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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의 모든 요양보호사들께 감사와 축복을...
    부모님 이야기 2019. 2. 2. 10:16

    (2017. 09)


    나의 친구 'ㄱ'는 현재 요양병원에 있다. 그녀는 소뇌위축증--소뇌가 점점 축소되면서 평형감각의 상실, 언어장애, 음식장애, 용변장애, 시력상실의 증상을 나타내는 희귀한 불치병--을 앓고 있다. 아마 그 요양병원에서 세상을 떠날 것이다.


    'ㄱ' 는 내내 침대에 누워있고 요양보호사의 도움으로 화장실을 다녀올 수 있는 게 침대 밖을 벗어나는 유일한 순간이다. 유쾌하고 기지가 넘치던 그녀가 젊은 나이에 침대에 갇혀있다는 것이, 또한 점차적으로 증상이 악화되어 결국은 말을 못하게 되고, 기저귀를 사용하게 될 것이고 음식을 삼키지 못하게 될 것이라는 사실이 참으로 가슴아프다.


    아버지 기저귀를 갈때나 침대에 누워 있는 아버지와 이야기를 나눌 때 그녀를 생각한다. 오십 초반의 나이에 아버지와 같은 처지라니...


    나는 아버지 돌보느라 바빠서 그녀를 자주는 못 찾아가지만 아주 가끔 그녀의 병문안을 다녀온다. 지금껏 갈때마다 요양보호사의 선물을 챙겨갔다. 그녀를 돌봐주는 요양보호사 세 명 그리고 그녀의 병실이 있는 층에서 근무하는 요양보호사 27 명 몫의 선물을 준비한다.





    나의 친구를 돌보지 않는 요양 보호사들에게까지 선물을 하는 이유는 음지에서 묵묵히 일을 하는 그들에 감사와 응원을 전하고 싶어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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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양보호사란 직업의 애환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러하듯이 나도 예전에는 요양보호사라고 하면 그냥 궂은 일을 하는 사람들 정도로 생각하고 아무 관심이 없었다. 환자 병문안을 가도 환자에게 집중하였지 환자를 지키는 간병인의 수고에는 무심했다.


    그러나 내가 직접 아버지를 용변 수발, 목욕 수발을 들면서 요양보호사들, 간병인들이 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하며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알게 되었고 그들을 존중하게 되었다.


    물론 시간 안 지키고, 친절하지 않고, 태만하게 근무하고, 소위 '갑질' 하는 요양보호사들도 있다. 나도 그런 사람을 만난 적이 한번 있고 그 후에 면접과 일의 훈련과 관리에 세심한 신경을 쓰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현재 나와 같이 일한 요양 보호사들을 비롯해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만난 여러 요양보호사들은 각기 다른 요양서비스 현장에서 묵묵히, 책임감을 갖고 일을 하고 있다. 


    우리집에 와서 일을 하는 요양보호사들의 경우, 결코 쉽지 않은 아버지 수발을 참 잘 도와준다. 요양원에서보다는 훨씬 더 복잡한 일을 요구하는 것일 수도 있는데 말이다. 예로, 요양소에서는 스폰지 목욕 (젖은 수건으로 닦아주는 것)을 주 5 회하고 머리를 감고 목욕 의자에 앉아 하는 샤워는 일주일에 2 회만 하지만 아버지의 경우 일주일 내내 대대적인 목욕을 한다. 얼마나 대대적인가하면---


    아버지의 목욕은 준비하는데 20 분, 정리하는데 20 분, 목욕 자체가 40 분, 그리고 목욕 후에 아버지 몸을 돌보는 게 15-20분이 걸린다. 마룻바닥에 요가매트  개를 깔고 방수 패드를 여러개 깐 뒤 목욕/변기 의자를 가운데 놓는다. 양동이 여러 개를 욕실과 부엌에서 날라온 따뜻한 물로 채우고 난 뒤 아버지를 껴안아 부축해서 변기로 옮겨 앉힌다. 목욕비누를 따뜻한 물에 풀어 아버지 몸을 마사지하듯이 닦고머리는 샴푸로 두피 마사지를 하며 거품을 잔뜩  뒤에  컵으로 더운 물을 펑펑 퍼서 아버지 몸에 좌르르 좌르르 뿌린다. (우리의 목욕 시스템은 나날이 발전하여 목욕 동안 족욕도 겸한다.)


