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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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를 껴안아주는 아이들의 문자부모님 이야기 2019. 11. 15. 16:22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벌써 1 년이 지났다. 기일은 아이들이 중간고사와 과제로 바쁜 주간이었다. 그래서 중간고사 일주일 전에 집으로 와 아버지 기일을 같이 지켰다. 오후 늦게 묘원에 갔다. 해가 뉘엇뉘엇 지는 묘원에는 사람들이 거의 다 빠져나가서 한적했다. 새소리가 들렸다. 따뜻한 햇살을 등에 받으면서 아버지 묘에 둘러 앉고 섰다. 조용한 가족만의 시간. 아버지가 옆에 계시는 것같았다. 에릭이 기도로 아버지를 기렸다. 꼴렛은 할아버지를 생각하면서 슬플 때 듣는다며 Japanese Breakfast 라는 그룹의 노래를 틀어 우리에게 들려주었다. 에밀은 짧게 '할아버지가 삶을 통해 남겨주신 교훈을 계속 생각하며 살겠다' 라는 이야기를 했다. 나도 내가 준비한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할머니의 힘찬 기도로서 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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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와 천국부모님 이야기 2019. 5. 23. 05:44
아버지는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산책을 나갔다. 날이 흐려도, 추워도, 심지어 비오는 날조차도 산책을 나갔다. 침대에 종일 누워계시는 아버지에게 바깥 바람을 쐬는 게 더할 나위 없는 즐거움이었다. 아무리 호수가 좋다고 하지만 흙길이 아니고 나무들도 많지 않으며 약간 훵~ 하고 트인 심심한 곳이라 일년 내내, 매일 가면 좀 싫증날 수 있지만, 아버지께는 아니었다. 산책에서 나갈 때도, 돌아올 때도 아버지의 얼굴은 화색이 돌고, 눈이 빛났다. "아버지 오늘 산책 어떠셨어요?" 라고 물으면 도대체 감당이 안되게 감격스럽다는 듯, 고개를 옆으로 저어가면서 "아....! 너어--무 좋았어." 하시고는 당신이 본 것을 이야기해주셨다. 오늘은 하늘에 구름 한 점 없었다. 날씨가 너무도 좋았다.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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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노래부모님 이야기 2019. 5. 5. 05:04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13 시간 전에 마지막을 부른 노래의 이야기이다. 뇌출혈을 당한 뒤 의식이 몽롱한 가운데 부르신 노래가 찬송가였다면 닷새 후 돌아가시기 전에 부르신 노래는 동요였다.) -------------- 글을 못 읽으시는 아버지에게 음악은 새로운 세계였다. 아침 식사를 하면서부터 시작해서 저녁까지 아버지 방에서는 음악이 울려퍼졌다. 찬송가는 물론이고 바이올린, 피아노, 기타, 트럼펫 연주에 교향곡, 관현악, 오페라, 성악 등 악기와 장르를 넘는 아름다운 소리들은 우리의 바쁜 삶의 배경 음악이었다. 어느날 어떤 이유에서인지 유튜브의 옆의 창에 일본 노래 하나가 떴다. 갑자기 아버지가 외쳤다 '어! 후루사토다, 후루사토다! 저거 후루사토야!!' 나는 마치 어린아이가 새로운 것을 보고 소리치듯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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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한 명을 돌보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부모님 이야기 2019. 4. 30. 12:02
아프리카 속담에 "It takes a village to raise a child"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 라는 말이 있다. 힐러리 클린턴이 책 제목으로 사용해서 유명하기도한 구절이다. 곰곰 생각해보면 정말 옳은 소리다. 어린이를 키우는 데 있어서 직계 가족의 사랑만으로는 부족하다. 아이의 조부모, 이웃, 교사, 종교적 지도자, 의사, 정치가, 비영리단체의 봉사 등 '마을' '사회'가 필요하다. 그런데 우리가 간과하기 쉬운 사실은 어린이를 키우는 것과 마찬가지로 노인을 돌보려면 온 마을의 협력이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직계 자손뿐만이 아니라, 손자 손녀, 이웃, 종교적 지도자, 의사, 정치가, 사회 정책, 시설...그렇다, 한 노인을 돌보려면 온 마을이 힘을 합해야한다. 이번에 나는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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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노년의 Plan B 는 무엇인가요?부모님 이야기 2019. 4. 25. 09:39
