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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앙드레아 리 여사 작품 콜렉션
    카테고리 없음 2023. 7. 21. 05:06



    나는 엄마가 돌아가시기 전에~~~ (앞으로 한참 뒤의 일이겠지만!) 꼭 하고 싶은 게 있었다.
    이제까지 엄마가 나를 위해 만들어준 옷들 중 아직도 내가 갖고 있는 옷들의 사진을 찍어 한 앨범을 만드는 일이었다.

    나에겐 앙드레 김 보다 더 멋진….(음….. 엄마 이름을 뭐라고 할까?)
    그래, ’앙드레아 리‘ 디자이너!

    앙드레아 리 여사가 우리 삼 남매의 옷을 많이 만들어주셨지만 특히 내 옷을 많이 만들게 된 계기가 있다.

    대학교 때 입고 싶은 분위기의 옷들이 있었다. 화려한 색상, 독특한 디자인의 옷들.
    그런 걸 파는 데가 없었고, 판다고 해도 살 돈도 없었다.
    그러나 그걸 엄마에게 이야기하니 엄마의 창의력과 솜씨를 다 살려서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예쁘게 만들어주셨다.
    상의에 레이스를 잔뜩 박은 보라색 원피스라든지, 핑크 꽃무늬 치마에 깔맞춤 한 헤어밴드, 파란색/베이지의 세일러복 등등.

    그중, 1981 년 만들어주신 치마, 아직도 갖고 있다.
    자그마치 41 년간 나와 한국-이스라엘-파리-미국까지 이사를 같이 소중한 드레스!

    (저는 단독으로 폼 잡고 사진 찍는 거 아주 쑥스러워하는데 엄마의 옷 앨범을 만들기 위해서 찍었습니다. 어색해서 얼굴에 경련이 났었어요 ㅠ)


    앙드레아 리 여사 작품 컬렉션—-쨔잔!!


    헤어밴드와 치마가 같은 천





    첫 아이 낳은 해, 1996 년, 엄마가 정성 들여 짜주신 스웨터. (오른쪽 긴 스웨터)
    입고 나갈 때마다 사람들이 ‘이 스웨터 어디서 샀냐’고 묻는다.

    왼쪽의 작은 스웨터는 같은 실로 어렸던 손녀딸을 위해서 짜주신 옷이다.
    꾹꾹 힘쓰면서 입으면 실이 늘어나 내가 입을 수 있다.
    천연덕스럽게 입고 있으면 이게 아가 옷인 줄 아무도 모름.



    아래의 옷은 1990 년 대 초반, 내가 파리에서 공부할 때 엄마가 만들어주신 옷 중의 하나.
    일본 온천 호텔의 유카타가 목욕 가운으로 참 좋겠다고 했더니 만들어주셨다.
    이 스타일의 옷을 다른 색깔로 세 개를 소유하고 있는데 그것들은 모유 수유할 때 아주 유용했고, 목욕 후 편하게 거실에서 티브이를 보거나 음악을 들을 때 애용해서 낡았고 현재 옷장에 곱게 걸려있다.
    나중에 사진을 찍어 앨범에 넣을 예정이다.

    그런데 이 옷은 아직 빳빳해서 천연덕스럽게 걸치고 다닐 수 있다. 내가 편하면 잠옷도 대강 모른 척하고—-다른 사람들이 눈치채지 못하리라 희망하면서—-입고 다니기 때문에
    이렇게 빳빳하고 멀쩡하고 예쁜 옷은 당연히 평상복으로 활용!




    아래는 1996 년, 첫아이 임신 했을 때 임산부 복.
    배가 불러가는 것을 얼떨떨함으로 받아들이던 예비 초보 엄마가 만삭까지 입었던 추억의 옷.
    바로 1 년 전만 해도 군화에 짧은 반바지 입고 다니다가 갑자기 이렇게 여성적인 옷을 입으면서 신기했던 기억이 난다.

