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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서 (1)스치는 생각 2020. 2. 15. 17:26
시댁/브러셀로 여행 계획이 잡힌 뒤에 남편과 나는 아주 중요한 일을 했다---유서 검토와 수정. 사실 유서 검토는 우리가 대략 일년에 한번씩 하는 일이다. 에릭과 내가 둘이 오래 집을 비우게 될 때--주로 휴가 떠나기 전에--하게 되는 듯하다. 유서에서 중요한 항목은 1) 재산과 2)'사전 의료 지시서' (Advance Health Directives) 이다. 평소 남편과 내 가치관, 특히 돈에 관한 사고, 그리고 신앙에 기초해 재산에 관한 뜻을 문서화 해두었다. 그러나 , 매년 크고 작게 변화하는 우리의 재정과 아직도 학생으로서 성장해가고 있는 아이들의 여러 크고 작은 변화와 아이들의 (변화무쌍한!) 미래의 계획 등을 고려해서 우리의 유서/결정이 합리적인지를 검토하고 수정한다. 사전의료지시서는 아이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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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축기모성- doodle 2020. 2. 13. 08:44
첫 아이를 나은 뒤 가장 큰 충격은 모든 초보 엄마가 경험하는 것--시간의 박탈과 몸의 변화, 특히, '나의 몸이 나의 몸이 아니라'는 사실의 깨달음이었다. 나의 몸이 태아를 위한 인큐베이터이며, 출생 후에는 내 몸이 태아를 돌보는 데 온전히 사용되어서 나의 몸이 나의 몸이 아니게 되어버리니까. 그런데 또 다른 차원에서 '나의 몸이 나의 몸이 아니다' 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 계기가 있다. 그것은 유축기의 사용이었다. 유축기는 '내가 생각했던 나의 몸, 내가 알아왔던 나의 몸과 나의 몸이 아주 다르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주었다. 그게 당시에는 과히 긍정적인 경험은 아니었지만, 그 깨달음이 나의 이후의 삶에 긍정적 영향을 끼쳤으니 이제는 흐믓한 마음으로 돌이켜볼 수 있다. ----- 산통의 여파외 회음부 절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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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의 우는 자유가 부럽다모성- doodle 2020. 2. 3. 16:05
나는 잘 운다. 행복해서, 감동받아, 좋아서 운다. 슬퍼서 우는 것보다는 좋아서 우는 게 훨씬 더 많다. 그러나 '울음'과 연관지어지는 여러 사회적 의미가 있다보니, 맘놓고 우는 게 참 어렵더라. 우는 나를 보면서 내가 슬픈가, 힘든가, 어려운가, 말못할 사정이 있는가.....어쩔 줄 몰라하기도 하고, 걱정하기도 하므로.. 그래서 아이들이 부럽다. 맘대로 울 수 있으니까... 우는 아이들을 부러워하게 된 것은 20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매사에 서툰 초보엄마였을 때 아이가 울 때 왜 우는지, 어떻게 달래야하는지, 아픈 건 아닌지 몰라서 당황스러운 적이 많았다. 고래고래 큰 소리로 목청이 터져라, 얼굴이 찡그러져, 내가 모르는 감정을 눈물로 폭파시키는 아이를 보면 애간장이 타다 못해 나도 울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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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의스치는 생각 2020. 1. 17. 01:57
시댁에 가기 전, 어머님께 원하는 게 있냐고 여쭈었더니 아버님이 반코트 위에 입을 '가벼운 방수 자켓' 을 구해달라고 하셨다. 그렇게 겹겹히 입으시려면 번거롭지 않으시겠는가, 아예 방수가 되는 겨울 반코트를 사면 어떻겠냐고 했는데 어머님이 거부하셨다. 이미 모 반코트가 있으니 돈 낭비하지 말라고. 나도 그 코트를 안다. 24 년간 입어오셨으니까. 낡고 무거운데... 아무리 생각해도 노인이 밖에 산책을 나갈 때 무거운 모직 반코트 위에 꽉 끼는 방수 자켓을 입는 것은 번거롭기도 하고, 산책 나가는 게 귀찮은 일이 되어버릴 수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아버님이 밖에 나가는 게 점점 더 어려워지신다던데.. 에릭더러 어머니의 명을 어기고 새로운 코트를 사자고 제안했고, 우리는 두 차례에 걸쳐 자켓 쇼핑 대 장정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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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 할머니'부모님 이야기 2019. 12. 19. 14:40
