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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글쓰기 시이작~~!!스치는 생각 2019. 7. 28. 03:19
블로그에 글을 안 올린지 두 달이 넘었네요. 며칠 전에 친구가 ‘살아있니?’ 하고 문자를 보내줬어요. 블로그 글이 안올라서 걱정된다고. 친구에게 장황히 설명하다가 블로그의 글로만 저를 아는 분들은 제가 열정적으로 올리던 글이 갑자기 정지되었으니 의아해하실 수 있겠다 싶었어요. 저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 아버지 돌아가신 뒤에 근 6 개월을 100 미터 달리기 하듯이 글을 썼는데 그게 애도의 한 과정이었고, 이제는 새로운 단계로 숨을 좀 고르면서 삶을 살고 있습니다. 여러 계획도 하고 있고요. 여전히 바쁩니다. 그간 여행을 좀 했습니다. 아직도 집을 떠나 있습니다. 제 블로그가 제가 어디가서 뭘 맛있게 먹고, 뭘 보았고, 뭘 했고....를 세세히 쓰는 블로그가 아니라서 자연스럽게 글을 안 쓰게 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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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와 천국부모님 이야기 2019. 5. 23. 05:44
아버지는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산책을 나갔다. 날이 흐려도, 추워도, 심지어 비오는 날조차도 산책을 나갔다. 침대에 종일 누워계시는 아버지에게 바깥 바람을 쐬는 게 더할 나위 없는 즐거움이었다. 아무리 호수가 좋다고 하지만 흙길이 아니고 나무들도 많지 않으며 약간 훵~ 하고 트인 심심한 곳이라 일년 내내, 매일 가면 좀 싫증날 수 있지만, 아버지께는 아니었다. 산책에서 나갈 때도, 돌아올 때도 아버지의 얼굴은 화색이 돌고, 눈이 빛났다. "아버지 오늘 산책 어떠셨어요?" 라고 물으면 도대체 감당이 안되게 감격스럽다는 듯, 고개를 옆으로 저어가면서 "아....! 너어--무 좋았어." 하시고는 당신이 본 것을 이야기해주셨다. 오늘은 하늘에 구름 한 점 없었다. 날씨가 너무도 좋았다.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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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노래부모님 이야기 2019. 5. 5. 05:04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13 시간 전에 마지막을 부른 노래의 이야기이다. 뇌출혈을 당한 뒤 의식이 몽롱한 가운데 부르신 노래가 찬송가였다면 닷새 후 돌아가시기 전에 부르신 노래는 동요였다.) -------------- 글을 못 읽으시는 아버지에게 음악은 새로운 세계였다. 아침 식사를 하면서부터 시작해서 저녁까지 아버지 방에서는 음악이 울려퍼졌다. 찬송가는 물론이고 바이올린, 피아노, 기타, 트럼펫 연주에 교향곡, 관현악, 오페라, 성악 등 악기와 장르를 넘는 아름다운 소리들은 우리의 바쁜 삶의 배경 음악이었다. 어느날 어떤 이유에서인지 유튜브의 옆의 창에 일본 노래 하나가 떴다. 갑자기 아버지가 외쳤다 '어! 후루사토다, 후루사토다! 저거 후루사토야!!' 나는 마치 어린아이가 새로운 것을 보고 소리치듯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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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한 명을 돌보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부모님 이야기 2019. 4. 30. 12:02
아프리카 속담에 "It takes a village to raise a child"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 라는 말이 있다. 힐러리 클린턴이 책 제목으로 사용해서 유명하기도한 구절이다. 곰곰 생각해보면 정말 옳은 소리다. 어린이를 키우는 데 있어서 직계 가족의 사랑만으로는 부족하다. 아이의 조부모, 이웃, 교사, 종교적 지도자, 의사, 정치가, 비영리단체의 봉사 등 '마을' '사회'가 필요하다. 그런데 우리가 간과하기 쉬운 사실은 어린이를 키우는 것과 마찬가지로 노인을 돌보려면 온 마을의 협력이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직계 자손뿐만이 아니라, 손자 손녀, 이웃, 종교적 지도자, 의사, 정치가, 사회 정책, 시설...그렇다, 한 노인을 돌보려면 온 마을이 힘을 합해야한다. 이번에 나는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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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노년의 Plan B 는 무엇인가요?부모님 이야기 2019. 4. 25. 09:39
