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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포의 카약
    카테고리 없음 2023. 7. 19. 12:34


    비가 많이 내렸어요.
    아무것도 못하고 숙소에 앉아 있는 날이 많았지만 저에게는 참 필요한 시간이었고, 그래서 만족했어요.




    남편이 아파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것도 있었어요. 건강하던 사람이 아프니까 안쓰럽데요.



    그러다 보니 제 표정은 ‘(가만히 있는 것이) 행복함’과 ‘(남편에 대한) 걱정’이 혼합.



    남편이 깨끗하게 회복되어 일어났습니다.
    이것 하고 싶다 저것 하고 싶다—-wish list 가 랩처럼 속성으로 쏟아져 나오는데….


    스스로를 ‘우리에 갇힌 사자’와 같다고 비유하더군요.

    일기예보를 정독하면서 비가 조금이라도 멈추면 나가서 뭔가를 하려고 궁리하더니 토요일이 비가 안 오는 유일한 날일텐데 한 1 시간 정도 드라이브를 하면 전망 좋은 곳에서 카약을 할 수 있다고 하였어요.
    저는 물을 좋아하지 않기에 망설였습니다.

    남편은

    “바람도 없으니 무서울 일이 없어. 당신은 그냥 노를 들고만 있으면 돼. 내가 다 저을게. 그리고, 혹시라도 물에 빠질 경우, 그럴 일이 전혀 없지만 그냥 가만히 있으면 구명조끼가 저절로 띄워줄 거야. 무엇보다도 내가 옆에 있고. 걱정 마. “

    남편의 간절함에 마음이 움직여져서 길을 나섰습니다




    지난 4 월에 이스라엘 갔을 때 이스라엘 어머니가 짐정리를 하면서 저에게 주신 하얀 셔츠를 입었어요.
    이스라엘 어머니께 사진 보내드리려고 밝은 미소 장착하고 사진한 컷!

    한 시간 차를 몰았습니다.
    평온한 마을들, 평야, 산, 호수…



    카약 렌털 사무실에서 에릭이 등록하는 동안 혜지언니와 통화했어요.
    혜지 언니의 차분한 목소리는 진정제 역할 ㅋ

    2 인용 카약을 빌려서 남편이 카약을  끌고 강으로 내려갔어요.
    룰루랄라 즐거워하면서…





    그 뒤를 따르던 저는 아래와 같은 상상을 했지요.


    2017 년 퀘벡 여행 왔을 때 호텔방에서 꼼짝 않고 스페인어 공부를 하고 있던 저를 끌어내리던 남편 생각이 나더군요.
    나는 무슨 팔자이며, 남편은 무슨 팔자인지…ㅠ




    카약 여행을 시작하기 전에 남편이 ‘이건 역사에 남을 일이니 사진을 찍어야 해’라고 하며 저를 앉히고 사진을 찍었습니다.
    ‘내가 웃는 게 웃는 게 아니야’라는 표현이 딱 맞는 상황.


    카누를 천천히 몰고 나갔습니다.
    저는 남편이 약속한 대로 노를 젓지 않고 경치를 즐기고 사진을 찍었습니다.
    나중에 손에 물집이 터질 정도로 열심히 노를 젓던 남편은 신이 나서 저기 꽃 봐라! 거위가 간다! 물살의 방향을 봐라! 호수가 옆에 있네! 말을 많이 하더군요.



    경치는 참 아름다웠습니다.
    카약에서 땅을 올려다보는 관점, 그러므로 당연히 저는 한 번도 못 보았던 그런 시각에서 본 경치였어요.
    물결이 잔잔해서 두려움이 없어졌어요.
    2 시간 동안 카약 하는 동안 단 한 사람만 마주쳤어요.
    원초적 자연과의 교감은 뜻깊은 경험…

    이 아래의 사진들은 제가 찍으면서 ‘이걸 그림으로 그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면서 찍은 거랍니다.
    함 보세요.


    그늘을 찾아 잠깐 카약을 세우고 간식을 먹고 물을 마셨습니다.

    남편이 물어봤습니다.


    “당신, 물 이렇게 싫어하면서 옛날에 애들이랑 콜로라도에서 급류에서 래프팅을 어떻게 했어? 무척 무서웠을 텐데? “
    ”그건…. 모성애. 아이들이 행복해하니까 무서움도 없어졌어. “
    ”오늘, 어때? 물이 평온하고, 하나도 안 무섭지? “
    ”엉. 좋아…“

    남편이 노를 저어 출발점으로 돌아왔습니다.

    물이 평온해서 하나도 안 무섭다 했지만 여정이 끝나고 온 뒤에 너무도 기뻤습니다.
    격렬하게 깡충깡충 뛰는 스누피가 제 마음을 대변해 주네요.



    그래도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남편에게 저를 억지로 끌고 나와서 고맙다고 정식으로 인사했습니다.
    그리고 한 번 해봤으니 꼭 다시 하지는 않아도 될 것 같다고 덧붙였습니다.


    https://famfem.tistory.com/m/957
    (어무이, 이게 2017 년 퀘벡 여행 이야기에요. 내일은 바쁜 날이라서 미리 올려두고 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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