엄마와 같이 자원봉사 다녀왔습니다. 어린이들을 위한 크리스마스 선물 꾸러미들을 검사하고 포장하는 일이었는데 엄마가 휴식시간 20 분 빼고는 장장 네 시간을 서서 일을 하셨습니다. (참고로 엄마보다 20 년 젊은 제 친구들 중에는 힘들어서 두번 휴식한 사람도 있습니다.) (S 양, 홍삼액 파워가 대단합니다~! 땡스!) 엄마의 건강은 아슬아슬하고, 몸을 움직이시는 게 예전보다 많이 유연하지 못하고, 힘도 많이 떨어지셨으나, 매일 열심히 운동하고, 산책하고, 기도하시면서 오히려 3 년 전보다 건강이 좋으십니다. 그게 자원봉사 하면서 확실히 증명되었습니다. 또 하나, 엄마는 영어만 쓰는 제 친구 10 명과 어울려서 일을 하시는 게 불편할 수 있음에도 용기를 내서 함께 가셨어요.(엄마는 영어로 미국땅을 정복하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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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바'와 민트사탕스치는 생각 2019. 12. 14. 10:09
남편은 차의 운전석에 앉을 때마다 차 도어의 포켓에서 작은 알루미늄 박스를 하나 꺼내 열고는 나에게 묻곤 한다. "민트?" 박스 안의 페퍼민트 사탕을 하나 먹겠냐는 질문이다. 나는 언제나처럼 그에게 하얀 사탕 두 개를 받아 입에 넣는다. 에릭이 운전을 한다. 달콤한 사탕이 스르르 녹으며 상쾌한 민트 향이 차안에 퍼져간다. 행복해진다. 나는 차창 밖으로 스쳐가는 풍경을 바라보며 먼 옛날, 나에게 민트 사탕을 건네었던 한 남성을 떠올린다. 아로디. 나의 이스라엘 아버지. 아로디는 나를 이스라엘로 초청한 오프라 교수의 남편이다. 나는 그를 '아바'라 불렀다. (히브리어로 '아버지') 나는 이스라엘에 도착한 뒤 6 개월간 오프라의 집에서 살며 하이파 대학에 통학하였는데, 가끔 학교에 갈 때, 아니면 집에 돌아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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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방떡 출생의 비밀스치는 생각 2019. 12. 13. 10:31
간신히 자/궁을 만들었는데, 글을 한자도 못쓰겠다. 일주일동안 붙들고 있는 에세이가 있는데 끝맺음을 못하겠다. 그래서 그걸 영어로 바꿔서 써봤는데 그건 또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흐르더니만 그것도 끝이 안난다. 책상과 의자가 생긴 뒤에 글을 못쓰게 되다니 이해가 안된다. 당황스럽고 좀 면구스럽다. 엄마도, 에릭도, 이제 내가 책상 하나를 떠억~~ 차지하고 앉아 있으니 매일 물어보기 때문이다. "오늘 글 좀 썼어?" 란 질문을 하루에 적어도 두 번씩 꼭 받다보니, 유명한 작가들이나 겪는 '원고 독촉'의 압력을 받는 것같아 신기하기도.ㅠ 오른쪽 어깨에 통증이 생길 정도로 붙어서 글을 쓰고 있는데 마음에 하나도 안들고, 머리는 점점 더 멍청해져가는 이 현실에 잠시 우울해졌다가 다시 맘 바꿨다. 자궁이 애 낳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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룰루 생일과 땡스기빙엄마 2019. 12. 2. 02:53
룰루의 생일은 12 월 초이다. 올해는 룰루 생일을 땡스기빙으로 온 가족이 모일 때 함께 하기로 했다.. 식구들이 모두 좋아하는 벨기에 식당에 예약을 했다. 육회, 홍합, 달팽이 (이윽...ㅠ) 등 다른 식당에서 쉽게 먹을 수 없는 남편의 고향 음식을 제대로 해주는 곳이다. 음식은 호텔 프랑스 식당 못지 않는 수준이나 시끄러운 백그라운드 음악이 없이 그릇소리, 사람들 이야기하는 소리가 다정한 그런 소탈한 분위에 우리 모두가 좋아하는 식당이다. 예약한 자리에 앉아 음식을 주문했다. 그런데 에피타이저가 나오기도 전에 시작되었다. 아아... 우리 가족이 모이면 하는 일, 고함지르며 하는 토론 ㅠ 남편과 아이들은 식탁은 밥 먹는 곳이 아니라 말싸움 하는 곳으로 여긴다. 식탁에서 죽자사자 토론하는 것은 어제 오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