노년의 Plan B 는? Plan B 는 현실적인 대안을 일컫는 말이다. 모든 요건을 다 만족시켜주는 그런 답은 아닐지라도 실제적으로 적용을 할 수 있는 그런 플랜, 그것을 플랜 B 라고 부른다. 에릭이랑 나는 지난 10 년간, 멀리 계시는 벨기에 부모님, 한국 부모님의 노년을 걱정하여 '자주 '플랜 B 가 뭘까' 라고 둘이 궁리하곤 했다. 우리 둘이 생각하기에 한국 부모님은 미국에 오시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 싶어서 진지하게 초청했으나 툇자 맞았고, 벨기에 부모님의 현재 사시는 집은 노인들이 살기에는 불편한 집이라 여겨 집을 팔고 엘리베이터가 있는 작은 집으로 옮기시라고 권유했으나 그것도 툇자. 우리가 생각하는 플랜 B 와 양가 부모님들이 생각하는 플랜 B 는 달랐다. 그런데 운명이 개입하여 친정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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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제 운명을 알고 싶지 않다면요?스치는 생각 2019. 4. 11. 22:53
오프라의 절친 중, 레베카 할머니는 아주 '유능한' 점성술사 입니다. 손금도 잘보세요. 할머니는 친구, 친구의 친척, 파티에서 만난 사람들, 식당 종업원, 가게 주인---그 누구에게든 '생일이 뭐에요?' 하고 말을 걸고 이야기 나눈 뒤 10 분 안에 그 사람의 인생을 다 읽어내서 '와..' '와...' '와...' 감탄을 자아내는 분입니다. 점성술을 믿기는 커녕 우습게 보던 어떤 대학 교수가 자녀 문제로 힘든 일을 겪고 있을 때 레베카 할머니가 생일 읽고, 손금 읽고, 아이 문제 다 알아내고, 아이 운세까지 다 읽어내고...그래서 교수님이 놀라서 바들바들 떨다가 울게 만들었다...는 이야기 등의 성공사례들이 전설처럼 회자되는 분. 저도 20 대 말엽까지 정다/* 스님의 십이지- 책을 독파하고 점성술과 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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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 상품 후기에서 받는 위로부모님 이야기 2019. 4. 6. 03:12
내 블로그는 오랜 기간 ‘효도 블로그’ 란 별명이 있을 정도로 한국의 부모님께 소식을 전하고, 신변잡기를 기록하는 장이었다. 그래서 부모님이 우리집에 와 계시는 동안은 블로그 업데이트가 전혀 안되고 부모님이 한국에 돌아가신 뒤에 다시 개장되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에는 '애도블로그'가 되어서 죽음에 관한 글만 올라가고 있다. 즉, 독자에 대한 배려가 별로 없는 못된 블로그이다. (독자가 읽기에 편한 글-- 짧고 주제가 투명하게 드러나는 글--이 아니라, '이거 언제 읽지' 싶게 하염없이 길고 주제가 산만한 글을 꾸역꾸역 뱉어내고 있음을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다.) 오빠가 돌아가신 뒤 6 개월 후, 2014 년 초, 한 독자가 이멜을 해왔다. 그녀는 '아기 재워놓고 잠이 잘 오지 않는 새벽에 잠깐 메일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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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오면 봄 또한 멀겠는가?부모님 이야기 2019. 4. 3. 04:28
아버지가 손을 못쓰시게 된 뒤에 어떻게든 손을 움직이게 하려고 한 일들이 몇 개 있다. 종지 하나에 박하사탕을 채우고, 옆에 빈 종지를 두어, 아버지가 박하 사탕을 한 종지에서 다른 종지로 옮기시게 하였다. 지력이 왕성한 아버지가 그런 단순한 동작을 하셔야하는 게 가슴아팠다. 어느 날, 손가락을 굽힐 수 없어서 펜을 잡을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한 공처럼 둥근 플라스틱 펜꽂이를 사서 아버지가 펜을 잡게 해드렸다. "아버지, 쓰고 싶은 거 뭐든 써보세요" 아버지는 잠깐 생각하시더니 아주 천천히 엄마, 오빠, 언니, 나의 이름을 한문으로 쓰셨다. 그리고 잠시 생각하시더니 이렇게 쓰셨다. 나는 '아.....' 하고 소리내었다. 관사가 두 개가 빠지고 동사 하나가 빠졌지만, 아버지가 쓰신 구절은 분명히 영국 낭만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