노년의 Plan B 는? Plan B 는 현실적인 대안을 일컫는 말이다. 모든 요건을 다 만족시켜주는 그런 답은 아닐지라도 실제적으로 적용을 할 수 있는 그런 플랜, 그것을 플랜 B 라고 부른다. 에릭이랑 나는 지난 10 년간, 멀리 계시는 벨기에 부모님, 한국 부모님의 노년을 걱정하여 '자주 '플랜 B 가 뭘까' 라고 둘이 궁리하곤 했다. 우리 둘이 생각하기에 한국 부모님은 미국에 오시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 싶어서 진지하게 초청했으나 툇자 맞았고, 벨기에 부모님의 현재 사시는 집은 노인들이 살기에는 불편한 집이라 여겨 집을 팔고 엘리베이터가 있는 작은 집으로 옮기시라고 권유했으나 그것도 툇자. 우리가 생각하는 플랜 B 와 양가 부모님들이 생각하는 플랜 B 는 달랐다. 그런데 운명이 개입하여 친정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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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 상품 후기에서 받는 위로부모님 이야기 2019. 4. 6. 03:12
내 블로그는 오랜 기간 ‘효도 블로그’ 란 별명이 있을 정도로 한국의 부모님께 소식을 전하고, 신변잡기를 기록하는 장이었다. 그래서 부모님이 우리집에 와 계시는 동안은 블로그 업데이트가 전혀 안되고 부모님이 한국에 돌아가신 뒤에 다시 개장되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에는 '애도블로그'가 되어서 죽음에 관한 글만 올라가고 있다. 즉, 독자에 대한 배려가 별로 없는 못된 블로그이다. (독자가 읽기에 편한 글-- 짧고 주제가 투명하게 드러나는 글--이 아니라, '이거 언제 읽지' 싶게 하염없이 길고 주제가 산만한 글을 꾸역꾸역 뱉어내고 있음을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다.) 오빠가 돌아가신 뒤 6 개월 후, 2014 년 초, 한 독자가 이멜을 해왔다. 그녀는 '아기 재워놓고 잠이 잘 오지 않는 새벽에 잠깐 메일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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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오면 봄 또한 멀겠는가?부모님 이야기 2019. 4. 3. 04:28
아버지가 손을 못쓰시게 된 뒤에 어떻게든 손을 움직이게 하려고 한 일들이 몇 개 있다. 종지 하나에 박하사탕을 채우고, 옆에 빈 종지를 두어, 아버지가 박하 사탕을 한 종지에서 다른 종지로 옮기시게 하였다. 지력이 왕성한 아버지가 그런 단순한 동작을 하셔야하는 게 가슴아팠다. 어느 날, 손가락을 굽힐 수 없어서 펜을 잡을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한 공처럼 둥근 플라스틱 펜꽂이를 사서 아버지가 펜을 잡게 해드렸다. "아버지, 쓰고 싶은 거 뭐든 써보세요" 아버지는 잠깐 생각하시더니 아주 천천히 엄마, 오빠, 언니, 나의 이름을 한문으로 쓰셨다. 그리고 잠시 생각하시더니 이렇게 쓰셨다. 나는 '아.....' 하고 소리내었다. 관사가 두 개가 빠지고 동사 하나가 빠졌지만, 아버지가 쓰신 구절은 분명히 영국 낭만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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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아, 똥같은 (shitty) 직업을 두려워하지 마!부모님 이야기 2019. 4. 2. 14:58
따다따다, 샤악샤악, 챡챡챡챡 스윽스윽. 부엌에서 칼춤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나는 살림을 시작했다. 아버지 수발을 들기 시작하면서 결혼 전은 물론이고 결혼 후에도 20 년간 남편의 이해와 관용을 밥삼아, 아이들의 무지를 반찬삼아 잘도 피하고 도망다니던 밥하기, 부엌일은 끝났다. 달걀 프라이에 김치 볶아주고, 거기에 김 몇 장 잘라주면 “엄마, 그레잇 디너! 땡큐~~!” 남발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뿌듯해하던 사깃꾼 엄마는 없어졌다. 완전 대대적인 변화가 진행되었다. 아이들은 자라면서 이것저것 줒어먹을 곳도 많고, 몸이 건강하니 줒어먹어도 괜찮지만 아버지는 아니었다. 모든 음식에 구역질을 하셔서 누릉지만 드시다보니 영양 부족으로 몸이 엉망이 되어버렸다. 좋아하던 음식들이 다 역해지고, 소화할 수 있는 능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