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 이야기
-
아버지의 "좋은 생각"부모님 이야기 2016. 3. 23. 17:00
아버지를 너무 오래 혼자 두었다! 부엌 일 하다가 놀라서 아버지 방으로 뛰어갔다. 아버지는 어두운 방에 조용히 누워 계셨다. 이제는 몸을 움직이지 못하고 종일 누워 있어야하는 아버지.그렇게 좋아하시는 책읽기도 못하시고식사도 혼자 못하시고,그저 누가 등을 돌려주어야 잠시나마 침대에 눌려 배기는 등을 쉬실 수 있다. 엄마와 나는 아버지 식사 준비, 수발, 마사지를 교대로 하면서 갓난아기를 나은 아기 엄마와 친정 엄마의 역할을 교대한다. 아무리 열심히 해도 아버지의 긴 하루를 의미있고 행복하게 해드리기란 쉽지 않다.왜냐, 가장 좋아하는 것, 책읽기를 하실 수 없기 때문이다.그래서 음악을 틀어드리고 유익한 방송들을 보여드리곤 하지만 그것은 아버지가 홀로 앉아 탐구하던 지성의 세계와는 사뭇 다르며종일 음악, 설교..
-
손톱깎이로 보는 삶부모님 이야기 2014. 10. 1. 10:13
아버지의 손이 예전과 다르다. 손가락 마디가 자주 아프시고 섬세한 손길이 필요한 일을 못하신다. 마치 어린 아이가 신발 끈을 매는 것처럼 천천히 어렵게 손톱을 깎는 모습을 본 뒤 안되겠다 싶었다.미끄러지지 않고 다루기도 쉬워보이는 큼직한 손톱깎이를 사드렸다. 어느날 부모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 손이 굽은 아버지께는 발톱을 깎는 건 손톱깎기보다 더 힘든 일임을 알게 되었다.두 분 다 고군분투해온 일이었다. 항상 모든 일을 같이 하시지만 귀 청소나 손톱 발톱은 각자 알아서 하는 일로 되어 있었고, 그래서 각자 안 잘리는 발톱을 갖고 혼자, 따로따로 고생하셨다가 상대방도 발톱갖고 고생하는 거 알고 '아, 당신도 그랬구나....' '당신도 그래요?' 하고 반가워하시더라. 허허. 못자른 발톱은 안으로 굽..
-
전화 공포증...시편 112:7부모님 이야기 2014. 1. 31. 11:25
나에게 없던 공포가 생겼다. 밤에 충전을 할 때마다 나는 공포감에 사로잡힌다. 아침에 셀폰을 열 때 나는 잠시 두려움을 느낀다. 밤에는 나쁜 소식이 올까봐. 아침에는 밤 사이에 나쁜 소식이 왔을까봐. 내가 전화기 공포증에 걸린 날을 나는 기억한다. 정확히 작년 6 월 2 일, 새벽에 전화기를 열면서였다. 전날 사막의 집에 에릭이랑 단 둘이 갔다. 에릭 동료 집에서 파티를 하고서 사막에 도착한 게 늦은 시간, 둘 다 너무 피곤해서 저녁을 대강 먹고 쓰러져 잤다. 새벽에 일찍 일어나 고요한 아침 경치를 즐기고 셀폰을 열었는데 부재중 전화가 숫자가 거의 20 개나 되었다.나는 알수 없는 공포에 사로잡혔다. 무슨 일이 났구나.무슨 일일까...무슨 일일까.. 엄마 아버지랑 애들을 얼바인에 두고 왔는데 그들에게 무..
-
아버지와 아이패드부모님 이야기 2012. 1. 11. 05:39
그저께 저녁, 식사 준비하는데 아이들 방에서 노래 소리가 흘러나왔다. "케레사 세라~~" 옛날 노래인데? 이상하다 싶어서 방으로 갔다. 애들 방은 열려 있고 각기 조용히 숙제하느라 바빴다. 그럼 이 소리는 어디서? 옆 방에서였다. 아.버.지?!! 문을 여니 아버지가 도리스 데이의 케세라 세라를 듣고 계셨다. "엄마, 엄마~~" 나는 불이라도 난 듯이 부엌의 엄마에게 달려갔다. "엄마가 아버지한테 유튜브 동영상 열어 드렸어요?" "아니, 난 아무 것도 안 했는데, 무슨 일이야?" "아버지가 음악을 듣고 계셔요." 엄마랑 나는 아버지 방으로 달려갔다. 내가 아까 문 열었을 때 내 소리는 듣지 못하셨었나, 엄마와 내가 들어가니 아버지가 깜짝 놀라시더니만 수줍게 웃으신다. 팔순이 훌쩍 넘은 아버지께 아이패드는 ..
-
부모님 회복/혈압약 복용/부모님 이야기 2011. 12. 5. 15:52
엄마 아버지가 오자마자 많이 아프셨습니다. 엄마는 한국에서 걸린 감기가 안 나아 2 주 넘게 고생하셨는데 오셔서 사흘 지나니 회복되기 시작, 엄마에게 차도가 있어서 다행이다 싶었던 즈음, 아버지가 감기에 드셨어요. 그래서 근 열흘 무척 고생하셨어요. 당뇨 치수가 뛰어 오르고, 식욕이 없으셔서 식사를 잘 못하시고, 이러다가 한국에 모셔다드려야하나 걱정할 정도까지 되셨다가 한 나흘 전에 식사를 정상적으로 하시고, 운동도 하시게 되었어요. 수막염 증상으로 저를 긴장시켰던 룰루에 이어 랄라가 아파 근 이 주 온 집안에 병기가 감돌았는데 그 릴레이 대를 받아 엄마가 앒으시고, 그 뒤에 아버지 선수께서 릴레이를 해주시는 바람에 (^^) 한 달 넘게 이 식구, 저 식구 번갈아가면서 병간호를 했어요. 저도 잠시 감기를..
-
할아버지의 붓, 할머니의 먹부모님 이야기 2009. 2. 5. 01:53
오랫만에 아버지께서 붓글씨를 쓰셨다. 몇 달 전, 내가 이번에 미국 오실 때에는 아버지께서 붓글씨를 좀 써달라고 부탁을 드렸더니, 엄마 아버지가 좋은 한지, 붓, 먹, 벼루를 구해서 미국에 가지고 오셨다. 엄마가 먹을 갈았다. 순식간에 온 식탁에 향기가 퍼졌다. 아이들은 신기해하며 조용히 구경했다. 엄마는 먹 가는 내내 아버지께 정확한 조언을 해주셨다. '먹이 충분히 안 갈렸어요. 글씨가 흔들리네요. 좀 크게 쓰세요. 간격을 맞춰야겠어요...' 자녀를 먹여 키우느라 평생 수고한 엄마의 손. 아버지가 붓을 들어 힘찬 필치로 글씨를 쓰듯이, 세상을 살아갈 수 있도록, 엄마는 준비해주고, 기다려주고, 밀어주고,묵묵히 묵을 가셨다. 고마운 엄마. 먹을 가는 엄마 손과 붓에 먹을 묻히는 아버지의 손이 만나는 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