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치는 생각
-
"꿈꾸는 인큐베이터"스치는 생각 2009. 4. 25. 11:33
전업주부의 일, 제가 페미로서 선택한 일이고 그래서 해야할 일, 할 수 있는 일, 하고 싶은 일 등등의 선을 확실히 긋고 살지만 가끔은 무척 힘들 때가 있습니다. 저처럼 삶의 목표를 소극적으로 정하고 삶의 자잘한 일에서 인생의 깊은 의미를 해독하고 (or 해독했다고 착각하고) 좋아하고 별 거 아닌 일에서 기쁨을 느끼고 사는, 세상에 대한 욕심은 애초에 사라진지 오래인 저같은 아줌마에게 뭐가 그리 힘든 일이 있겠냐만은... (밥하는 거, 운전하는 거!!!! 힘든 일 많구나!!-.-) 제가 힘든 것은 전업이니 취업이니를 떠나 엄마들이라면 다 직면하게 되는 문제때문인 거 같아요. 모성의 경험은 짜릿하고 행복한 경험이기도 하지만 자기 포기, 자아상실의 가능성을 내포한 아주 위험한 일이라는. 여성들은 아이 낳는 ..
-
사막의 주말스치는 생각 2009. 4. 18. 23:28
(3 주 전에 다녀온 사막 사진입니다. 글쓰기로 해놓고 올리지 않았었네요. 이번에 쎄시봉이 아프고, 샌프란시스코 여행때문에 사막에 못 갔는데....너무 너무 너무 너무 그리워요. 다음주에 꼭 가려고 해요.) ------ 지난 주말 사막에 다녀왔습니다. 사막이 봄 기지개를 켜고 있습니다. 깜짝 놀랐어요. 마른 땅에 헐벗은 자갈들이 처량하기조차 했던 2 월이 언제였나 싶게 초록색 물이 잔뜩 올라 있었습니다. 그 사이사이로 흐드러진 노란색 들꽃. 오후 5 시 반 경의 인간과 자연의 색깔입니다. 비에 부드러워진 땅을 밟으면서 맑은 공기를 들이키면서 지는 해를 즐기면서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싸우는 애들 뜯어 말리면서 음식은 아주 간단히 만들어 먹고 많이 자고 밤에 쏟아지는 듯한 별잔치에 제 영혼이 좀 겸손해..
-
Happy Valentine's Day!스치는 생각 2009. 2. 14. 16:36
나이 먹어가면서 왜 젊어서 안 하던 일들을 많이 하는지 모르겠사오나, 해피 발렌타인~!! 친구, Linda 가 구워준 과자, 엄마, 아버지, 친구들게 쏩니다~~ 룰루의 발렌타인 박스입니다. 사탕을 넣어가서 나눠주고, 남이 주는 사탕 받아 넣는 곳. 랄라의 발렌타인 박스입니다. 친구들 사진 잔뜩 붙여 장식했어요. 랄라의 카드~ 35 명에게 주었습니다. (반 친구들) 금요일 밤은 뼈가 떨리게 행복합니다. 더군다나 월요일이 공휴일이라니 쉴 날이 많아져 정말 신납니다. 애들도 저도 다 룰루랄라~~ 내일 사막가서 푹 자고 오겠습니다.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엄마, 먼 시장까지 다니시지 마세요. 무거운 거 지고 다니시지도 마시길... 매사에 조심! 특히 넘어지지 않게 조심!!)