    이번에 걸쳐보니 그냥 평상복으로 걸쳐도 될 것 같다 싶다.










    아래의 옷은 두 아이 출산 뒤, 엄마께 내가 원하는 디자인을 말씀드려서 만든 옷이다.
    엄마가 천을 구하느라 고심하셨다.
    내 맘에 딱 드는 천으로 내 맘에 딱 들게 만들어주셔서 아주 잘 입었고, 요즘도 가끔 입는다.


    이건 엄마가 만들어준 모자, 엄마가 만들어주신 레이스 웃옷.
    30 세 초반, 파리를 누비고 다니던 패션.



    아래는 2013 년, 오빠가 돌아가신 뒤, 깊은 슬픔에 빠져있던 엄마의 마음을 다른 곳으로 조금이라도 돌려보려고
    내 옷을 만들어달라고 부탁해서 만들어주신 드레스.








    까만 물방울무늬 옷은 1994 년도에 만들어주신 옷.
    내가 즐겨 입는 하얀 물방울무늬 옷과 같은 디자인.

    이 옷을 입은 중요 행사는 손으로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결혼식, 졸업식, 각종 파티…..

    중요한 모임이라 평소보다 좀 차려입어야 하는 압박을 받을 때, 백화점을 돌고, 옷가게를 돌다 보면 항상 똑같은 결론이 났다.
    ’비싼데 마음에 드는 건 하나도 없다 ‘
    결국은 이 까만 물방울색 옷을 입을 거면서 왜 백화점을 드나들었는지….





    이번 이스라엘에서 아주 중요한 가족 모임에 갈 때도 이 옷을 챙겨갔다.
    구겨지지 않아서 여행할 때 참 편했다.


    이스라엘 오라비가 찍어주심

    이 까만 물방울 드레스는 정식으로 사진을 찍지 않아서 옛날 사진을 찾아 올렸다.
    나중에 정식으로 찍어서 나의 최애 옷에 대한 정당한 대우를 해드릴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벨벳천의 모자와 벨벳천 재킷.

    모자는 1990 년대, 내가 파리에서 사서 애용했던 모자가 낡아졌을 때 엄마가 거의 똑같이, 그러나 거기에 꽃까지 달아 더 예쁘게 만들어주셨다.
    보헤미안 스타일로 다닐 때라서 모자를 많이 썼었고 엄마는 이 스타일의 모자를 다른 색상으로 몇 개 더 만들어주셨다.


    자켓은 엄마의 디자인.
    뒤가 연미복처럼 약간 길고 앞은 편하게 숄처럼 걸치게 되어 있다.

    나는 요즘도 콘서트를 갈 때 이 모자에 이 재킷을 입는다.
    5 년간 내내 내 옆자리에 앉는 백인 할머니는 명품족인데, 그 할머니가 매일 내 옷을 칭찬하는 게 아닌데 이 옷을 본 날, 나더러 멋있다고 칭찬을 마구마구 했다.
    엄마 작품이라고 하니까, 일단은 엄마 실력에 놀라시고, 거기에 덧붙여 내가 엄마의 옷을 입고 다닌다는 사실에 감동받으셨다.
    그날 엄마 옷을 계기로 할머니로부터 그녀와 남편이 친정어머니를 95 세 돌아가실 때까지 모신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

    내 주위에는 명품을 소유한 사람들이 있다.
    명품 소유가 대단한 일이 아니라 그냥 자연스러운 그런 부자들.

    내 친구 중에서 가장 잘 사는 M,
    내 눈에는 그녀가 엄청난 부자인데, 그녀는 자기의 친구들 모임에서 자기가 가장 ‘가난하다’고 한다.
    그녀는 자기 친구들과 모임이 있을 때마다 속으로 무서울 때가 있다고 했다.

    “미국에 요즘은 무장강도들이 많잖아.
    식당에 무장강도가 침입하면 우리 테이블 하나만 털어도 몇 억이 될 거야. 반지, 귀걸이, 목걸이, 핸드백이 다 비싼 것들이니…
    혹시라도 그런 타깃이 될까 봐 무서워.”

