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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펜하겐- 아들과 여행카테고리 없음 2022. 7. 19. 23:53
남편은 시댁에 오래 머무르고 나와 아들은 집에 돌아오는 길 비행기 경유지인 코펜하겐에서 묵었다. 코펜하겐은 나에게 잊지 못할 기억의 장소이다. 2015 년, 부모님과의 마지막 여행인 크루즈의 출발지이자 종착지, 그 여행 뒤 2 주 뒤 아버지는 사고를 당하셨고 영원히 한국에 돌아갈 수 없게 되셨으며 3 년간 침대 신세를 지셔야 했다. 이미 쇠약하셨던 아버지가 몸이 구부 정한채 지팡이를 집고 열심히 걸으셨던 코펜하겐, 당시의 사진첩을 열어보니 아버지는 매 사진마다 행복한 미소를 짓고 계신다. ‘팜펨아, 아… 참 좋다. 아…. 참 좋다’ 하시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그 옛날, 사랑하는 아내와 딸과 사위와의 여행에 행복해하셨던 엄마 아버지의 얼굴이나 지금, 아들과 함께 길을 걸으면서 행복의 미소를 머금고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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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길 걷기카테고리 없음 2022. 7. 18. 00:36
June, 2022 시댁에 와서 아주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거의 40 명이 모인 가족 모임은 어제 성공리에 끝났고, 근 27 년 간 알아온 가족들과 한층 더 돈독한 관계를 맺게 되었다. 바로 몇 해 전까지만해도 어렸고 내 앞에서 쭈빗거리던 청소년 조카들은 마음 터놓고 이야기를 나누는 친구가 되었고 30 대 중반의 조카들과는 아줌마로서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바쁜 중에 나에게 매일 매일 활력을 주는 게 하나 있다. 골목길. 우리의 에어비엔비에서 시댁까지는 1 km 가 채 안되는 가까운 거리이지만 골목길이 많아서 여러 방법으로 걸을 수 있다. 남편과 나는 아침에는 각기 다른 시간에 시댁에 ‘출근’ 하고, 저녁 시간에는 주로 같이 퇴근하는데 아침에 시댁에 출근할 때 나는 매번 여기저기 골목길을 새로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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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모임카테고리 없음 2022. 7. 13. 22:36
June 18, 2022 지난 두 달 동안 미국에서부터 계획해왔던 가족 모임이 잘 끝났다. 시부모님의 직계 자녀 부부, 손자 손녀와 부부, 증손자 손녀…. 다 모였다. 온 가족이 다 모인 것은 아주 오랜만이다. 시부모님들의 직계 자녀들이 조부모가 된 이후에는 각자 ‘조부모’ 역할을 하느라 각자의 집에서 모였고, 숫자가 엄청 늘어난 대가족이 다 모이기에는 부적합했다. 2015 년에 시골의 농장을 빌려서 가족 모임을 가진 적이 있었는데 식구들 간에 약간 껄끄러운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들이 있어서 누가 오면 누가 안오고 식이어서 완전체로 모인 적이 없다. 그런데 이번에는 껄끄러운 관계에 있는 사람들도 다 왔다. 초대해줘서 고맙다, 초대해줘서 감동받았다 등, 우리에게 따뜻한 말들을 해주었다. 누구에게나 소중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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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퉁 며느리, 진품 시부모님카테고리 없음 2022. 6. 17. 12:45
시댁에 와 있다. 시아버님은 거동이 불편하셔서 수발을 받으시고, 시어머님은 암투병을 하고 계셔서 남편과 나는 약간 무리를 해서 시댁에 왔다. (나의 친정어머니가 암투병 중이시라 내가 자리를 함부로 비울 수 없는 상황인데 온 것, 딸아이가 미국 본토가 아닌 곳에서 직장을 다니고 있는데, 휴가를 다 써서 오게 한 것이 ‘무리’의 예) 내가 올 때마다 항상 나와 특별한 시간을 갖는 막내 시이모님과 나는 도착한 바로 다음날 데이트를 했다. 내가 60 세, 시이모님은 83 세. 시이모님과 같이 수다를 떨 때마다 나는 ‘아이고… 서양 시이모님이니까 우리가 이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거지’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 오늘만 해도 그렇다. 