    아버지 목욕을 신속하게 진행하는 중간중간에도 아버지의 몸의 체온이 떨어지지 않게 조심해야한다.  깨끗이 씻은 부위는 즉시 부드러운 타월로 감싸 체온을 보호하고 사람이 몸과 발을 씻는 동안에  한사람은  몸에 로션을 바른다일이 먼저 끝난 사람은 재빨리 아버지 침대의 베갯잇을 갈고  침대 시트를 정리한다.


    온 몸에 향기로운 로션을 바르고 윗옷을 입혀드리고 나서 아버지를 일으켜 세워  사람이  있는 아버지를 품에 안고 부축하는 동안에  한사람이 아버지의 기저귀를 채운다 아버지가 누운 뒤에는 목욕 하는 동안에 식어버린 무릎과 팔꿈치, 어깨 부분에 전자렌지로 따뜻하게 데운 아마씨 쿠션을 놓아 몸의 온도를 보호한다. 도우미가 목욕  양동이랑 패드를 정리하는 동안 나는 아버지의 다리와 발에 로션을 바르면서 발바닥 마사지를 해드리고 발가락 사이사이에 습기가 차지 않게끔 파우더를 바른다. 그리고 1 주일에 한번은 (마치 외과 의사가 수술하는 듯한 모습으로) 밝은 램프 불빛 아래서 아버지의 발톱을 정리한다.  


    놀랍게도 요양보호사들은 이렇게 복잡한 목욕이 '요양원에서 하는 일' (아침 7 부터 오후 3  반까지 눈코뜰새없이 바쁘게 7-8 명의 목욕 시키거나 몸을 닦아주고 화장실에 데리고 가거나 기저귀를 갈아주고  환자들의  끼의 식사를 돕기) 에 비하면 훨씬 쉬운 일이란다. 더더욱 놀랍게도 그들은 우리집에서 일이 끝난 뒤에 밤 늦게 직장으로 복귀해서 철야 근무를 하거나, 아니면 우리집에 오는 게 이미 밤에 철야근무를 한 뒤라는 사실이다. 


    한국도 그러하리라 생각하는데, 요양보호사의 대부분은 여성이다. 싱글맘들이 아주 많다. 살림과 육아에 덧붙여  개의 직장을 다니면서혹은 싱글맘으로서 요양보호사 역할을 능히 해내는 슈퍼 맘들과 이야기하다보면 나는 입이  벌어졌다어떻게 그렇게 많은 일들을 그렇게 묵묵하게 해낸다지?  나도 수발을 들어봐서 돌봄서비스의 일이 얼마나 힘든가를 아는지라나보다 수십 배의 어려운 상황에서  많은 일을 해내는 요양보호사들에게 존경심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요양보호사들과 같이 일을 하고 많은 대화를 나누면서 나는 그들의 직업의 애환을 더 깊이 알게 되었다. 그들은 충분히 휴식을 취하여 충전하지 못한 상태에서 몸이 불편한 환자들을 돌보니 부상의 위험에 항상 노출되어 있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점차적으로 속병이 들 가능성도 아주 크며--이게 가장 중요한데---그러한 육체적인 피로보다 더 힘든 것은 정당한 대우와 존중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일단은 급여 문제. 하는 일에 비해서 요양 변호사의 급여는 적다. 내가 아는 요양보호사들은 요양원에서 한 시간에 11 불을 받는데 그것은 최저임금으로 격렬하고 위험한 노동에는 턱이 없이 부족한 액수이다. 하루에 일할 수 있는 시간이 제한되어 가족의 주 수입원이 못되므로 직장일의 전후, 주말에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아르바이트 직장은 시급을 더 받는 장점이 있지만 돌보는 요양 대상자들이 언제 사망할지 모르는 노인들이라서 안정된 일자리가 아니다. 


    직장 내의 스트레스도 말도 못한다. 미국 요양원에서는 영어, 스페인어를 못하는 그런 이민자 환자들과 치매 환자들도 많아 의사 소통이 불편하기도 하고, 몸을 돌보는 과정에서 성희롱은 물론 성추행은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환자를 부축해서 옮길 때 요양보호사의 유방과 엉덩이를 매만지는 식으로) '왜 영어를 이렇게 못하냐, 너의 나라로 돌아가라' 식의 인종차별이 빈번한 요양원은 여러모로 열악한 작업 환경이다. 


