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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바인 화재 (실버라도 캐년 화재)스치는 생각 2020. 10. 27. 07:58
어젯밤부터 바람이 너무 심해서 바람 소리때문에 두어 번 깼어요. 아침에 일어나보니 어제 행복해하면서 손빨래해서 널어놓은 옷들은 ('된장찌개 행복'에서 쓴 그 손빨래 ㅠ ) 다 훨훨 날아가 나뭇잎들더미에 묻혀있고, 음산하게 아름다운 하늘. 창문이니 문이니 다 닫혀있었지만 이미 방에 연기 냄새가 났어요. 오늘 병원에 갈 일이 있어서 8 시경에 운전해서 가는데 동네의 그 아름다운 나무들이 뿌리채 뽑혀서 굴러다니고 있고 (시속 100 km 정도의 바람!) 언제고 나무가 뚝 끊어져서 차를 덥칠지 몰라서 좀 두려웠어요. 주차장에서 걷는데 바람때문에 휘청거림. 도대체 밤 내내 불던 바람이 어떻게 지금까지 이렇게 기승이지? 어디에 불이 난 걸까? 뉴스를 확인해보니, 얼바인 근처의 산에서 아침 7 시 경 산불이 났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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된장찌개 행복모성- doodle 2020. 10. 26. 14:58
어제와 오늘, 오랫만에 처음으로 엄마가 몸이 편해지셨다. 아직도 완전히 나으신 건 아니지만, 그래도 엄마가 기력을 되찾으시니 내 마음이 편안하고 행복했다. 어제, 오늘, 엄마 맛있는 잡채와 된장찌개를 해주셨다. 난 엄마가 고생하는 게 안스러워 말렸지만 엄마는 부엌 일을 하는 게 행복하다신다. "내 친구들은 60 넘은 뒤에는 부엌일이 지긋지긋하다고 하는데, 난 그게 이해가 안갔어. 지금도 난 부엌에서 일할 때 행복해" 라고 전혀 이해가 가지 않는 말씀을....ㅠ 점심 후 에릭과 엄마와 나, 셋이 나란히 앉아 zoom 으로 예배를 드린 뒤, 엄마는 부엌에서 콧노래를 부르며 일을 하시고, 에릭은 혼자 수영, 사이클링, 달리기로 미니 삼종경기를 하고 왔고 나는 내 방에 틀어박혀 종일 책 읽고, 그림 그리고,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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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의 나이, 맘의 나이스치는 생각 2020. 10. 22. 15:22
방 정리를 하던 중 예전, 내가2003 년에 쓴 글들을 발견했다.브러셀 시댁을 방문했을 때 나 혼자만의 시간을 갖겠다고 기차를 타고 빠리에 가서 친구들을 만난 뒤, 그중 나랑 가장 가까웠던 프랑소아즈를 만난 뒤의 감상을 쓴 에세이 세 편이었다.그 글들은 여러모로 많은—사뭇 상반된—생각들을 불러일으켰고, 내 생각들을 정리해보기 위해서 옛 에세이들 세 편을 다 혼합해서 새 에세이로 묶어보았다. ——- ‘노란 자전거’ 프랑소아즈와 자주 가던 카페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멀리서 어떤 자그많고 날씬한 몸집의 여성이 노란 자전거를 타고 오는 게 보였다. 그녀는 카페 가까이 사거리에서 날렵하게 자전거에서 내리더니 손쉽게 자전거를 접어 들더니 씩씩하게 사거리를 걸었다. 접이식 자전거도 신기하고, 선명한 노란색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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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몫의 재산은 오빠에게 주세요’—첫째에게 감사합니다모성- doodle 2020. 9. 20. 15:58
15 년 전, 엄마가 몹시 편찮으신 뒤, 친정부모님이 본인들이 이제 생을 마무리짓는 단계에 왔다고 여기셨는지 그때까지 내내 생각해왔던 죽음에 대한 준비를 구체적으로 논의하시곤 했다. (묘소는 교회 묘지, 장례식은 간단하게, 장기기증 서류와 유서작성, 재산은 계속 절약해서 자식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남겨주자.. 등등) 나는 그때 부모님께 말했다. "재산을 나눠주실 때 저는 빼줘요. 오빠한테 제 몫을 주세요." 엄마 아버지는 의아해하셨다. 왜냐, 당시 나와 남편의 핵가족은 아주 행복했지만 살림은 그다지 넉넉하지 않았고, 매해 우리집을 방문하시는부모님은 그걸 잘 알고 계셨다. 오빠는 자녀가 없고, 편안한 회사생활을 하기에 우리보다는 훨씬 더 넉넉했다. 그러니 내가 받을 몫의 재산을 오빠께 다 드리라는 말이 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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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아이언우먼”모성- doodle 2020. 9. 15. 16:53
