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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언어 의사선생님은 사양합니다스치는 생각 2014. 12. 2. 10:30
요즘 이스라엘 가기 위해 히브리어를 복습하고 있다. 며칠이라도 히브리어로 대화하는 즐거움을 느끼고 싶어서.내가 열심히 단어들을 복습하는 모습을 보고 내 친구가 말했다. "넌, 어쩜 그렇게 언어에 재주가 있니! 4개국어가 유창하다니!" 민망하다. 어느 언어도 제대로 하는 게 없고, 갑갑한 순간이 많으며, 이제 하다하다....한국어까지 가물가물하게 되어 버렸는데 유창하다고 하는 소린 말도 안된다. 유창함의 차원을 즐기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외국에 오래 살면 몇가지 언어를 하고 사는 것은 대단한 일이 아니다. 먹고 살자면 어쩔 수 없이 말을 해야한다. 언어를 못해 겪는 힘들고 창피한 상황을 피해가면---그리고 피할 수 있는 경제적 여유가 있으면---언어를 배우는 게 어려워지는 거고. 여러 언어의 고유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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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톱깎이로 보는 삶부모님 이야기 2014. 10. 1. 10:13
아버지의 손이 예전과 다르다. 손가락 마디가 자주 아프시고 섬세한 손길이 필요한 일을 못하신다. 마치 어린 아이가 신발 끈을 매는 것처럼 천천히 어렵게 손톱을 깎는 모습을 본 뒤 안되겠다 싶었다.미끄러지지 않고 다루기도 쉬워보이는 큼직한 손톱깎이를 사드렸다. 어느날 부모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 손이 굽은 아버지께는 발톱을 깎는 건 손톱깎기보다 더 힘든 일임을 알게 되었다.두 분 다 고군분투해온 일이었다. 항상 모든 일을 같이 하시지만 귀 청소나 손톱 발톱은 각자 알아서 하는 일로 되어 있었고, 그래서 각자 안 잘리는 발톱을 갖고 혼자, 따로따로 고생하셨다가 상대방도 발톱갖고 고생하는 거 알고 '아, 당신도 그랬구나....' '당신도 그래요?' 하고 반가워하시더라. 허허. 못자른 발톱은 안으로 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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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 공포증...시편 112:7부모님 이야기 2014. 1. 31. 11:25
나에게 없던 공포가 생겼다. 밤에 충전을 할 때마다 나는 공포감에 사로잡힌다. 아침에 셀폰을 열 때 나는 잠시 두려움을 느낀다. 밤에는 나쁜 소식이 올까봐. 아침에는 밤 사이에 나쁜 소식이 왔을까봐. 내가 전화기 공포증에 걸린 날을 나는 기억한다. 정확히 작년 6 월 2 일, 새벽에 전화기를 열면서였다. 전날 사막의 집에 에릭이랑 단 둘이 갔다. 에릭 동료 집에서 파티를 하고서 사막에 도착한 게 늦은 시간, 둘 다 너무 피곤해서 저녁을 대강 먹고 쓰러져 잤다. 새벽에 일찍 일어나 고요한 아침 경치를 즐기고 셀폰을 열었는데 부재중 전화가 숫자가 거의 20 개나 되었다.나는 알수 없는 공포에 사로잡혔다. 무슨 일이 났구나.무슨 일일까...무슨 일일까.. 엄마 아버지랑 애들을 얼바인에 두고 왔는데 그들에게 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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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전에 몇 자.스치는 생각 2013. 11. 22. 18:04
