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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림치료: 눈물 --시어머니의 애도
    카테고리 없음 2023. 6. 14. 06:36

     

    어머님이 많이 그립다. 그림을 그리면서 어머님에 대한 그리움을 달랬다.

    어머님과의 많은 추억이 있는데 계속 떠오르는 기억은 '맘 놓고 울지 못하던 시어머님'의 기억이다. 그래서 눈물의 어머님을 그렸다. (지난 번 그림들처럼 여전히 shamelessly 클림트의 금박 그림을 표방하고 있음)

     

     

    몇 차례 글에서 밝혔듯이 어머님은 눈물을 흘리지 않으셨다. 평온하고 행복한 가정에서 어머님이 울 일은 별로 없으셨으나, 어머님의 마지막 3 년은 참 힘들고 슬픈 일들이 많았음에도 눈물을 내보이지 않으셨다.  친언니가 안락사로 죽음을 택했을 때도 울지 않았고, 노부부에게 활력을 주던 고양이가 죽었을 때도, 울지 않았고, 남편이 불구가 되어 돌보느라 고생하면서도 울지 않았고, 남편이 죽었을 때도 울지 않았다.

    '울지 않는다'는 어머니의 신조였다. 실용주의자인 어머님은 '운다고 되는 일이 없다면 울 필요가 없다'고 믿었고 그런 어머님이 자주 사용하던 구절은 "A quoi ca sert?" (그게 무슨 소용이람?) 였다. 

     2 년 전, 벨기에를 떠나면서 내가 눈물을 흘렸을 때 어머님은 나에게  마음을 단단하게 먹고 울지 말라고 조언하셨다. 어머님 본인도 옛날에는 나처럼 마음이 여려서 울고 했지만 어느 순간, 그래봤자 아무 소용없다는 자각이 생긴 뒤에 스스로를 바꾸었다고 했다. 

    그게 언제였나? 무슨 계기가 있었나? 궁금하지만 이제 알 길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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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머니가 울보인 나를 안타까워하셨다면 나는 나대로 울지 못하는 어머님이 안스러웠다. 어머님은 눈물이 약함의 표현이 아니라 사랑의 표현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런 어머님이 차갑다고 생각해서 섭섭함을 느끼기조차 했었다.

    그러나 나는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한 달 전, 철가면과 같은 어머님의 단호한 얼굴이 눈물을 참느라 일그러진 것을 보았다.  아버님 장례식 사진을 보여드렸을 때였다.

    나는 장례식에 참석하지 못하는 어머님게 보여드리려고 예식 전체를 사진과 동영상으로 찍었고,  어머니와 단 둘이 있을 때 어머니께 사진을 보고 싶으신가 여쭈었다. 어머니 눈이 반짝이고 흥분하시는 게 보였다.  어머님은 여러 사람들로부터 '예식이 잘 끝났다' '많은 사람들이 왔다'  '아름다운 의식이었다' 등등의 요약만 들었지, 정작 누가 어떤 내용의 조사를 읽었는지, 장례식장의 모습이 어떠했는지 아무것도 모르고 계셨기 때문이다.

    아이패드로 장례식 시작 전 찍은 묘원 영상부터, 일찍 와 기다리던 식구들과 손님들, 장례식 장 내부를 보여드리는데 어머니가 '으음...으음...' 하고 신음소리 비슷한 소리를 냈다. 몸이 불편하신가 놀라서 보니 어머님은 감정을 억제하려고 애쓰고 계시는 것이었다. 어머님을 존중하기에 나는 모른척하며 계속 사진과 영상을 열어드렸다.

    자식들이  한 명씩 조사를 읽는 영상에서 어머님의 신음소리가 커졌다. 호흡 곤란인가 싶을 정도로.... 그러다가 40 대의 손녀딸 둘이 눈물을 훔치면서 조사를 읽는 대목에서는 어머니의 어깨가 들썩였고 어머님은 숨을 삼키면서 커지는 신음소리를 감추려고 했다. 마치 구역질이 나는 듯한 끄윽... 끄윽... 하는 소리가 났다. 어머님을 울음을 잘 참으셨다. 그러나 영상이 다 끝난 뒤에 어머님 눈의 눈물이 고여 있었다. 나는 모른 척했다. 어머니를 안아드리고 싶고 함께 울고 싶었지만, 그건 어머님이 원하는 게 아니라서 참았다. 근데 마음이 무척 아팠다.

    어머님이 돌아가신 뒤에 나는 어머님이 눈물을 참던 그 순간이 자꾸 떠올랐다.

    재클린 이모에게 그 이야기를 하니까 이모님은  '이건 비밀인데....' 하시더니 시어머님이 크게 운 적이 있었다고 알려주었다.  아버님의 케어를 어머님이 홀로 감당할 수 없어서 아버님을 요양원에 보냈을 때, 하룻밤 따로 지내면서 어머님은 통곡을 하셨고 이틀 후엔가 아버님을 다시 집으로 모셔왔다고 했다.

    "나는 언니가 그렇게 우는 걸 본 적이 없어'라고 했다.

    그걸 어머님은 우리에게는 감추셨다.  어머니는 우리가 “어머님, 괜찮으세요? 힘들지 않으세요?” 하고 여쭐 때마다
     항상 “괜찮다. 괜찮다. 점점 적응이 되어가고 있다” 라고 하시며 우리를 안심시키려 하셨고, 힘든 일을 다 혼자 감당하려고 하셨다. 우리에게는 눈물도 없고 고민도 없이 모든 일을 다 잘해나가는 그런 어머니로 남으려고 애쓰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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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머님은 왜 혼자 그리도 많은 것을 지고 가시려고 하셨을까? 어머님이 울음을 들어줄 사람이 없어서 울지 못했던 것은 아닌가...믿고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있었다면 울 수도 있었을까.

    자신의 연약함을 자식들과 나누지 않는 것을 강인함으로 믿고 사신 어머니... 이제는 편하시려나.... 편하셨으면 좋겠다. 

    홀로 모든 짐을 다 짊어지려고 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 울어봤자 무슨 소용이야...라고 울음을 삼키지 않아도 되는 세상, 아니 울 일이 아예 없는 세상에서 편히 쉬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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