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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ep looking up!카테고리 없음 2023. 12. 16. 07:37
벗님들, 오랜만이에요. 저는 잘 지내고 있어요. 정밀 검사 받고 있고요. 전체적으로 몸도 마음도 편해요. 사랑하는 이들의 품 안에서 따뜻한 사랑을 받으니 힘과 용기가 나네요. 낙천적인 마음가짐으로 전진해나가고 있습니다. 스누피 만화 중에, “Keep looking up! That’s the secret of life” 란 구절이 있었는데 그 구절이 많이 생각나는 요즘입니다. 참 감사한 나날입니다. Have a good day, everybody! Much 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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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하니 행복하다카테고리 없음 2023. 11. 30. 09:27
올해 추수감사절은 온 가족이 함께 할 수 있었던 특별한 시간이었다. 우리는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을 조금이라도 더 오래 가지려고 요즘 몹시 바쁜 아들이 사는 도시에 에어비엔비 숙소를 찾아 닷새 일정으로 내려갔다. 식탁은 언제나처럼 단출했다. 남편이 겨자, 와인 소스에 닭고기와 감자를 조리고, 내가 샐러드 만들고, 룰루의 친구가 보내준 디저트가 전부였지만 웃음과 스토리가 풍성했다. 여행 내내 날씨가 화창해서 산책, 달리기, 세일링, 젯스키 등등, 야외 활동을 할 수 있었다. 돌아오기 전 날, 룰루의 27 세 생일 축하도 했다. 내가 며칠간 만든 25 분짜리 동영상을 보며, 온 가족이 많이 웃고, 행복했던 옛날을 추억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모든 가족 여행은 즐겁기 마련이나, 이번에는 어머니와 나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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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기도카테고리 없음 2023. 11. 5. 01:46
엄마의 암이 자랐고 수술이 필요하다는 결과가 나온 뒤 병원에서 시술 날짜를 잡아 주었다. 10 월 23 일. 하필이면 아버지의 기일. 또한 그날은 엘에이로 전근을 온 딸이 첫 출근을 하는 날이다. 여러모로 묵직한 의미가 있는 날이다. 성묘 엄마 시술 전 날, 딸과 아버지 묘소에 다녀왔다. 엄마는 몸이 불편하셔서 집에서 쉬셨다. 나는 매번 성묘 갈 때마다 아버지를 연상시키는 물건이라던가 아버지가 좋아하시는 것을 들고 간다. 이번에는 아버지가 각별히 사랑했던 시인 죤 키이츠의 시 포스터와 키이츠의 얼굴이 실린 엽서를 들고 갔다. 포스터는 1991 년의 런던 여행의 추억이 서린 귀중품. 파리 유학 중이던 나를 보러 오신 부모님을 모시고 영국 여행을 했을 때 우리는 런던 치하철 내부에 주옥같은 영시/명시들이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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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이 풀려도...카테고리 없음 2023. 11. 4. 01:20
한 달 넘게 블로그에 들어오지 못했다. 최근 들어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그 이전에는 전체적으로는 꽤 양호한 상태였었다. 나는 겉으로는 아무런 징후가 없고 (간암 초기의 특징), 암 치료를 받으시는 어머니도 마찬가지로 고통을 받고 계시지는 않다. 엄마의 영어 공부는 계속되고 있었고, 나의 스페인어 공부도 약간 고삐가 늦춰지긴 했지만 계속 진행되었고, 묵상과 기도와 독서는 일상의 지속적으로/간신히 일상의 중심과 균형을 잡아주었다. 지인들의 기도와 사랑의 지지도 큰 힘이 되었다. 그래서 나의 마음의 날씨 예보는 한동안 쭉 '가끔 흐리나 맑음'이었다. 그러나 한 달여 전부터 마음의 평정을 유지하는 게 어려워졌다. 매일 일어나는 예기치 못한 일들 때문이었다. 엄마는 노령이시라 몸에 작은 문제들이 (고열, 피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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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의 윙크카테고리 없음 2023. 9. 18. 01:57
