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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니의 스웨터와 친정 어머니카테고리 없음 2023. 7. 24. 21:02
내가 병상의 시부모님을 응원해 드린답시고 벨기에에 급히 날아갔던 3 월, 나는—그리고 온 식구들은—-시어머님이 먼저 세상을 떠나실 것이라고 예견하고 있었다. 항암 치료가 효과가 없어서 중지한 뒤 물, 요구르트 한 통, 단백질 음료 한 통이 어머님의 하루 식사. 피골이 상접하고, 항암치료로 머리카락이 다 빠지고, 수시로 구토를 하는 어머님의 모습은 곧 죽음을 앞둔 사람의 모습이었다. 그런데 어머님보다 아버님이 갑자기 돌아가셨다. 나는 아버님 장례에 참석하기 위해 일정을 연기하고 며칠 더 머물 게 되었다. 의사가 어머님은 당장 내일 돌아가실 수 있을 정도로 상태가 안 좋다고 했지만, 어머니의 임종을 지키고 싶었지만, 미국의 집에 친정어머니가 혼자 남아 계셔서 돌아갈 일정을 잡았다. 브뤼셀을 떠나기 전 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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끌로드와 유젠 부부카테고리 없음 2023. 7. 22. 23:21
이제 곧 자연의 품을 떠나 도시로 돌아간다. 남편은 자전거를 타고 나가 종일 근처를 탐사했다. 나는 남편의 양해를 구하고 집에 머물렀다. 차, 커피, 차… 마시면서 한 자리에서 호수를 오래오래 바라보았다. 자연의 위로가 필요했다. 오늘은 참 슬픈 날. 오늘 아침, 나와 무척 가깝게 지냈던 파리의 대학의 지도교수, 끌로드 교수님의 남편, 유젠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받았다. 끌로드 교수님은 내가 파리에서 공부를 할 수 있게 발판을 마련해 주셨고. 내가 학위를 마친 날, 손수 구운 파이와 샴페인으로 축하해 주신 마음이 따뜻한 분이다. 나는 끌로드 교수와 남편 유젠의 가족 여행을 함께 갈 정도로 친하게 지냈고 부모님도 교수님 내외와 인사를 나누고 카드를 주고받는 사이가 되었다. 미국에서 에릭을 만나 사귀기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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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드레아 리 여사 작품 콜렉션카테고리 없음 2023. 7. 21. 05:06
나는 엄마가 돌아가시기 전에~~~ (앞으로 한참 뒤의 일이겠지만!) 꼭 하고 싶은 게 있었다. 이제까지 엄마가 나를 위해 만들어준 옷들 중 아직도 내가 갖고 있는 옷들의 사진을 찍어 한 앨범을 만드는 일이었다. 나에겐 앙드레 김 보다 더 멋진….(음….. 엄마 이름을 뭐라고 할까?) 그래, ’앙드레아 리‘ 디자이너! 앙드레아 리 여사가 우리 삼 남매의 옷을 많이 만들어주셨지만 특히 내 옷을 많이 만들게 된 계기가 있다. 대학교 때 입고 싶은 분위기의 옷들이 있었다. 화려한 색상, 독특한 디자인의 옷들. 그런 걸 파는 데가 없었고, 판다고 해도 살 돈도 없었다. 그러나 그걸 엄마에게 이야기하니 엄마의 창의력과 솜씨를 다 살려서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예쁘게 만들어주셨다. 상의에 레이스를 잔뜩 박은 보라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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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석 분석카테고리 없음 2023. 7. 20. 09:49
지난번 방문했던 묘지 중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생빅토르란 장소에서 사망한 16 세 데네에지 클루티에와 15 세 안-마리의 묘비. “데네에지 클루티에, 1883 년 10 월 23 일, 16 세, 생 빅토르에서 사망 안-마리 15 세, 생 빅토르에서 사망.” 나는 지난번 포스팅에서 ‘데네에지와 안마리는 자매였을까? 같은 날 같은 곳에서 사망한 것인가? 사고사? 죽음의 원인이 무엇일까?’ 라고 적었었다. 궁금해서 조사를 해보았더니 놀랍게도 데네에지에 대한 정보가 있었다. 나는 16 세의 그녀가 ‘소녀’라고 추측했었는데, 출생 기록을 보니 그녀는 기혼녀였다. 1883 년 1월 22 일, 농부인 필립 그롱뎅 (Philippe Grondin)과 결혼했고, 그 해 10 월 23 일 사망한 것이다. 자료에 의하면 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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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삶, 놀음카테고리 없음 2023. 7. 20. 01:07
