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방문했던 묘지 중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생빅토르란 장소에서 사망한 16 세 데네에지 클루티에와 15 세 안-마리의 묘비.
“데네에지 클루티에, 1883 년 10 월 23 일, 16 세, 생 빅토르에서 사망
안-마리 15 세, 생 빅토르에서 사망.”
나는 지난번 포스팅에서 ‘데네에지와 안마리는 자매였을까? 같은 날 같은 곳에서 사망한 것인가? 사고사? 죽음의 원인이 무엇일까?’ 라고 적었었다.
궁금해서 조사를 해보았더니 놀랍게도 데네에지에 대한 정보가 있었다.
나는 16 세의 그녀가 ‘소녀’라고 추측했었는데, 출생 기록을 보니 그녀는 기혼녀였다. 1883 년 1월 22 일, 농부인 필립 그롱뎅 (Philippe Grondin)과 결혼했고, 그 해 10 월 23 일 사망한 것이다.
자료에 의하면 데네이지보다 3 년 연상이었던 남편 필립은 그녀가 사망한 뒤 1 년 뒤, 1884 년 11 월 4 일, 재혼을 한다. 그의 새 부인은 ‘비탈린 로드리그’ (Vitaline Rodrigue)라고 기록되어 있었다.
자료에서 필립 그롱뎅, 비탈린 로드리그란 이름을 읽는 순간, 어딘가에서 본 것 같았다.
혹시나 하고 그날 묘지에서 찍은 사진들을 찾아보았더니, 많은 사진 중, 한 묘비에 그들의 이름이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묘비는 바로 데네이지의 묘비가 적힌 바로 그 묘탑의 다른 면에 있었다.
“비탈린 로드리그 1931 년 1 월 10 일, 69 세, 그리고 그녀의 남편 필립 그롱뎅 1938 년 7 월 4 일. 73 세.”
즉. 이 묘탑은 필립 그롱뎅의 묘탑으로서 한 면은 16 세에 사망한 그의 첫째 부인인 데네에즈의 묘비가, 또 한쪽은 그의 둘째 부인인 비탈린과 필립의 묘비가 적혀 있는 것이었다.
데네에지의 신원은 확인했으나, 그녀의 이름 밑에 있던 안-마리의 신원은 찾을 길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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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나와 전혀 관계가 없는 사람들의 묘비에 관심을 갖고 하룻 저녁 다 투자해서 인터넷으로 자료를 찾는 스스로를 보면서 ‘왜….? 나랑 아무 관계도 없는 사람들의 묘비를 갖고 내가 뭐 하는 거야? 이게 무슨 의미가 있다고?‘라고 자아비판하다가 갑자기, ‘내가 이 정성과 열정으로 남편의 조상님들의 족보를 조사해 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조상들의 탄생과 죽음의 해, 탄생과 죽음의 장소의 아주 간단한 정보라도 찾으면 참 재밌을 것 같다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