나와 이모님이 산책을 하던 중 이모님은 한 빌딩을 가리키며 말씀하셨다. “이곳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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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암투병: 살맛, 죽을맛도 아닌 그 맛카테고리 없음 2022. 6. 3. 13:36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블로그에 들어왔습니다. 지난 몇 달간 저와 어머니를 위해서 기도해주신 분들, 항상 따뜻한 사랑으로 응원해준 친구들, 문자와 이멜로 격려해주신 친구들, 폐가가 되었던 이 블로그에 글을 남겨주신 정아, 옥포동 몽실언니 님, 비니네 님 감사합니다. 엄마는 계속 암투병 중이시고, 전/체/적/으/로 잘 지내고 계십니다. 꿋꿋한 엄마 덕에 저 또한 잘 지내고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몇 달 전, 엄마의 암 선고 후 블로그의 글들을 다 닫았습니다. (지금 보니 '엄마.... 저를 믿으세요'라는 진지한 글 바로 밑에 우스꽝스러운 뼈 이야기가 있네요. 급히 방을 닫다 보니 제대로 살피지 못한 결과. ㅠ 피식 웃습니다.) 제가 티스토리 이전, 블로깅을 시작한 것은 2003-4 년부터였지만 그 이전부터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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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제 품에 안기세요카테고리 없음 2021. 12. 12. 17:12
나는 어려서 병치레가 잦아서 어렸을 때 병에 관한 기억이 꽤 많다. 끙끙 앓는 나를 밤새 지키던 엄마 아버지. 잠자다가 눈을 뜨면 어김없이 나를 내려다보던 그들의 불안한 시선. 나는 눈 맞춤 후 안심을 하고 잠에 빠져들곤 했었다. 결핵성 늑막염 진단을 받던 날도 나는 똑똑히 기억한다. 당시 6 세. 엄마와 나는 버스를 타고 종로 3 가에 있는 '이북에서 온 용한 의사 선생님'께 갔다. 의사는 검진을 하더니 다짜고짜 엄마더러 나를 마주앉아 꼭 껴안으라고 했다. 엄마는 의자에 앉았고 나는 엄마 목에 팔을 두르고, 양발을 엄마 허리로 두른 채 엄마를 안았다. 의사가 무시무시하게 큰 주사기를 들고 다가오는 순간 나는 겁에 질려서 엄마를 바라보았다. 그런데 엄마의 얼굴이 하얗게 질려있었다. 그 순간 알았다.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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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와 '우리가 죽을 때'에 관해서...엄마 2021. 12. 2. 01:35
2013 년 오빠가 돌아가셨을 때, 그리고 2018 년,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내가 깊이 묵상을 한 기도문이 있다. 그것은 가톨릭교의 '성모송'이다. 나는 개신교도이고, 성모송을 기도로서 기도한 적은 없다. 하나님께 직접 기도를 하는 것에 익숙한 나는 '성모님께 하나님께 기도를 드려달라고 간청' 하는 형식의 성모송에 이질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 기도문 중의 한 구절은 내가 오빠와 아버지의 삶과 죽음, 더 나아가 인간의 삶과 죽음에 관해 깊은 사고를 하는 계기가 되었고, 나는 가톨릭교, 개신교의 교리를 떠나 하나님의 사람으로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영감을 얻을 수 있게 되었다. (성모송에 대한 나의 해석은 가톨릭 교리와는 관계 없는 나의 개인적, 주관적 해석이다. 문학 작품이나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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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메 여사가 들려주는 625 전쟁 전에 불렀던 북한 노래부모님 이야기 2021. 11. 6. 08:13
요즘 엄마에게서 어렸을 적의 이야기를 듣는다. 옛날부터 노트를 해두었지만 정리할 시간이 없었는데 이제는 좀 더 책임감을 갖고 기록을 하려고 한다. 엄마는 놀라운 기억력을 갖고 계신다. 예를 들어 어렸을 때 몇 번 타보지도 못한 기차들의 기차역 순서를 외우고 계시고 어렸을 때 부르던 노래들 가사도 꽤 정확히 기억하고 계신다. 엄마가 부르는 노래를 듣다가 나는 너무도 솔직담백한--요즘의 북한 뉴스에서도 잘 나타나는--감정적인 언어에 웃음을 터뜨리고만다. 엄마가 815 후 가장 먼저 배운 노래: 동터오르는 백두산성 승세스러워 오늘부터 조선땅에 조선의 아이들 기운차게 일어나라 새아침이다 태극기를 들고 나가 만세부르자 태극기를 들고 나가 만세부르자 해방 축하 노래 어화 좋다 춤추어라 노래불러라 사십년간 고대하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