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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석 분석카테고리 없음 2023. 7. 20. 09:49
지난번 방문했던 묘지 중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생빅토르란 장소에서 사망한 16 세 데네에지 클루티에와 15 세 안-마리의 묘비. “데네에지 클루티에, 1883 년 10 월 23 일, 16 세, 생 빅토르에서 사망 안-마리 15 세, 생 빅토르에서 사망.” 나는 지난번 포스팅에서 ‘데네에지와 안마리는 자매였을까? 같은 날 같은 곳에서 사망한 것인가? 사고사? 죽음의 원인이 무엇일까?’ 라고 적었었다. 궁금해서 조사를 해보았더니 놀랍게도 데네에지에 대한 정보가 있었다. 나는 16 세의 그녀가 ‘소녀’라고 추측했었는데, 출생 기록을 보니 그녀는 기혼녀였다. 1883 년 1월 22 일, 농부인 필립 그롱뎅 (Philippe Grondin)과 결혼했고, 그 해 10 월 23 일 사망한 것이다. 자료에 의하면 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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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삶, 놀음카테고리 없음 2023. 7. 20. 01:07
구체적인 여행 계획 없이 떠나는 자동차 여행의 묘미는 ‘우연한 발견‘과 그것이 주는 새로운 인식과 새로운 다짐이다. 이번에도 그런 일들이 많았는데,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을 적어보겠다. —— 내 몸의 두드러기가 심해져서 유기농 야채를 구입해야했다. 우리는 운전을 해서 숙소에서 약간 떨어진 ‘몽매니으 (Montmagny)‘ 로 갔다. 역사가 오래된 이 도시는 우리 숙소가 위치한 작은 마을에 비교하면 큰 도시와 같았다. 중심 대로는 자동차 딜러, 패스트푸드 체인점, 옷가게, 식당 등등이 줄지어 있어 미국의 소도시와 다를 바 없었다. 샤핑을 마친 뒤, 이 도시를 한번 돌아보자고 하다가 눈에 드는 한 공원이 있어서 차를 세웠다. Promenade du Bassin. “배수지 산책로” 라 불리우는 공원.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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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의 카약카테고리 없음 2023. 7. 19. 12:34
비가 많이 내렸어요. 아무것도 못하고 숙소에 앉아 있는 날이 많았지만 저에게는 참 필요한 시간이었고, 그래서 만족했어요. 남편이 아파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것도 있었어요. 건강하던 사람이 아프니까 안쓰럽데요. 그러다 보니 제 표정은 ‘(가만히 있는 것이) 행복함’과 ‘(남편에 대한) 걱정’이 혼합. 남편이 깨끗하게 회복되어 일어났습니다. 이것 하고 싶다 저것 하고 싶다—-wish list 가 랩처럼 속성으로 쏟아져 나오는데…. 스스로를 ‘우리에 갇힌 사자’와 같다고 비유하더군요. 일기예보를 정독하면서 비가 조금이라도 멈추면 나가서 뭔가를 하려고 궁리하더니 토요일이 비가 안 오는 유일한 날일텐데 한 1 시간 정도 드라이브를 하면 전망 좋은 곳에서 카약을 할 수 있다고 하였어요. 저는 물을 좋아하지 않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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퀘백—마음 가는 대로 하는 여행카테고리 없음 2023. 7. 19. 02:21
다른 숙소로 이동하는 날. 내내 비가 내리다가 하/필/이/면 이동하는 날, 날씨가 좋다. ㅠ 그러나 날씨가 좋은 것만 해도 감지덕지. 오늘도 아무 데나 서고 싶은 데 서고, 걷고 싶은 대로 걷는 여행을 하자 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길을 떠났다. 마음 가는 대로 하는 여행… 일부러 고속도로 대신 샛길을 택해 달렸다. 바다면 바다, 강이면 강, 호수면 호수, 들판이면 들판, 이번 여행은 넓게 트인 경치를 많이 즐기고 있다. 한 마을의 아주 작은 채플이 귀여워서 지나가면서 사진에 담았다. 메이플시럽을 추수하는 장치도 보았고.. 이 도시면 혹시 먹을 데가 있지 않을까? 하면서 내린 곳. 큰 식당 하나, 피자 식당 하나, 음료 위주의 sports bar 가 눈에 띄었다. 성당의 주차장에 주차했는데 그 순간 종이 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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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로랑스 강변/ 그림일기카테고리 없음 2023. 7. 17. 10:54