    너무 힘들지 않냐는 나의 질문에 셀레나도, 루스도, 아니타는 모두 '나의 직장이므로 해야할 일일 따름이다. 그리고 나의 환자는 내게 잘해주던 못해주던 상관없이 내가 보호해줘야 할 사람들이다'라는 취지의, 나로서는 아주 놀라운, 대답을 했다.


    참 고무적인 사실이다.  사회에서 인정해주지 않고 처우도 박한, 그리고 환자의 가족도 하기 힘든 일을 하면서도 책임감을 갖고 최선을 다해 일을 하는 요양보호사들이 있다는 사실이...


    요양보호사는----청소미화원, 가사 도우미, 아이 돌보미와 같은 일들과 마찬가지로--사회적 인정을 받지 못하는 직종이다. 사람들이 가능한한  하지 않으려는 힘든 일이다. 모두가 힘들어서 피하려고 하는 그 일들은 아이러니하게도 누군가가 해주지 않으면 개인적으로, 사회적으로 큰 낭패가 된다. 그만큼 중요한 일이다. 그러므로 값싼 급여로 노동력을 착취하지 말고 정당한 대우로 처우를 개선하고, 사회적 인식을 바꾸는 게 필요하다. 왜냐면…? 간단하다. 그들이 일이 너무도 중요하니까.



    고용주/고용인의 관계를 뛰어넘는 요양보호사와의 협력



    그래서 나 나름대로의 고용수칙을 정해놓고 있다. 이미 나에게 너무도 많은 힘이 되어주고, 거의 가족같이 따뜻한 관계를 유지하는 요양보호사/간병도우미들을 (내가 의식하지 못하면서) 착취하는 일이 없도록.


    일단은 서로에게 합리적인 임금 설정이다. 우리는 일하는 시간 (주말/주중, 하루 중의 일하는 시간대) 와 업무의 종류 (산책, 목욕, 용변수발)에 따라 각기 다른 액수를 책정해서 한시간에 15 불-17 불, 25 불까지 다양한 시급을 지불하고 있다. 시간/돈계산을 꼼꼼하고 정확하게 하고 봉투에 꼭 고맙다는 말을 쓴다. 그 비용이 부담이 되고, 더 싸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좋겠다는 바람이 드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그것은 이미 두 개, 세 개의 아르바이트를 뛰는 수면 부족의 요양보호사들의 돈을 깎는 것이 아니라 구조적인 개선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일 따름이다. 내 생전에 그 개선이 이뤄지지 않을 것같지만...


    요양보호사를 고용하기 전에 정확히 업무 요구를 정해놓았고, 거기에 서로에게 합당한 가격에 동의한 뒤 그것을 지키는 게 중요하다 생각해서 그렇게 노력하고 있다. 한 예로 나는 면접할 때 가장 중요한 조건으로 '신뢰'를 강조한다. 함부로 빠지지 않기, 늦지 않기. 나의 요구에 걸맞게 나도 그들에게 신뢰할 수 있는 고용주가 되려고 한다. 함부로 스케쥴을 조정하지 않으려 하고, 시간을 지키려한다. 근무시간이 끝나면 아직 일이 채 안 끝났어도 내가 혼자 할 수 있다면서 등을 밀어서 '쫓아낸다.' 나도, 그들도 시간을 존중하지 않는 버릇을 들이지 않기 위해서였다.


    요양보호사나 간병도우미가 스스로의 건강에 신경쓰지 않을 때 내가 챙겨주는 것도 나의 몫이다. 예를 들어 아버지를 의자로 옮길 때 간병도우미가 허리벨트를 차지 않았으면 일을 중지시킨다. 혹시라도 허리를 다칠까봐서이다. 며칠 피곤해 보인다 싶으면 스케쥴 조정해서 쉬게 배려해주기, 이른 아침이나 점심 때 식사를 못했을 때는 간단하게 음식을 챙겨주기도 한다. 자동차사고, 식구들의 병, 고향 방문 등 대소사에는 조금이라도 도와줘서 그들이 외롭지 않게 해주려 했다. (그러나 이런 개인적 접촉은 이미 프로페셔널하게 행동하는 요양보호사들에 한해서이다. 잘해주면 오히려 나태해지는 사람과는 절대로 사적으로 친해지지 않게 선을 그어야했다) 


    내가 수발의 주 책임자이고 고용주이지만 실제로 일을 할 때 도우미와 나는 수평적 관계로 일을 함께 한다.

