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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는 나다 (비오는 날의 명상)
    스치는 생각 2019. 11. 29. 04:22

     

    움하하하!!

    호탕한 웃음으로 오늘 아침을 여는 팜페미~~

    비가 옵니다.

    팜페미의 자/궁의 완성을 축하해주기라도 하는 양, 하늘이 비를 내려줍니다.

    저는  '자/궁 소유자' '책상 소유자'만이 아니라 'rain 소유자'가 되었습니다.

    친구들이 보내주는 비 사진, 비 동영상을 보며 대리만족할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오늘도, 내일도, 모래도 비가 올 거라고 합니다. 

    이렇게 좋은 일이 연달아 생기다니....믿을 수 없습니다~~

     

    사진찍어서 올려보겠습니다.

     

    빗소리를 듣기 위해서 문을 활짝 열어놓은터라 넘 추워서 부츠를 신었습니다.

    우중충한 코트까지 걸쳐 입고도 추워 덜덜~

    그러나 이 귀한 빗방울을 내 눈으로 보고, 이 귀한 빗소리를 내 귀로 듣기 위해서 추위쯤이야 감내할 수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을 만끽하려 합니다.

    왜냐, 조금 후에 추수감사절을 함께 하기 위해 온 두 아이의 엄마로 돌아가야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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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들은 오랫만에 집에 와서 곤히 자고 있습니다. 부엌에서는 엄마가 고구마와 피칸파이를 굽고 계십니다.

    저는 잠시 후 땡스기빙 준비로 바빠질 것입니다. '엄마 엄마' 부르는 아이 둘의 엄마 역할로 바빠질 것입니다. 마켓 가는 것을 데이트로 생각하는 남편과 함께 쇼핑을 나가는 부인 역할도 해야지요. 피칸파이가 구워지면 냠냠 먹어치우는 팔순 엄마의 막내딸이기도 하고요.

    그러나 지금은, 아주 잠깐이나마, 저는 '나'로서  자/궁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고 있습니다.

    방이란 공간이 참 신기합니다. 방이 있으니까 '팜펨이란 한 인간' '나 자신'으로 돌아가는 게 이리 쉽네요. 방에 들어와 책상에 앉은 순간 저는 제 자신을 만납니다. 그냥 '나'는 '나'인 '나'.  아무런 노력 없이 그냥 '나'는 '나'임을 자연스럽게 편안하게 받아들입니다. 

    그런 편/안/한 자아 인식은 쉬운 일이 아니었어요. 중년 여성이 (게다가 전업주부가) '자아'를 새삼 확인하게 되는 것은 그닥 긍정적이지 않을 때가 많으니까요. '내 인생 이만큼 왔구나...' '나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지?' '이대로 가면 되는 건가?' ...식의 고민과 엮어져 펼쳐지는 자아성찰..바짝 말라 비틀어진 흉한 생각들. 

    그래서 지금 이 순간, 제가 만끽하고 있는  '나는 나다'라는 담담한 (그리고 비를 맞아서 촉촉한) 자아정체성의 확인이 저에겐 큰 의미가 있어요.  제 방이 만들어진 게 일주일 남짓인데 이 방이 저에게 이런 상상하지 못했던 선물을 해주네요.

    앞으로도 더 열심히 이렇게 멈춰서 '나는 나다'를 확인하면서 살아가야겠다 생각해요. 

    지금 밖의 차가운 공기때문인가, 머리 속까지 좀 냉철해지는 것같아요.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여러 생각들이 혼란을 일으키기는 커녕, 차분차분 자기 자리를 찾아 앉습니다. 30 분간의 짧은 시간 동안, 제 삶의 외양의 변화는 당연히 없었지만, 저의 마음에서는 새로운 자신감과 결심이 생겨났습니다.

    '이제까지 삶에 어려운 순간들의 많은 경우가 어쩌면 내가  '나는 나다'의 주체성을 잃고 허겁지겁 우왕좌왕하는 바람에 생긴 일일 수도 있었어. 힘든 일도 주인의식으로 맞이할 수 있었는데...'

    '지금 내게 있는 마음아픈 고민거리도 엉클어진 실타래를 풀어내려는 호기심과 참을성을 갖고, 까짓거 한번 해보자~ 하는 마음으로 풀어봐야겠구나.'

    '환갑이 지나면 노년이라니, 나도 2 년 후에는 공식적으로 노년이 되는 거야.  앞으로도 나는 '나'로서 생각하고 인생의 고삐를 잡고 가야지.'

    '기찻길처럼 쭉 연결되어 온 삶이 향해있는 방향은 이미 정해져 있는 것같다. 대단한 궤도 수정은 없겠지?. 그러나 바로 그렇기 때문에 더 열심히 살고 싶다.  이뤄지든 아니든 꿈은 계속 꾸고, 되든 안되든 하고 싶은 일들은 계속 하자.'

    '안팎으로 나를 건강하게 키워가자. 나는 나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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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을 마치고, 컴퓨터를 끄고, 방문을 열고 나가는 순간, 나는 이미 뱃속에 든든한 자아를 잉태하고 있을 것입니다.

    나의 이 조그만 방은 '나는 나다'가 매일 새로이 잉태되는 자/궁 입니다.

    이 방이 생겨서 저에겐 정말 이번 Thanksgiving 이 더 의미있는 감사절이 되었습니다.

     

    해피 땡스기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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