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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펜하겐- 아들과 여행
    카테고리 없음 2022. 7. 19. 23:53


    남편은 시댁에 오래 머무르고 나와 아들은 집에 돌아오는 길
    비행기 경유지인 코펜하겐에서 묵었다.

    코펜하겐은 나에게 잊지 못할 기억의 장소이다.
    2015 년, 부모님과의 마지막 여행인 크루즈의 출발지이자 종착지,
    그 여행 뒤 2 주 뒤 아버지는 사고를 당하셨고
    영원히 한국에 돌아갈 수 없게 되셨으며
    3 년간 침대 신세를 지셔야 했다.

    이미 쇠약하셨던 아버지가 몸이 구부 정한채 지팡이를 집고 열심히 걸으셨던 코펜하겐,
    당시의 사진첩을 열어보니 아버지는 매 사진마다 행복한 미소를 짓고 계신다.
    ‘팜펨아, 아… 참 좋다. 아…. 참 좋다’ 하시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그 옛날, 사랑하는 아내와 딸과 사위와의 여행에 행복해하셨던 엄마 아버지의 얼굴이나
    지금, 아들과 함께 길을 걸으면서 행복의 미소를 머금고 있는 내 얼굴이나
    한 가지이다.

    그 옛날, 연로하신 부모님을 모시고 여행하면서 ‘언제 이렇게 부모님과 함께 장거리 여행을 할 수 있겠는가’ 하던 내 마음이나
    지금, 성인이 된 아들과 언제 다시 단둘이 여행을 해보겠는가 하는 마음이나
    한 가지이다.

    찬란한 햇살에 저절로 환해지는 아들의 얼굴을, 식탁의 반대편에 앉아 연신 맛있다고 하면서 밥을 먹는 아들의 만족한 얼굴을,
    뉴 하버 운하를 내려다보는 돌길에 앉아 사람들을 구경하며 아이스크림을 음미하는 아들을,
    혼자 생각에 잠겨 앞서서 걷는 아들의 뒷모습을, 연신 사진기에 담으면서
    나는 멀리 사라져 버린 시간을 다시 잡아 끌어내어 아버지를 만난다. 엄마를 만난다. 나를 만난다.

    나를 사랑해주는 이들, 내가 사랑하는 이들 생각에
    내 마음이 풍성하다.

    여행은 자연스러운 것들을 당연히 여기지 않게끔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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