사촌이라기보다는 막내 동생처럼 가까운 J 가 문자를 보내왔다. 아버지 (나의 이모부)가 위독하셔서 급히 한국으로 가게 되었다는 소식이었다. 문자를 받고 답장을 하려는데 손이 떨렸다. 이모부는 나에게 참 소중한 분이어서였다. 아버지가 위독하다는 소식에 긴 비행기 여행을 하는 J의 처지가 너무도 슬프게 다가왔다. 10 년 전, 오빠가 중환자실에 계신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던 나는 J 가 겪을 마음고생이 어떠하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어서였다. --- 다음 날 새벽, 눈을 뜨자마자 평소에 하지 않는 일---전화기를 열고 카톡 문자를 체크했다. 이미 이모부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이 있었다. 엄마께 소식을 전해드리고 같이 울다가 문득 J 생각이 났다. 시간을 보니 아직 비행기 안이었다. 임종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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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우먼"카테고리 없음 2023. 9. 15. 00:26
(친구들, 제가 따로따로 소식을 전할 수 없어서 여기에 올려요) 아직 의사를 만나지 못했지만 이메일로 결과가 왔다. 암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남편과 나는 침묵 속에 마음을 추슬렀다. 엄마께는 말씀드렸다. 꽤 담담하게. 엄마의 얼굴이 절망으로 무너지는 모습에 나 역시 잠시 흔들렸지만 그래도 울지는 않았다. 엄마가 나를 위해서 얼마가 강하신가를 잘 알고 있어서, 그 신뢰가 주는 평화가 있다. 그러나 아이들에게는 어떻게, 언제 소식을 전하나가 고민되었다. 낮에 일할 때는 방해가 되는 건 아닐까? 밤에 하면 아이들이 생각이 더 복잡해질 수도 있을까? 여러 생각하다가 오후 늦게 두 아이 다 일을 마칠 무렵에 문자를 보냈다. "얘들아, 결과가 나왔어. 암이야. 다음 주에 선생님과 면담하고 어떻게 치료할지를 결정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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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알아이, 눈물, 전쟁카테고리 없음 2023. 9. 11. 14:54
MRI를 받았다. 두 번 눈물을 흘린 날. 시작은 아주 활기찼다.. 현관에서 어두운 얼굴로 나를 바라보는 엄마께 웃으면서 바이바이~~ 잘 다녀올게요 인사. 엄마가 억지 미소를 지으셨다. 엄마의 속생각이 다 읽혔지만 그래도 미소 지을 수 있는 것만 해도 어딘가. 굿~~~! 병원에 내려준 남편에게 웃으면서 땡큐, 씨유레이러! 이른 시간, 한적한 대기실, 병원 직원이 굿모닝 인사한다. 나도 환한 미소로 답했다. 눈매가 서글서글한 간호사가 나를 탈의실로 인도하면서 '팬티만 빼놓고는 다 벗어야 하며, 귀금속이니 머리핀도 다 빼야 하며.....'라고 설명을 해주었다. 엄마가 엠알아이 받으실 때 탈의실과 검사실에 들어가서 도와드렸기 때문에 익숙한 절차. 방긋 웃으면서 '땡큐~~' 했다. 탈의실 문을 잠그고 옷을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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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환자의 영어공부카테고리 없음 2023. 9. 8. 08:50
얼마 전 건강검진에서 갑작스레 생긴 종양이 발견되었고 '암이 의심된다'라는 결과를 받았다. 엠알아이를 받아야 한다. '암'이란 병은 참 이상하다. 정확한 진단이 내려지지도 않았는데도, '암일 가능성'이란 말이 잠시 '죽음의 선고'와 같은 충격을 주니 말이다. 이제까지 나의 무수한 크고 작은 건강 문제에도 동요하지 않던 남편도 이번에는 놀라서 말을 잊었다. 나의 가장 큰 걱정은 엄마. 엄마는 내가 감기만 걸려도 걱정하시는데, 암일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어떻게 하나... 처음 이틀간 머리도, 마음도 아주 복잡했다. 앞으로 어떤 일이 있을지 모르는 불확실성의 시간은 참 사람을 조급하게 만들고, 불안하게 만든다. 이제까지는 굳이 생각할 필요가 없었던 문제들---예를 들어, 내가 암투병을 하게 된다면. 암투병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