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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친구는 나의 동무 (3)카테고리 없음 2023. 7. 5. 02:02
옥자 아줌마는 독립적인 여성이다. 뭔가에 의존한다는 것은—그게 인간이든, 지팡이든—아줌마에게는 부끄러운 일이다. 그래서 몸이 불편하게 된 뒤에도 부축받지 않으려고, 지팡이를 잡지 않으시려고 안간힘을 다 쓰신다고 했다. 4 개월 동안 요양원에 들어가 치료를 받고 어느 정도 회복이 된 뒤에 집에 돌아왔지만 운전도 쇼핑도 혼자 할 수 없는 상황이 아줌마에게는 아주 한탄스럽다. “다리에 힘이 없어서 서질 못한다. 간병인들이 와서 샤핑이라던가 청소, 요리를 도와주는데 샤핑 갈 때는 내가 꼭 샤핑 카트를 민다. 그게 지팡이를 잡는 것보다는 덜 창피하다. 암 투 위익! (I’m too weak.)” (아줌마는 적시 적소에 교포 영어 구사하심) 병원에 가서도 휠체어를 타기 실어서 벽을 잡고 천천히 걸으셔서 사람들이 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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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njour de Montreal!카테고리 없음 2023. 7. 4. 07:32
남편과 휴가를 왔다. 퀘벡. 퀘벡은 세 번 째이다. 남편과 단 둘이 왔다가 너무 좋아서, 그 이듬해 아이들과 함께 왔었고, 이제 다시 우리 둘만의 여행. 너무 좋아서 이러다가 캐나다로 이민하는 거 아니야 싶을 정도… 남편과 나는 스페인에서 자동차 여행을 꿈꿔왔으나 지난 몇 년, 시부모님 건강/죽음으로 유럽을 매 해 1-2 차례 다녀왔고, 시부모님이 돌아가신 뒤에는 유럽행 비행기를 타는 게 엄두가 나지 않아 스페인은 바이 바이! 퀘벡은 미국과 유럽의 중간에 위치하고, 특히 불어를 사용하는 퀘벡은 캐나다의 타 지역을 포함, 북미 문화와는 차별화되는 고유문화가 있고, 협만의 절경, 울창한 숲과 산, 셀 수 없이 많은 강 등 다채롭고 광활한 자연이 있다. 게다가 우리에게 친숙해져서 먼 곳으로 떠나는 여행이 불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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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 기일/ 그림 의존증카테고리 없음 2023. 6. 26. 13:45
6 월 22 일은 오빠가 세상을 떠나신 지 10 주기. 드라마틱했던 2013 년 6 월, 어떤 기억은 흐릿해졌지만 어떤 기억은 바로 어제 일인 양 생생하다. 오빠가 운명하신 순간은 내 생명이 다하는 날까지 강렬한 색상과 강도로 내 뇌리에 남아 있을 것이다. 이제까지는 오빠 기일에 오빠의 앨범을 거실 탁자에 놓았었는데 올해는 내가 그린 그림을 놓았다. 엄마가 오빠를 생각하면서 정성 들여 써서 매일 아침저녁으로 읽으시는 기도문을 그림 앞에 놓았고, 정원에서 꺾은 꽃, 잔잔한 향의 초를 켰다. 엄마가 그림을 보며 '색깔이 곱다, 찬란하다, 마음을 밝게 해준다' 라고 하시면서 좋아하셨다. 오빠는 우리와 온전히 함께했다. 한국의 이모님과 이모부, 사촌 동생이 사진을 보내왔다. 오빠 기일이라고 오빠 묘소를 찾아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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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친구는 나의 동무 (2)카테고리 없음 2023. 6. 21. 07:43
나는 엄마로부터 엄마의 고향, 신포에 대해서 들어 알고 있었는데, 옥자 아줌마를 만나면서 나의 지식을 재확인할 수 있었다. 엄마와 옥자 아줌마의 말에 따르면 전쟁 전 신포시는 1 구에서 6 구까지 나뉘어 있었다. 1 구는 가난한 어촌 마을, 2 구는 '주재소' (경찰서)가 있는 곳, 일본인들의 집이 많이 있었다. 3, 4 구는 살림이 넉넉한 사람들부터 아주 잘 사는 사람들이 사는 구역이었다. 5 구에 학교가 있었고, 학교 근처에 공동묘지가 있었으며 6 구는 거지처럼 아주 못 사는 사람들이 살았다. 신포시의 한 가운데에는 '금강 백화점'이라 불리는 아주 큰 가게가 있었다. 현대식 백화점이 아니라, 문자 그대로 100 가지의 종류의 물건이 있다는 의미로, 다양한 물건을 판매하는 곳이었다. 아줌마는 2 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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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친구는 나의 동무 (1)카테고리 없음 2023. 6. 20. 02:54
