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치는 생각
-
몸의 나이, 맘의 나이스치는 생각 2020. 10. 22. 15:22
방 정리를 하던 중 예전, 내가2003 년에 쓴 글들을 발견했다.브러셀 시댁을 방문했을 때 나 혼자만의 시간을 갖겠다고 기차를 타고 빠리에 가서 친구들을 만난 뒤, 그중 나랑 가장 가까웠던 프랑소아즈를 만난 뒤의 감상을 쓴 에세이 세 편이었다.그 글들은 여러모로 많은—사뭇 상반된—생각들을 불러일으켰고, 내 생각들을 정리해보기 위해서 옛 에세이들 세 편을 다 혼합해서 새 에세이로 묶어보았다. ——- ‘노란 자전거’ 프랑소아즈와 자주 가던 카페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멀리서 어떤 자그많고 날씬한 몸집의 여성이 노란 자전거를 타고 오는 게 보였다. 그녀는 카페 가까이 사거리에서 날렵하게 자전거에서 내리더니 손쉽게 자전거를 접어 들더니 씩씩하게 사거리를 걸었다. 접이식 자전거도 신기하고, 선명한 노란색이 ..
-
더위와 젊음스치는 생각 2020. 9. 6. 16:08
오늘 40 도였다. 걱정 많이 했는데 그래도 잘 버텨냈다. 원시인의 모습이 되어 (천조각 거의 안 걸침), 찬물 샤워 두어 번 해주고, 젖은 타월로 몸을 감은채 보냈다. 아무도 오지 않고 아이들도 없으니 이렇게 자유스럽게 있을 수 있네...집이 에덴동산이 되었네....당신은 아담, 나는 하와....하면서 감사했다. 남편과 내가 이렇게 처절하게 반 나체로 하루를 보낸 이유는 에어컨이 고장나서이다. 폭염, 이상기온에 몇 주 전, 남편과 나는 평소에 안 켜는 에어컨을 켜서 2 시간 정도 켜줬다. 분명 에어컨은 쇼크샤를 한 것이리다. 갑자기 켜는 바람에 놀랐고, 2 시간 여 쉬지 않고 켜두는 바람에 더 놀랐을 것이다. 낡은 몸이 혹사를 견디지 못하고. 흐... 수선을 하려고 사람을 불렀는데 고개를 절레절레. 퓨..
-
사재기와 남편 / 캘리포니아 코로나바이러스스치는 생각 2020. 3. 21. 03:25
제가 며칠 전에 밤에 마켓 갔다가 쇼크 받은 이야기를 했었지요? 아직은 근근히 지지난 주에 산 야채와 견과류, 곡물로 잘 연명하고 있는데 내일 (토요일)에는 저도 아침 일찍 일어나서 시장을 봐야할 것같아요. 어제 남편이 나가서 바나나(만) 다섯 개 를 사왔습니다. 어떻게 바나나가 남아 있더라고 신기해하면서. 엄마와 저는 오랫만에 보는 바나나가 반가워 둘이 식탁 옆에 서서 바나나를 감상하고 감사했습니다. 코로나바이러스 덕에 요리를 열심히 하고 레시피를 많이 찾게 되고,....그건 참 긍정적인 변화에요. 빵을 못사게 되니까 엄마 도움을 받아 식빵을 굽고, 신선하지 않은 야채는 과감히 버리던 제가 조심스럽게 먹을 수 있는 부분을 모아서 야채스프를 끓이고, 밥 한톨도 남김없이 깨끗이 먹고.... 모든 것을 의식..
-
캘리포니아 코로나바이러스스치는 생각 2020. 3. 19. 14:32
현재 제가 사는 오렌지카운티에 코로나 확진자가 46 명 (사망자는 없음), 캘리포니아는 확진자가 874명 (사망 17 명)입니다. 남가주보다는 북가주에 확진자가 월등 많습니다. (샌프란시스코 주변 지역들). 검사를 제대로 하고 있지 않는 상황에서의 숫자이므로 실제 확진자는 엄청나게 더 많겠지요. 미국은 수요일 현재, 8264 명의 확진자, 147 명이 사망했다고 합니다. 접촉 경로는 미국 내에서 개인적 접촉 (160명), 외국 여행 (100), 미국내 여행 (72), 이집트 여행 (47), 크루즈 (73), 이태리 여행 (39), 중국 여행 (15), 그리고 한국 여행은 2 명이랍니다. 그런데 7400 명은 감염 경로를 모르는 상태. 미국은 현재 '한국처럼 되는가' 아니면 '이태리처럼 되는가'의 기로에 ..
