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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얼바인 화재 (실버라도 캐년 화재)
    스치는 생각 2020. 10. 27. 07:58

     

    어젯밤부터 바람이 너무 심해서 바람 소리때문에 두어 번 깼어요.  

    아침에 일어나보니 어제 행복해하면서 손빨래해서 널어놓은 옷들은 ('된장찌개 행복'에서 쓴 그 손빨래 ㅠ ) 다 훨훨 날아가 나뭇잎들더미에 묻혀있고, 음산하게 아름다운 하늘. 창문이니 문이니 다 닫혀있었지만 이미 방에 연기 냄새가 났어요. 

     

     

    오늘 병원에 갈 일이 있어서 8 시경에 운전해서 가는데 동네의 그 아름다운 나무들이 뿌리채 뽑혀서 굴러다니고 있고 (시속 100 km 정도의 바람!) 언제고 나무가 뚝 끊어져서 차를 덥칠지 몰라서 좀 두려웠어요. 주차장에서 걷는데 바람때문에 휘청거림. 도대체 밤 내내 불던 바람이 어떻게 지금까지 이렇게 기승이지? 어디에 불이 난 걸까? 

     

    (우리동네 뉴스에 나온 사진임)

     

    뉴스를 확인해보니, 얼바인 근처의 산에서 아침 7 시 경 산불이 났는데, 처음에는 10 에이커 정도 전소되었으나 사그러지지 않는 강풍으로 신속히 확산했다네요. '실버라도 캐년 화재'라는 이름의 이 산불로 자그마치 6 만 명의 얼바인 주민이 대피령을 받고 대피 중이며, 강풍때문에 소방헬기가 뜰 수가 없고, 소방대원들도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상태라고, 진화 작업이 0 퍼센트라는 우울한 뉴스 일색.

    이후 친구들에게서 문자가 왔어요. 자기 동네는 이미 대피령이 내려서 짐을 꾸리고 있다. 어떤 친구는 아침 일찍 차타고 하이킹을 하고 있는데 불났다는 소식을 듣고 가까이 사는 여동생에게 자기 집에 가서 차를 좀 빼고 중요한 서류를 챙겨달라고 부탁했는데 경찰이 '나가는 것은 허용되고 들어가는 것은 절대 금지' 라고 해서 황당한 상태로 그냥 마음을 다 비우겠다고 하기도... 우리집에 와 있어라, 너희 집에 차만 세워둘 수 있겠니, 개는 내가 맡아주마, 대피소가 여러 군데 있지만 만원이 된 곳이 많으니 좀 멀리 떨어진 호텔로 가보라....바쁜 단톡방.

    대피령이 내린 곳은 저의 집에서 차로 20 분 거리.  (우리 동네에 살았던 친구들, '시온마켓' 있는 Northwood 지역 북부 입니다. 우리집에서 차로 20 분 거리.  강제 대피령이라서 선택권이 없이 나와야하는데, 현재 얼바인 시의 1/3이 대피 중인 셈이네요.

     

     

    이 대피령 지도는 오전 중에 나온 것이고요, 현재 빨간 색 밑으로 보이는 Trabuco road 까지 대피령이 확장되었습니다. 그 밑으로 조금 더 내려와서 irvine center dr 지역이 제가 사는 동네.  바람이 심해서 불이 언제고 이곳으로 번질 수 있는 상태입니다.

    (위의 사진 올리는 사이에 다시 대피령이 내렸습니다. 저의 집에서 조금 더 가까워졌네요. )

     

     

     

    아래 사진은 뉴스에 나온 사진-- irvine blvd (아주 큰 길) 양쪽으로 나무에 불이 붙었습니다. 이렇게 큰 길이나 고속도로가 불을 막아주는 건데, 불이 큰 도로를 뛰어 넘으면 그 다음부터는 빽빽하게 붙어있는 주택가와 나무들을 타고 번지기에 아주 난감해지지요.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대피할 경우에 꼭 가져가야할 것들을 챙기고 있어요.

    옷/속옷, 따뜻한 담요, 약과 물, 충전기.

    펠릭스 음식, 담요, 화장실... 이녀석 짐 부피가 더 크겠네요. ㅠ

    바로 어제 행복에 겨워 '된장찌개 행복'을 올렸는데, 오늘 이런 일이....  

    한치 앞을 못보는 우리네 인생..

    한치 앞을 못봤기에 어제 그렇게 행복할 수 있었음을 감사드리면서 옛날에 올렸던 그림 하나 올립니다.

     

     

    --현재 *오후 5 시--실버라도 화재로 7000 에이커가 전소되었습니다.  불길은 전혀 잡히지 않았고요. 500 명의 소방관이 투입되었는데, 그중 두 명 (26 세, 31 세)이 심각한 화상을 입고 중태라고 하네요. 슬픔과 감사함으로 기도를 드리고 있습니다. 제발 위기를 넘기시길...

    --강풍의 기세가 좀 꺾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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