나에게는 정기적/간헐적으로 통화를 하는 홀로 하는 '연상의 여인'들이 몇 분 있다. 정기적인 대화는 금요일 zoom으로 이스라엘 어머니와, 1 주일에 두 번, what'sapp으로 쟈클린 이모님. 그 외에 문자로 안부를 주고받다가 가끔 통화를 하는 어르신들이 몇 분 있다. 그중의 한 분은 엄마의 친구, 옥자 아줌마. (가명) 옥자 아줌마는 엄마와 함경도의 초등학교 때부터의 친구로 현재 미국에 사신다. 나는 어렸을 때 두어 번, 그리고 미국에 와서 한 번, 아줌마를 뵈었다. 아줌마와 엄마는 옛날 친구라는 공통점을 빼놓고 아주 다른 사람들이다. 아줌마는 사람 일에 관심이 많고, 자기가 들은 이야기를 남과 나누는 스타일이다. 아줌마는 국제전화 비용이 비쌌던 때, 미국에 살면서도 한국 친구의 소식을 미국에 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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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ppy Father’s Day카테고리 없음 2023. 6. 19. 04:50
아이들이 아빠에게 선물을 보내왔다. 평소 우리 식구들은 꽃 선물은 많이 주고받지만 물건 선물을 주고받지 않는지라 남편은 아이들의 선물에 많이 놀라고 기뻐했다. 나는 정성 들여 카드를 썼다. 선물은 후지 인스탁스 카메라. 와인 세 병. 오 예이~~!! 어제는 아버지 산소에 다녀왔다. 특별한 날을 기념하기 위해서 1994 년, 엄마가 만들어주신 하얀 물방울무늬의 옷을 입었다. 어제는 작정하고 재밌게 지내기로 나들이를 나선 날--남쪽으로 차를 몰아 산후안 카피스트라노 (San Juan Capistrano) 유적지로 갔다. 여러 번 왔었지만 올 때마다 관리가 잘 된 정원과 고색창연한 건물의 아름다움에 매료되는 곳. 표를 구매하는데 아앗! 60 세 이상은 경로 우대 할인이란다. 직원은 '믿어지지 않아서 신분증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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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치료: 눈물 --시어머니의 애도카테고리 없음 2023. 6. 14. 06:36
어머님이 많이 그립다. 그림을 그리면서 어머님에 대한 그리움을 달랬다. 어머님과의 많은 추억이 있는데 계속 떠오르는 기억은 '맘 놓고 울지 못하던 시어머님'의 기억이다. 그래서 눈물의 어머님을 그렸다. (지난 번 그림들처럼 여전히 shamelessly 클림트의 금박 그림을 표방하고 있음) 몇 차례 글에서 밝혔듯이 어머님은 눈물을 흘리지 않으셨다. 평온하고 행복한 가정에서 어머님이 울 일은 별로 없으셨으나, 어머님의 마지막 3 년은 참 힘들고 슬픈 일들이 많았음에도 눈물을 내보이지 않으셨다. 친언니가 안락사로 죽음을 택했을 때도 울지 않았고, 노부부에게 활력을 주던 고양이가 죽었을 때도, 울지 않았고, 남편이 불구가 되어 돌보느라 고생하면서도 울지 않았고, 남편이 죽었을 때도 울지 않았다. '울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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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2): 룸메이트와의 재회카테고리 없음 2023. 6. 12. 00:52
이스라엘에서 첫 금요일 아침, 택시를 타고 하이파시로 향했다. 하이파 대학의 기숙사의 룸메이트, '사바나'를 만나기 위해서였다. 그리웠던 친구를 보는 설렘과 감격에 시차가 전혀 안 느껴졌다. 35 년 전, 사바나를 처음 만난 순간 나는 그녀의 성숙하고 따뜻한 품성에 끌렸고, 그녀도 어떤 이유에서인지 나를 무척 좋아해 주었다. 우리는 7 살의 나이 차이에도 불구하고 베스트 프렌드가 되어서 함께 밤을 새우고 이야기를 나누고 많은 일을 함께 하면서 우정을 쌓았다 사바나의 가족도 사바나처럼 다정한 사람들이어서 가끔 사바나의 어머니의 집을 방문해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사바나 식구와의 잊을 수 없는 기억이 하나 있다. 어느 긴 주말 휴가 기간이었다. 기숙사 아파트를 함께 쓰는 친구들은 다 집에 가고 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