(긴 하루 보내고 쓰러져서 자려던 나, 친구가 보내준 북한산 사진 보고 기운이 뻗쳐 블로그에 글 올리고 있음.ㅋ) 나를 엄마로 만들어준 첫째 아이, 아이 덕에 나는 변했다. 나는 불끈불끈 힘이 솟고 뭐든 할 수 있을 것같고, 두려운 게 없어졌고, 담대해졌고, 세상이 사랑스럽게보였고, 모든 아이들을 귀하게 여기게 되었고, 그 아이들을 위해서 이 세상을 지켜야한다는 사명감에 불타곤 했다. 그 전에도 나는 강한 여성이었지만 아이를 낳은 뒤에는 더더욱 강해졌다. 남들은 그저 색깔 안맞는 옷 대강 입고 머리가 부스스한 동글동글한 동양 아줌마가 아이 업고 다니는구나 했겠지만... 나 스스로에게 나는 원더우먼에, 마징가제트에 소머즈에 육백만불의 사나이가 혼합된 무시무시한 힘을 가진 엄마였다. 요즘으로 따지자면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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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울렁증 할머니의 미국 병원 생존기 (투병기 2)엄마 2020. 9. 8. 03:12
아침에 엄마께 전화를 했다. 전화를 안받으시니 밤새 뇌진탕이 진행되기 시작했나, 심장에 문제가 있었나 걱정이 들었다.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면 병원에서 연락을 했을테니 아무 일도 없었음이 분명하지만 엄마를 병원에 혼자 두고 온 게 마음에 걸려서였다. 간신히 8 시 경에 엄마와 통화가 되었다. “아... 팜펨아!~~” 밝은 목소리. 나는 안도했다. 엄마가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말씀하신다. “난 잘 잤어. 근데 여기 너무 춥다. 아버지 생각나더라. 아버지 응급실 모시고 갈 때 네가 털모자랑 큰 담요를 갖고 응급차에 탔잖아? 응급대원들이 그럴 필요 없다고 하는데도... 그런데 아버지가 그 담요 덕을 얼마나 보았니. 미국 병원은 냉장고같이 추워. 네가 담요 들고 간 거 너무 잘했다." 엇? 엄마가 옛날이야기를 하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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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메 여사 쓰러지다 (투병기 1)엄마 2020. 9. 8. 00:43
오늘 (9월 6일 일요일), 42 도 라는 엄청난 기온과 싸우면서, 오늘도 더위 먹은 글쓰기를 하고 있음. (참고로 봄메는 어머니의 한자 이름의 순 한국말.) ---- 엄마의 건강에 적신호가 온 것은 4 월, 코로나바이러스와 남편의 재택근무의 영향이 없지 않다.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남편이 집에서 근무를 하게 되면서 컴퓨터 모니터 두 개를 놓을 큰 책상이 필요했다. 나는 1 층의 나의 서재 (‘자궁’!) 를 양보하고 2 층의 딸의 방을 사용했다. 사위가 집에 24 시간 진을 치고 있으니—그것도 엄마의 공간인 엄마방, 거실, 부엌과 같은 층에서—있으니 엄마는 불편하신지 아주 필요할 때를 제외하고는 엄마 방에서 안 나오셨다. 아침에 산책을 다녀오시는 것 말고는 몸을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일이 현격이 줄어들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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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와 젊음스치는 생각 2020. 9. 6. 16:08
오늘 40 도였다. 걱정 많이 했는데 그래도 잘 버텨냈다. 원시인의 모습이 되어 (천조각 거의 안 걸침), 찬물 샤워 두어 번 해주고, 젖은 타월로 몸을 감은채 보냈다. 아무도 오지 않고 아이들도 없으니 이렇게 자유스럽게 있을 수 있네...집이 에덴동산이 되었네....당신은 아담, 나는 하와....하면서 감사했다. 남편과 내가 이렇게 처절하게 반 나체로 하루를 보낸 이유는 에어컨이 고장나서이다. 폭염, 이상기온에 몇 주 전, 남편과 나는 평소에 안 켜는 에어컨을 켜서 2 시간 정도 켜줬다. 분명 에어컨은 쇼크샤를 한 것이리다. 갑자기 켜는 바람에 놀랐고, 2 시간 여 쉬지 않고 켜두는 바람에 더 놀랐을 것이다. 낡은 몸이 혹사를 견디지 못하고. 흐... 수선을 하려고 사람을 불렀는데 고개를 절레절레. 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