내가 추락하는 비행기에 타고 있는 듯한 위기의식이 느껴졌다. 비행기에서 혼자 추락을 상상할 때마다 느꼈는데, 나는 설사 비행기가 추락한다면, 내가 당장 죽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나는 아비규환 속에서 그리 '당황하지'는 않을 것같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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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서 (1)스치는 생각 2020. 2. 15. 17:26
시댁/브러셀로 여행 계획이 잡힌 뒤에 남편과 나는 아주 중요한 일을 했다---유서 검토와 수정. 사실 유서 검토는 우리가 대략 일년에 한번씩 하는 일이다. 에릭과 내가 둘이 오래 집을 비우게 될 때--주로 휴가 떠나기 전에--하게 되는 듯하다. 유서에서 중요한 항목은 1) 재산과 2)'사전 의료 지시서' (Advance Health Directives) 이다. 평소 남편과 내 가치관, 특히 돈에 관한 사고, 그리고 신앙에 기초해 재산에 관한 뜻을 문서화 해두었다. 그러나 , 매년 크고 작게 변화하는 우리의 재정과 아직도 학생으로서 성장해가고 있는 아이들의 여러 크고 작은 변화와 아이들의 (변화무쌍한!) 미래의 계획 등을 고려해서 우리의 유서/결정이 합리적인지를 검토하고 수정한다. 사전의료지시서는 아이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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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축기모성- doodle 2020. 2. 13. 08:44
첫 아이를 나은 뒤 가장 큰 충격은 모든 초보 엄마가 경험하는 것--시간의 박탈과 몸의 변화, 특히, '나의 몸이 나의 몸이 아니라'는 사실의 깨달음이었다. 나의 몸이 태아를 위한 인큐베이터이며, 출생 후에는 내 몸이 태아를 돌보는 데 온전히 사용되어서 나의 몸이 나의 몸이 아니게 되어버리니까. 그런데 또 다른 차원에서 '나의 몸이 나의 몸이 아니다' 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 계기가 있다. 그것은 유축기의 사용이었다. 유축기는 '내가 생각했던 나의 몸, 내가 알아왔던 나의 몸과 나의 몸이 아주 다르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주었다. 그게 당시에는 과히 긍정적인 경험은 아니었지만, 그 깨달음이 나의 이후의 삶에 긍정적 영향을 끼쳤으니 이제는 흐믓한 마음으로 돌이켜볼 수 있다. ----- 산통의 여파외 회음부 절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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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의 우는 자유가 부럽다모성- doodle 2020. 2. 3. 16:05
나는 잘 운다. 행복해서, 감동받아, 좋아서 운다. 슬퍼서 우는 것보다는 좋아서 우는 게 훨씬 더 많다. 그러나 '울음'과 연관지어지는 여러 사회적 의미가 있다보니, 맘놓고 우는 게 참 어렵더라. 우는 나를 보면서 내가 슬픈가, 힘든가, 어려운가, 말못할 사정이 있는가.....어쩔 줄 몰라하기도 하고, 걱정하기도 하므로.. 그래서 아이들이 부럽다. 맘대로 울 수 있으니까... 우는 아이들을 부러워하게 된 것은 20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매사에 서툰 초보엄마였을 때 아이가 울 때 왜 우는지, 어떻게 달래야하는지, 아픈 건 아닌지 몰라서 당황스러운 적이 많았다. 고래고래 큰 소리로 목청이 터져라, 얼굴이 찡그러져, 내가 모르는 감정을 눈물로 폭파시키는 아이를 보면 애간장이 타다 못해 나도 울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