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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엄마를 껴안아주는 아이들의 문자
    부모님 이야기 2019. 11. 15. 16:22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벌써 1 년이 지났다.

    기일은 아이들이 중간고사와 과제로 바쁜 주간이었다. 그래서 중간고사 일주일 전에 집으로 와 아버지 기일을 같이 지켰다.

    오후 늦게 묘원에 갔다. 해가 뉘엇뉘엇 지는 묘원에는 사람들이 거의 다 빠져나가서 한적했다. 새소리가 들렸다. 따뜻한 햇살을 등에 받으면서 아버지 묘에 둘러 앉고 섰다. 조용한 가족만의 시간. 아버지가 옆에 계시는 것같았다.

    에릭이 기도로 아버지를 기렸다. 꼴렛은 할아버지를 생각하면서 슬플 때 듣는다며 Japanese Breakfast 라는 그룹의 노래를 틀어 우리에게 들려주었다. 에밀은 짧게 '할아버지가 삶을 통해 남겨주신 교훈을 계속 생각하며 살겠다' 라는 이야기를 했다. 나도 내가 준비한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할머니의 힘찬 기도로서 조촐한 예배가 끝났다. 

     

    아이들이 학교로 돌아갔고, 일주일 후 아버지 기일이 되었다. 

    아침 일찍 딸아이가 나에게 문자를 보내왔다.


    "Thinking about you on the one year anniversary of harabuji's death.

    I hope you and Halmoni have peace and rest today. I love you so, so, so much."

     

    엄마는 손녀가 기억해준 게 고마워서 눈물을 흘리셨다.

    두어 시간이 지나 아들아이는 할머니께 직접 문자를 보냈다.

    "Halmoni, I'm so happy you are with us!

    Just like how you took care of Harabuji, we will always be there for you.

    It is nice to have a sceond mother in the family."

     

    평소에 자기 표현을 잘 안하는 아이가 '우리가 할머니를 지켜드리겠다' 라는 소리를 해서 나도 놀랐다.

    엄마는 당신을 'second mother' 라고 부른 것에도 감동을 받았다.

     

    '얘들이 보내준 문자 생각하면 눈물이 나네...' 하시며 엄마는 몇번이나 눈물을 훔치셨다.

    아이들 덕에 슬픔은 가셨다. 위로해주고 보듬어주는 게 감사해서 흘리는 눈물이었다.

    엄마와 내가 가장 슬픈 날, 아이들은 멀리서나마 문자로 우리를 껴안아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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