    그런 부자들은 너무 잘살아서 명품은 거의 생필품 수준인 듯.


    그렇게 명품이 당연한 것이든, 아니면 명품을 소유하기 위해서 절약을 하고 노력을 하든,
    사람들은 다 자기들만의 세상에서 자기들만의 선택을 하는 것이니 그건 존중..

    그러나 나는 명품을 사용하지 않는다.
    전/혀.

    명품이든 명품이 아니든 스타일이 너무 마음에 드는 게 있다면, 그리고 가격이 내가 지불이 가능한 가격이라면 살지도 모르겠으나
    현재로서는 나의 명품에 대한 ‘편견‘ 때문에 명품에 대한 관심이 전혀 없다.

    명품의 질을 보면서 가끔 탄복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내가 명품을 선택하지 않게 만드는 편견은 바로 ‘명품의 가격’이다.
    비싸서만이 아니라, 가격이 다 알려져 있는 거라 재미가 없다.
    들고 다니면 가격표를 붙이고 다는 것 같고, 그렇게 보면 다 ’ 얼마 짜리‘로 보이기 마련.

    게다가 명품과 인격의 혼돈은 정말 우려스럽다.
    명품의 소유 여부에 따라 사람들이 대하는 태도가 달라지거나, 아니면 사람들이 대하는 태도가 달라진다고 착각한다던가..
    그 어떤 시나리오도 바람직한 시나리오가 아니고 그런 시나리오에 들어가고 싶지 않다.
    (내가 후줄근해서 홀대를 받아본 적은 있다. 그것도 바람직한 시나리오는 아니지만 어쩌리오… 세상이 그렇던데 ㅋ)

    내 친구들의 부자 친구들처럼 명품이 그저 필수품이고 쉽게 살 수 있는 사람들이라면 나의 생각에 코웃음을 치겠지만
    (”명품은 품질 때문에 사는 거지, 누가 있어 보이려고 하는 줄 알아? 뭘 모르는 사람이네…“)

    요즘 만연한 사고, 즉 명품이라면 연상되는 명품=인격의 동일시화라던가, 명품을 걸치면 좀 더 ’ 있어 보인다’ 여기는 나도 사고방식은 궁극적으로는 자기 파괴적 사고라 참 위험하다 싶다.

    왜냐…
    200만 원짜리 들고 뿌듯하다? 그러나 그건 비슷한 류의 400만 원짜리보다는 싼 거고, 오? 400만 원짜리 드는 사람은 여기저기 널려있네.
    400만 원짜리, 비싸고 좋다! 근데 그건 800 만원보다는 싼 거고 800 만원도 우습다고 1500만 원짜리 들고 다니는 사람도 있네……옴마마, 8000 만원 백에 1 억 목걸이라고?…..
    끝이 없다.  

    그러나 그건 명품 무소유자/ 명품 소유 거부자인 나의 생각일 따름..

    개인의 취향인데 나는 그저 ’ 개인의 손길이 느껴지는 물건‘들이 참 좋다는 말을 이렇게 길게 해서 지송..
    내 취향 때문에 내가 소유하고 있는 물건들은 대부분 벼룩시장에서 산 목걸이라던가, 장인이 만든 반지라던가, 아는 사람이 ’이 스타일은 정말 대책이 안 선다 ‘라고 팽개친 가방이라던가, 여행 중 구입한 물건들이다.

    가격이 모호한 물건들, 싼데 고유한 스타일이 있는  물건들을 좋아하는 나에게 엄마의 작품이 최고인 것은 두말할 나위 없다.
    거저 만들어주시고, 사랑이 잔뜩 들어가 있고, 엄마의 예술혼이 살아 숨 쉬니 말이다.

    앙드레아 리 님,
    당신의 작품의 저에게는 명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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