     주위에는 직접 수발을 드는 사람이 없어서 나는 모든 것을 혼자 공부해서 배워나가는 있었는데 상의하고 물어볼 동료가 있어서 큰 힘이 된다. 나는 도우미들에게 '당신 직장에서는 팔꿈치 욕창의 치료를 어떻게 하는가' '아버지 발톱의 상태가 건강한 건가' ' 지금 아버지 목욕 의자보다  편한 의자가 있는가등등 많은 질문들을 한다. 그녀들은 누구나 예외없이 금같이 귀중한 조언을 주고자기들이 모르는 것은 양로원 간호사에게 질문을 하면서 나를 도와주고 있다. 


    요양보호사와 나는 뭐든 보이는대로 너의 일, 나의 일 나누지 않고 같이 하는데, 딱 하나 내가 더 많이 하는 일이 있었다. 그것은 아버지의 용변수발. 나와 도우미가  방에 있을 때 무조건 소위 ‘더러운  나의 일이다그런 상황이 익숙지 않은 도우미들은 많이 놀랐다. 자기들이 그런 일을 하기 위해서 고용된 것인데 고용주가 해버리니 말이다. 


    그러나 내 입장은 달랐다. 내가 도우미를 고용한 주 이유는 내 힘이 딸리는 일에 도움을 받기 위함이었다. 아버지의 몸은 우선적으로 내가 돌보고 싶고, 대소변을 치우는 일이 아버지 몸을 일으켜 움직이는 일과 같이 육체적으로 힘든 일이 아니므로 당연히 내가 할 일이었다. 그들에게 뭔가 보여주려고 한 것도 아니고, 그들을 신뢰하지 못해서 한 것도 아니고, 그냥 내가 하고 싶어서 한 일인데 그게 요양보호사들에게는 큰 인상을 남긴 게 분명했다. 나중에 좀 친해진 뒤에 다들 하는 소리가, '당신이 항상 먼저 무릎 꿇 변을 닦고변기 청소도 기꺼이 하는 것을 보면서 놀랐다' '우리의 일을 존중해주는 것같았다' 라고 했다(어떤 도우미는 고맙게도 내가 무릎을 꿇을 때 무릎이 배기지 않게 바닥에 깔라고 패드를 사다줬다.)


    나와 요양보호사들과의 친밀함, 상호 존중, 협력의 관계의 직접적 수혜자는 아버지이다그들은 아버지께 내가 하는 식으로그대로 하였다. 대변 소변이 든 변기를 들고 아버지께 보여드리면서 축하하는 것은 물론, 이왕이면 아버지가  아프게이왕이면 아버지가  깨끗할  있게이왕이면 아버지가  피곤하게 배려하면서 일했다. 내가 하는 것처럼 시간이 날 때마다 두피 마사지를 하고 마사지를 하고 귓밥을 잡아당겨 시원하게 해드렸다.



    감사받아야할 요양보호사



    고용주/고용인의 관계를 떠나서 그들은 각기 다른 방법으로 나에게 배움과 도움을 주고 있고 나는  사람  사람 감사한다


    나는 가끔 바꾸어 생각해서 내가 셀레나의 아버지의 대소변 수발을 들게 된 상황이라면 어떨까 상상해본다. 물론 적응되면 다 할 수 있겠지, 직장이니까 담담히 할 수 있을 거야….라고도 생각하지만 그래도 남의 부모의 똥을 치우는 게 그리 즐거운 경험이 아님은 분명하다. 그래서 나는 요양보호사들이 아버지의 대변이 들은 변기를 들고 아버지께 '오늘도 좋은 똥을 누셨습니다' 라고 축하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그들이 더러움, 귀찮음을 뛰어 넘어 아버지를 인간적 대접을 해주는 모습에 아주 깊은 감사를 느낀다. 

    요양보호사들이 노력과 노동이 감사하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은지 나는 최근에 야니라 아줌마로부터 놀라운 이야기를 들었다.