피요르드 마을을 떠나 새로운 동네에 와 있어요. 숙소가 아주 예뻐요. 바로 앞에 생로렝스 강이 있고, 나무로 가려져 있어서 프라이버시가 완벽히 보존되는 곳. 에릭은 오자마자 망원경을 설치해서 보고 있어요. (에릭이 이번에는 망원경과 자전거를 갖고 왔어요. 여행할 때 에릭이 저보다 짐이 많은 적은 이번이 처음). 이곳에 도착한 다음날은 바람이 많이 불었고, 비가 내렸어요. 그래도 걷자! 하고 해변을 걸었어요. 걸으면서 여기 지역민들은 어떻게 재밌게 살고 있는가를 볼 수 있었어요. 관광객인 우리는 스웨터에 우비를 입고 ‘날씨가 춥다 춥다’ 하는데 이 동네 사람들은 Kiteboarding 을 하고 있고, 아이들은 수영복 하나만 걸치고 물에 뛰어들어가 놀고 있었어요. (에릭이 물에 발을 담가보더니 물이 그리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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퀘벡시를 떠나….카테고리 없음 2023. 7. 13. 06:51
(어무이, 이건 그저께 쓴 건데 지금 이동 중 어무이 눈요기 하시라고 그냥 올려요. 몸은 어제보다는 좋아요. 오늘부터 본격적으로 쉬려고요. 그럼 또❤️) —— 퀘벡시의 맞은편 Levis 란 지역에 있었던 우리 숙소는 베란다에서 퀘벡시가 한눈에 보였다. 쌩로랑스 강과 우뚝 솟은 성의 경치를 멀찌감치서 바라보며 많은 시간을 보냈다. 하루는 나를 집에 남겨두고 남편과 딸만 사이클링을 했다. 세상에서 제일 귀한 선물—행복한 고독의 시간—을 준 남편과 딸, 땡큐! 요즘 나는 옛날보다 사진을 많이 안 찍기에 사진이 몇 장 없는데 그중 아침, 석양, 저녁의 사진을 뽑아보았음. 집의 벽에는 사진과 그림들이 많이 걸려 있었다. 집주인의 작품일지도 모른다 추정되는 아마추어 냄새가 폴폴 나는 그림들이 많아서 정겨웠다. 높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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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친구는 나의 동무 (4)카테고리 없음 2023. 7. 12. 07:11
옥자 아줌마와 통화를 한 뒤에 나는 엄마와 이야기 꽃을 피우곤 한다. 엄마에게 들은 이야기가 있어서 옥자 아줌마와 이야기가 흥미롭고, 옥자 아줌마 이야기를 들은 뒤에 엄마랑 이야기는 더 재밌어진다. 두 분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당시 분위기나 사건들이 좀 더 선명하게 가깝게 되기 때문이다. 엄마는 옥자 아줌마의 이야기를 들려드리니 ‘맞아. 그랬어. 그런 일이 있었어. 그래, 그 친구는 정말 그랬어’ 라시며 옥자 아줌마의 버전을 확인해 주셨다. 그런데 엄마가 아줌마의 말 중 약간 의아해하신 대목이 몇 군데 있었다. 그중 하나는 ’나 (옥자)는 간부였고, 너의 엄마는 반동분자였다'라는 말. 엄마는 ”내가 반동분자라는 취급을 받은 건 맞아. 그런데 옥자가 학교의 간부였다고? 금시초문이야. 우리 학교에는 ’간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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퀘벡/아이스크림카테고리 없음 2023. 7. 8. 22:24
7 월 5 일, 숙소에서 ferry 를 타고 퀘벡시로 가서 구석구석 걸었다. 공교롭게도 그 날은 역사상 지구가 가장 뜨거웠던 날이란다. 엄청 더웠다. 세번 째 방문이니 새로운 것에 놀라고 감탄할 일은 없었지만 친숙한 외국이 주는 편안함이 좋았다. 며칠 우리를 봐러 와 준 딸과 함께 한 시간은 너무도 짧았다. 후끈후끈한 기후에 익어버린 몸을 식혀준 아이스크림처럼 달콤했다. 눈앞에서 금방 녹아버리는 아이스크림을 흘리지 않으려고, cone 옆으로 녹아내리는 아이스크림을 급히 혀로 핥으며 깔깔거리듯, 우리는 그렇게 소중하고 달콤한 시간을 만끽했다. 오늘 새벽, 커피를 내려 테라스로 나가니 어젯밤에 내린 비로 의자, 탁자가 젖어 있었다. 비가 내린 뒤의 맑은 공기를 두고 안에 들어가고 싶지 않았다. 공책과 펜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