-
금요일 아침....스치는 생각 2009. 2. 14. 00:58
몸은 좀 피곤하지만 마음이 너무 너무 기쁜 금요일~! 아이들은 발렌타이라고 어제 늦게까지 사탕 준비했습니다. 며칠 전부터 계획하고 준비하던 랄라를 처음에 구경하다가 초치는 소리도 하고 (뭘 이런 걸 하고 그러냐, 넌?) .. 그러다가 어제 룰루 반 선생님의 이멜을 받았어요. 내년이면 중학교로 가 뿔뿔이 다 흩어질 아이들, 여자아이 남자 아이 가리지 않고 쵸코렛을 주고받을 수 있는 것은 마지막 해이니 많이 참여했으면 좋겠다는 이멜. 그러고보니 맞는 소리. 룰루가 올해면 초등학교 졸업이고, 여자, 남자 가리지 않고 우정이 돈독한 반 친구들과 이제 헤어지겠구나. 제가 4 년 간 아이들 사진 찍었기 때문에 저랑 장난도 많이 치고 웃음도 많이 나눈 무지 친한 애들인데... 나도 얘들이랑 작별이구나. 엉..슬퍼지더..
-
Be open to learn!스치는 생각 2009. 2. 11. 11:04
"Omma, failure tastes sweet" 지난 주, 애들이 큰 돈 내고 영화구경 다녀왔습니다. 여기서 '큰 돈'이라함은 정규 영화관 가격을 말하는데요 (성인 9불 50 전, 어린이 7 불 50 전) 정규 영화관은 비싸기 때문에 온 가족이 별러서 가는 가족 행사. 일년에 정규 극장에 가는 거 두 세 번 될까. 운 좋게도 저의 동네에 2 불짜리 극장이 있어서 새 영화가 나온 뒤 한 석 달 기다리면 뒤늦게나마 다 볼 수 있으니 아쉬울 것도 없어요. 그런데 왜 이번엔 비싼 극장가서 영화 봤는가고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한 것을 칭찬하고 축하하는 기념 이벤트' 였어요. 거창하지요? 하하하. 얼마 전, 룰루가 학교에서 오케스트러 들어가기 위해 클라리넷 시험을 봤는데 떨어졌어요. 자기가 혼자 해 ..
-
지난 주 근황스치는 생각 2009. 2. 10. 05:24
어무니, 아버지, 팜페미, 병원 다녀왔습니다. 다 괜찮습니다요. 나중에 다시 자세히 올리겠습니다. 지난 주, 제 조카뻘이자 어린 친구인 "E"의 학교 작품 전시회에 다녀왔습니다. 우리 애들은 다음 날 학교 숙제가 너무 많아서 못 갔고요 저만 다녀왔는데, 아주 아주 즐거웠습니다. "E"가 사춘기가 되면서 얼굴이 더 밝아지고 행복해보여서 참 기쁩니다. 랄라는 학교에서 Crazy Hair Day 라고 아침부터 일찍 일어나 이런 머리를 하고 갔습니다. 나중에 일어나 부시시한 머리로 나온 룰루, (그냥 그대로 학교 가면 crazy hair day 에 딱 맞는 형상이었음) 랄라 머리를 무심하게 쳐다보더니 "도대체 사람들은 왜 이런 날을 만들고 재밌어하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툴툴거리더군요. 랄라, 하루 종일 머리를 ..
-
점쟁이를 찾는 마음스치는 생각 2008. 9. 25. 00:04
(옛날 글입니다. 며칠 전에 친구들이랑 이야기하다가 글로 올리기로 약속했었는데, 뒤져보니 써 놓은 게 있어서 그냥 올립니다.) 나는 한국에 있을 때 정다운 스님의 덕을 단단히 봤다. “인생 십이진법”이라는 책. 한국 떠나기 전에 그 책을 가지고 온 식구, 친구, 친구 남편감, 맘에 드는 선배 형 인생을 점쳐 보고, 궁합까지 떠보곤 했다. 일분 일초가 아까와 헉겁지겁 사는 지금으로 보면 너무도 배부른 아이였던 것 같다. 바쁜 세상에 점을 치고 앉았다니. 그런데, 그 때 내 심정으로는 세상 일이 답답했다. 나에게 주어진 선택권이 무엇인가, 그리고 그 선택을 이룰 수 있는 가능성이란 얼마나 되는가에 대한 확신이 안 섰?때문이다. 내가 내 인생의 능동적 주체라는 생각보다는 사회의 바퀴에 깔린 사람이란 피해의식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