    야니라는 우리집에서 6  동안 일하고 떠났다. 그녀는 우리 동네 근처의 딸의 집으로 이사를 들어오면서 원래 살던 도시에서의 직장을 그만둔 상태에서  직장을 찾는 중이었고 직장을 찾을 때까지만  우리집에서 일을 하기로하고 고용되었다.  눈매가 서글서글하고 몸놀림, 말투도 씩씩한 야니라는 경험이 많아서인지 일을 참 잘해서 그녀가 6 주 후 병원에 풀타임으로 고용되어 우리집을 떠날 때 약간 섭섭했다. 야니라는 마지막 인사를 나누던 중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제가 일하는 동안 행복했다는 거 말씀드리고 싶어요. 당신의 어머니와 당신은 물론 '아부지'도 매일 고맙다, 고맙다 하셔서 행복했어요. 제기 요양보호사 일을 25년이나 했는데 그런 행복한 기분은 처음이었어요."


    나에게는 참 듣기 좋은 소리였지만, 나는 그녀의 말에 적지 않이 놀랐다. 25 년 동안 이렇게 힘들고 귀한 일을 하면서 행복한 기분이 처음이었다고? 그렇게 활기차게 아버지를 격려하면서 유쾌하고 일을 잘하는 야니라가? 


    요양보호사의 일은 참 소중하다. 생의 끝자락에 놓여진 환자들의 몸을 돌봐주는 일이니 말이다. 환자들이 변을 본 뒤에 누군가가 변을 닦아주고 새 기저귀를 채워주는 일은 고마운 일이다. 누군가가 해야할 궂은 일을 해주는 일꾼들은 인정을 받아야한다. 굳이 사명감을 갖지 않고 일하 요양보호사라도천사같은 미소도 없고친절하게 하지 않더라도 (어떨 때는 그걸 요구하는  무리라고 생각한다), 무뚝뚝하게 자기가 맡은 일만 하더라도 나는 그들을 존중한다돈때문에 하는 일이라도 가족이 아닌 환자의 육체적 생존에 직결되는 궂은 일들을 하는 사람들이므로  그들의 노동은 존중받아야한다.


    내가 친구 'ㄱ' 의 문병을 갈 때 요양보호사들에게 선물을 챙겨가는 이유도 그래서이다. 내 선물을 받는 30 명의 요양보호사들 중에는 성격이 고약한 사람이 있을 수도 있고, 성실하지 않은 사람도 있을 수 있고 환자들에게 그리 친절하지 않은 사람도 있을 수 있다. 다 가능하다. 그러나 그게 중요하지 않다. 여하간 그날 그자리에서 목욕과 용변 수발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해야할 일을 하는 것만해도 그들은 칭찬을 받을 자격이 있다.


    선물꾸러미를 받았다고 내 친구한테 좀 더 신경쓰며 잘해주고 바로 옆의 침대의 환자에게는 소홀하게 대하지 않았으면 좋겠기에 나는 어떤 날은 선물 봉투에 직접, 어떤 날은 카드에 글을 쓴다. 


    "제 친구 'ㄱ' 과 모든 환자들을 정성껏 돌봐주는 당신의 노고의 손길에 감사합니다"

    "제 친구 'ㄱ' 와 모든 환자들을 돌보는 당신의 손길에 축복이 함께하길 바랍니다" 라는 식으로.


    내가 어쩌다가 친구 방문하러 갈 때 돌리는 선물 꾸러미는 그들의 봉사와 노고에 대한 적절한 보답은 절대로 못된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또한 선물을 받은 요양보호사들이 느낄 의아함과 흐뭇함이 그리 오래 가지 않을 것이며, 그들은 다시 허겁지겁 하루하루의 임무에 시달리면서 자신들이 얼마나 소중한 일을 하고 있음을 잊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힘들게 일하다가 잠시 마시는 커피처럼 일회성 기운 회복일지라도 좋다. 그게 없는 것보다는 나으니까. 그들은 그 자격이 있으니까. 그리고 단 하루라도 기분이 좋아서 일을 하는 요양보호사들의 수혜자는 환자들이니까. 환자들은 그 누구보다도 그런 다정한 돌봄이 필요하니까. 단 하루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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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 년에는 아버지 건강 유지에 힘을 쏟느라 친구에게 한번도 못갔다. 

    아버지 돌아가신 뒤에 연말에 가서 만났다. 친구는 아직 잘 지내고 있다. 




    요양보호사들에게 자문을 구하고 선별한 선물 내용물은 기본적으로 커피, 에너지바, 쵸콜렛, 립밤, 손 소독크림, 핸드크림, 포테이토칩스, 무설탕 껌, 박하 사탕등이다. 





    선물을 꾸리는 날은 가족들도 즐겁다. 

    꼴렛은 '엄마, 나한테도 이런 선물 좀 해줘' 하고 탐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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