-
우리동네 코로나바이러스 소식스치는 생각 2020. 3. 14. 13:20
오래 업데이트 못했습니다. 코로나바이러스로 한국이 고생을 하는데 태평양 건너 살면서 신변잡담 끄적이고싶지 않더군요. 이젠 미국도 코로나 사태로 난감한 상태에 직면했습니다. 한국의 코로나사태에 대응법에 대해 코웃음치던 사람들의 큰 코가 납작해졌지요. 코웃음에 대해서... 제가 사는 곳은 미국에서 세번째로 코로나비아러스 확진자가 나온 곳이에요. 1 월 26 일이었어요. 뉴스를 보고 놀랐어요. '확진자가 나왔는데, 우한을 방문한 사람이며, 직접적인 컨택을 했더라도 바이러스에 감염될 가능성은 낮다'는 식으로, 바이러스 감영의 위험성을 과소평가하고, 그래서 사람들이 코로나바이러스는 태평양 너머 아시아에서나 일어나는 일로 생각하게끔 만들어렸으니 말이죠. 며칠 후에 소셜미디어에 어떤 이의 문자를 캡쳐한 사진이 돌기 ..
-
유서 (2)스치는 생각 2020. 2. 18. 05:26
올해 나는 아이들에게 준 크리스마스 카드 봉투에 '유서와 같은 편지'를 넣었다. (진짜 유서는 이미 검토가 끝나 변호사에게 보내졌다) 아마도 크리스마스 이브 저녁에 응급실에 다녀온 뒤에 착잡한 마음이 있어서였는지도, 아니면 바로 이틀 후에 브러셀행 장거리 비행기를 타야한다는 사실에 부담이 느껴져서였는지도 모른다. 평소에 비행기를 탈 때마다 '이 비행기가 추락한다면 내가 후회할 일이 무얼까?' 하고 상상하는 버릇이 있다. 응급실에 다녀온 다음날 나는 마치 내가 추락하는 비행기에 타고 있는 듯한 위기의식이 느껴졌다. 비행기에서 혼자 추락을 상상할 때마다 느꼈는데, 나는 설사 비행기가 추락한다면, 내가 당장 죽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나는 아비규환 속에서 그리 '당황하지'는 않을 것같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
유서 (1)스치는 생각 2020. 2. 15. 17:26
시댁/브러셀로 여행 계획이 잡힌 뒤에 남편과 나는 아주 중요한 일을 했다---유서 검토와 수정. 사실 유서 검토는 우리가 대략 일년에 한번씩 하는 일이다. 에릭과 내가 둘이 오래 집을 비우게 될 때--주로 휴가 떠나기 전에--하게 되는 듯하다. 유서에서 중요한 항목은 1) 재산과 2)'사전 의료 지시서' (Advance Health Directives) 이다. 평소 남편과 내 가치관, 특히 돈에 관한 사고, 그리고 신앙에 기초해 재산에 관한 뜻을 문서화 해두었다. 그러나 , 매년 크고 작게 변화하는 우리의 재정과 아직도 학생으로서 성장해가고 있는 아이들의 여러 크고 작은 변화와 아이들의 (변화무쌍한!) 미래의 계획 등을 고려해서 우리의 유서/결정이 합리적인지를 검토하고 수정한다. 사전의료지시서는 아이들을..
-
수의스치는 생각 2020. 1. 17. 01:57
시댁에 가기 전, 어머님께 원하는 게 있냐고 여쭈었더니 아버님이 반코트 위에 입을 '가벼운 방수 자켓' 을 구해달라고 하셨다. 그렇게 겹겹히 입으시려면 번거롭지 않으시겠는가, 아예 방수가 되는 겨울 반코트를 사면 어떻겠냐고 했는데 어머님이 거부하셨다. 이미 모 반코트가 있으니 돈 낭비하지 말라고. 나도 그 코트를 안다. 24 년간 입어오셨으니까. 낡고 무거운데... 아무리 생각해도 노인이 밖에 산책을 나갈 때 무거운 모직 반코트 위에 꽉 끼는 방수 자켓을 입는 것은 번거롭기도 하고, 산책 나가는 게 귀찮은 일이 되어버릴 수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아버님이 밖에 나가는 게 점점 더 어려워지신다던데.. 에릭더러 어머니의 명을 어기고 새로운 코트를 사자고 제안했고, 우리는 두 차례에 걸쳐 자켓 쇼핑 대 장정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