꼴렛양이 많이 아파서 지난 열흘 저도 마음이 싱숭생숭 했습니다.오늘 학교에 반나절 다녀오고기분 좋게해주면 몸에 뭔가 좋은 기가 흐르겠지 해서스타벅스에서 '차이라떼'를 사주고...저녁 잘 먹고.밤에 글을 쓰다가보니 늦어졌어요. 글이 길어져서 블로그에는 못올리겠기에그러나 엄마가 혹시라도 딸의 낙서라도 보고 싶어 블로그에 들어오실 거같아서몇 자 적고 갑니다. 엄마, 간단한 기도, 같이 나눕니다.앞으로도 사진이랑 기도란 보내드릴께엄마, 우리 찬송하면서 가자구~~ 오케이? 오빠도 우리랑 같이 기도할 거야. ---------------------------------------------------------------- Dear Lord, Thank you for being my Father.Thank you 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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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듣고 은혜받은 찬송 하나...스치는 생각 2012. 7. 16. 05:36
엄마, 아버지, 혜지언니, 그리고 제 블로그를 찾아주신 친구들, 시부모님은 잘 가셨고,저의 집이 공사를 시작해서제가 다른 집에 와 있어요.전화를 쓸 수 없고, 인터넷도 없어서현재 동네 수영장에서 인터넷 기생하는 중이에요. 어제는 처음으로 청소 도우미의 도움으로 집청소를 했어요.자잘한 이사를 몇 주에 걸쳐 했더니 도대체 청소할 기운이 안 나서 (애들도 방학 내내 고생해서 좀 풀어주고 싶기도 해서),그리고 이번 주에 지호 오는데 혹시라도 조금이라도 깨끗한 집에서 맞고 싶어서70 불 들여 청소 부탁했어요. 폴란드 사람들이 와서 청소했는데 경악 수준, 와, 너무 깨끗하게 잘 하네요.나는 15 년 넘게 살림했는데 왜 이렇게 청소를 못하나 절로 자아비판이 들었어요. 아앗, 갈 시간디 되었네요.엄마, 조만간 연락 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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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스치는 생각 2012. 7. 10. 16:53
'억지로 쉬기'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잠시 잠시 충전 식으로 쉬긴 하지만 온전히 다 내려놓고, 나 몰라라, 너 모른다 하고 떠난 여행은 쉽지 않은 일. 그걸 하고 오니 높은 산 등정하고 온 것마냥 성취감이 생기고, 몸도 마음도 가쁜하니 행복합니다. 한번에 다 내려놓고, 갈아 입을 옷, 내의, 운동복, 운동화만 챙기고 읽고 싶은 책 한 가방 싸서 남편과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아이들 간식이니, 음료수니, 이럴 때 필요하 것, 저럴 때 긴요할 것 복잡하게 챙기지 않고 가방 하나씩 들고 떠났습니다. 따뜻한 커피 한 잔, 좋아하는 음악, 그리고 각기 생각에 젖어 두 시간 달렸습니다. 구름 위로 둥둥 떠 하늘을 날아가는 거 같이 새롭고 황홀했습니다. 도착한 날 저녁은 식당에서 먹었지만 그 후에는 아침, 점심, 저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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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리웃보울 음악회 다녀왔습니다.스치는 생각 2012. 5. 1. 08:50
리사 (우리집 치과 의사 선생님 부인)이 음악회 가자고 했습니다. 처음엔 안 간다고 했는데 박정현이 나온다고 해요. 옷, 정말? 박정현의 공연을 직접 볼 수 있다니? 자세히 묻지도 않고 제 표도 예약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나중에 같이 가는 분들이 누구냐니까 제 나이 또래의 교회 집사님들이시라네요. 60 년, 61 년, 62 년 생들이라고 한인교회 안 다니니까 제 또래 분들을 만날 기회가 전혀 없었기에 반가웠지요. 토요일 두시, 터스틴의 반스엔 노블스 서점 앞에서 리사를 만나 친구 한 분 픽업---만두와 깻잎을 맛있게 먹고-- 헐리웃볼 셔틀버스 타기에 아슬아슬한 시각에 출발, 리사가 총알택시처럼 달려 디수의 동포들과 외국인들이 긴 줄로 서서 기다리는 셔틀버스 정류장에 도착, 우리 자리를 잡아 놓고 기다리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