쟈닌이 떠나고 난 뒤에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안락사에 대한 복잡한 생각들을 글로 썼고, 몇 개의 에세이가 거의 완성되었다. 휘르륵 한번에 나오지 않는 글들이어서 그런지, 완성을 하기 쉽지 않았다. 읽고 또 읽고, 그럴 때마다 머리가 복잡해지고...
글쓰는 내내, 그리고 글 마무리 지으려고 노력하는 내내 마음이 불편했다.
딸의 안색만 봐도 정신 상태를 정확하게 진단하시는 엄마는 내 몸에 흐르는 그 ‘불쾌하고 부정적인 기’를 읽으셨다.
팜펨, 너는 너만의 시간이 필요하다. 식구가 적어도 3 대가 같이 사니 그 중심에 있는 너는 남모르게 신경쓰는 일이 많을 거야. 내가 알아서 건강을 잘 유지할테니 며칠 나를 믿어주고 너 혼자 잠깐 밖에 다녀와라.
라는 엄청난 제안을 하셨다.
엄마의 축복, 온 가족의 축복을 받아 휴가를 냈다.
일상의 소소한, 그러가 끊임없는, 책임에서 벗어나, 종일 간단한 식사를 하고 (두유, 엄마의 겉저리, 엄마의 떡) 아무런 distraction 없이 몇 시간 가만히 글만 쓰니 머리 속에서 지멋대로 떠돌아다니면서 부딛히고 흩어지고 다시 부딛히던 생각의 파편들이 조용히 침잠하는 것같았다.
맑은 마음으로 글 정리를 하던 중, 갑자기 섬광같이 내 머리 속을 가로지른 생각,
‘이만하면 됐다.’
그 순간 나는 글쓰기를 멈췄다.
이만하면 됐다. 안락사에 관한 글은 내 생각의 정리를 위한 과정이었고, 나는 원없이, 고통스럽게 고민했으니 그걸로 되었다. 충분하다.
당장 쟈닌의 죽음은 쟈닌이 원하셨던 대로 받아들이고, 쟈닌이 기억되고 싶었던 모습으로 기억해드리자.
글을 마무리짓지 않은 채 덮으면서, 그럴 때마다 숙제를 하다 만 것같이 찜찜했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해방감이 느껴졌다. 쟈닌을 아름답게 보내드리니까 마음이 편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