구체적인 여행 계획 없이 떠나는 자동차 여행의 묘미는 ‘우연한 발견‘과 그것이 주는 새로운 인식과 새로운 다짐이다. 이번에도 그런 일들이 많았는데,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을 적어보겠다. —— 내 몸의 두드러기가 심해져서 유기농 야채를 구입해야했다. 우리는 운전을 해서 숙소에서 약간 떨어진 ‘몽매니으 (Montmagny)‘ 로 갔다. 역사가 오래된 이 도시는 우리 숙소가 위치한 작은 마을에 비교하면 큰 도시와 같았다. 중심 대로는 자동차 딜러, 패스트푸드 체인점, 옷가게, 식당 등등이 줄지어 있어 미국의 소도시와 다를 바 없었다. 샤핑을 마친 뒤, 이 도시를 한번 돌아보자고 하다가 눈에 드는 한 공원이 있어서 차를 세웠다. Promenade du Bassin. “배수지 산책로” 라 불리우는 공원.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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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의 카약카테고리 없음 2023. 7. 19. 12:34
비가 많이 내렸어요. 아무것도 못하고 숙소에 앉아 있는 날이 많았지만 저에게는 참 필요한 시간이었고, 그래서 만족했어요. 남편이 아파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것도 있었어요. 건강하던 사람이 아프니까 안쓰럽데요. 그러다 보니 제 표정은 ‘(가만히 있는 것이) 행복함’과 ‘(남편에 대한) 걱정’이 혼합. 남편이 깨끗하게 회복되어 일어났습니다. 이것 하고 싶다 저것 하고 싶다—-wish list 가 랩처럼 속성으로 쏟아져 나오는데…. 스스로를 ‘우리에 갇힌 사자’와 같다고 비유하더군요. 일기예보를 정독하면서 비가 조금이라도 멈추면 나가서 뭔가를 하려고 궁리하더니 토요일이 비가 안 오는 유일한 날일텐데 한 1 시간 정도 드라이브를 하면 전망 좋은 곳에서 카약을 할 수 있다고 하였어요. 저는 물을 좋아하지 않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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퀘백—마음 가는 대로 하는 여행카테고리 없음 2023. 7. 19. 02:21
다른 숙소로 이동하는 날. 내내 비가 내리다가 하/필/이/면 이동하는 날, 날씨가 좋다. ㅠ 그러나 날씨가 좋은 것만 해도 감지덕지. 오늘도 아무 데나 서고 싶은 데 서고, 걷고 싶은 대로 걷는 여행을 하자 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길을 떠났다. 마음 가는 대로 하는 여행… 일부러 고속도로 대신 샛길을 택해 달렸다. 바다면 바다, 강이면 강, 호수면 호수, 들판이면 들판, 이번 여행은 넓게 트인 경치를 많이 즐기고 있다. 한 마을의 아주 작은 채플이 귀여워서 지나가면서 사진에 담았다. 메이플시럽을 추수하는 장치도 보았고.. 이 도시면 혹시 먹을 데가 있지 않을까? 하면서 내린 곳. 큰 식당 하나, 피자 식당 하나, 음료 위주의 sports bar 가 눈에 띄었다. 성당의 주차장에 주차했는데 그 순간 종이 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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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로랑스 강변/ 그림일기카테고리 없음 2023. 7. 17. 10:54
피요르드 마을을 떠나 새로운 동네에 와 있어요. 숙소가 아주 예뻐요. 바로 앞에 생로렝스 강이 있고, 나무로 가려져 있어서 프라이버시가 완벽히 보존되는 곳. 에릭은 오자마자 망원경을 설치해서 보고 있어요. (에릭이 이번에는 망원경과 자전거를 갖고 왔어요. 여행할 때 에릭이 저보다 짐이 많은 적은 이번이 처음). 이곳에 도착한 다음날은 바람이 많이 불었고, 비가 내렸어요. 그래도 걷자! 하고 해변을 걸었어요. 걸으면서 여기 지역민들은 어떻게 재밌게 살고 있는가를 볼 수 있었어요. 관광객인 우리는 스웨터에 우비를 입고 ‘날씨가 춥다 춥다’ 하는데 이 동네 사람들은 Kiteboarding 을 하고 있고, 아이들은 수영복 하나만 걸치고 물에 뛰어들어가 놀고 있었어요. (에릭이 물에 발을 담가보더니 물이 그리 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