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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디아 할머니 (1)--70 세의 위장결혼?
    부모님 이야기 2019. 2. 6. 04:42


    크리스마스 며칠 , 오전 11 벨이 울렸다. 문을 열기도 전에 나의 기척에 밖에서 설레는 외침이 들린다.


    " 히얼? 땡스갓 땡스갓!”


    , 나디아 할머니구나

    ( ‘You are here! Thank God, thank God!’) 이란 소리였다.


    할머니는 북아프리카 출신으로 아랍어가 모국어이고 불어는 조금 하지만 영어는 미국산지 18 년이 되어가지만 아직도 서툴다.


    "나디아!! 어떻게 왔어요? 누가 데려다 줬어요?"


    걸어오셨단다. 다리를 저는 할머니는 자기가 일하는 나의 친구의 집에서부터 50 분을 걸어 우리집에 것이다손에는 커피, 쵸콜렛, 쿠키 등의 선물을 들고.


    너무 반갑고 고맙고 안스러웠다. 

    평생 불편하고 고된 삶을 살아온 76 세의 나디아 할머니가 나에게 선물까지 들고 오다니.


    할머니는 집에 들어서자마자 나를 껴안고 "I think about you all the time.  블레스 , 블레스 " 외친다

    엄마를 보더니 껴안고 "I missed you! I missed you!" 하신다


    사랑과 축복을 입에 내내 달고 사는 나디아 할머니.

    돌아가신 아버지를 이야기를 하며 우리의 행복을 기원하고, 본인이 아팠던 이야기, 프랑스에 있는 자기 여동생 이야기...할머니는 두서없이 그러나 활기차게 이야기했다. 


    "Your home, I feel home."  ("너의 집에 오니 집에 것같다" 라는 의미이리라)


    할머니가 잠시라도 자기 집이라고 느낄 있다니 흐믓했다.



    ————————





    할머니를 나는 10 여년을 알아왔다. 처음 만난 것은 할머니가 나의 친구 집에서 살면서 가사도우미베이비시팅, 식당에서 요리 아르바이트 자기가 있는 일이라면 뭐든지 하며 살던 때였다.


    처음 만나서 동안 그녀는 조용하고 수줍었다.  파티를 자주 하는 나의 친구의 집을 말끔히 청소하고 멋진 요리를 해놓고는 손님들이 오면  간단히 인사하고는 도망가듯이 2 층으로 사라지곤했다. 수줍음에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일단은 영어가 불편해서였다.


    할머니랑 영어로 이야기할 때는  초집중해서 듣고 추측도 열심히 해야한다예로, ' 구르' 라고 하시면 한참 반복해서 이야기하시는 문맥을 따져서 "me, talk, girl ( 구르)"  이고 그게 "I talk to the girl"이란 의미임을 알게 된다.)


    할머니는 나와 남편이 불어를 한다는 것을 알고는 영어보다는 편한 불어로 이야기하는 소통의 갈증을 덜어주는지 나와 조금이라도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했고 그래서 우리는 조금씩 가까워졌다.


    그녀는 내내 내가 도우미가 필요한가 물었다. 친구가 잘사니까 나도 사는지 아는 모양이었다. (당시) 나는 우리집이 아주 작고 누추해서 내가 누굴 고용할 처지가 아니라고 설명해줬다. 그럼 혹시라도 아는 사람들 중에 가사도우미를 구하는 사람이 있는가도 물었다


    그녀가 그렇게 돈을 벌려고 하는 이유가 있었다. 오래전에 신청한 영주권 신청을 했는데 문제가 있어서 변호사에게 드는 돈이 많아서였다.


    나는 영주권을 스스로 신청해 받은 경험이 있어서 굳이 변호사에게 돈을 뜯기면서 영주권을 신청해야하고, 변호사가 도와주는데도 영주권이 막혀 있다는 이해가 안되었다. 그러나 알고보니 문제가  복잡했다. 그녀는 이미 수년 전에 영주권 신청을 적이 있었으나 추가로 요구되는 서류를 제출하지 못해서 신청이 무효가 적이 있었다. 이후 70 넘은 나이에 시민권자인 아랍계 미국 남성과 결혼을 영주권 신청을 했는데 그게 위장결혼일 가능성이 있어서 서류 검사를 아주 꼼꼼히 하는 모양이었다. 이전에 서류 미비로 거부된 전력이 도움이 안됨은 물론이다.


    영주권 심사가 진전이 안되니 변호사에게 돈이 계속 들어가고, 변호사는 정직한 사람이 아닌 것같았다.


    모든 이야기 중에서 나를 가장 놀라게 것은 70세의 할머니가 라스베가스에 가서 결혼을 했다는 사실이었다. 스스로도 할머니가 위장 결혼을 아닌가 의구심이 들었다. 혹시 남편되는 사람에게 돈을 주고 결혼한 건가? 그래서 돈이 드는 건가?


    어느 할머니께 물었다.


    "나디아, 평생 혼자 살아왔는데 갑자기 나이에 결혼을 거에요?"


    나는 할머니가 '사실은 내가 영주권이 필요해서...' 라고 말을 해도 이해를 하려했다. 단지 할머니에게 돈을 뜯어내는 사람이 있다면 뭔가 보호를 해드려야하지 않을까하는 막연한 생각이 있었다.


    할머니의 대답이 의외였다.


    "나는 항상 아래만 보고 살았어요


    이렇게. (부엌 바닥을 내려다보면서 청소하는 시늉을 하면서)


    나는 평생 남의 청소하고, 아기 보고, 다림질 하고, 요리하고. 그게 나의 삶이였어요 


    그런데 언젠가부터 나는앞을 보고 살고 위를 보고 살면 얼마나 좋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밑에만 보고 싶지 않고 나도 옆도 보고 싶었어요. 옆에 나랑 같이 이야기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도 친구랑 같이 영화 보고, 먹고, 다른 사람들처럼 살고 싶었어요.


    나에겐 친구들이 있어요. 그러나 그들은 결혼해서 자녀들이 있고 이제는 손자 손녀때문에 바빠요.


    그래서 나는 외로웠어요” 



    '아래만 보고 살았다' 라는 비유는 참으로 간단하게, 그러나 효과적으로 그녀의 처지를 말해주었다.


    남의 일만 해주면서 자기의 삶을 살고 싶어한 그녀의 갈증이 얼마나 컸기에 70 넘어서 결혼을 하려 했을까


    나는 가만히 할머니를 쳐다보면서 이야기를 경청했다.



    "유세프는 주말마다 가는 사원에서 만났어요."


    (아, 남편 이름이 유세프이구나.)



    "그도 외롭고, 나도 외롭고. 유세프는 나에게 친절하게 잘해줬어요. 같이 있으면 좋았어요. 그래서 우리는 결혼하기로 했어요.”


    간단한 문장으로 그녀의 드라마틱한 삶이 요약되었다. 유세프의 이야기를 하는 즐거운지 그녀의 얼굴이 밝아졌다.


    "같이 있으면 좋아요. 우리는 영화 보고. 같이 걷고. 내가 자꾸 쳐다보니까 그사람이 불편해해요.  신경쓰여서 아무 것도 못하겠다고. 하하하!"


    (어머머할머니가 진짜 사랑에 빠지신 거네!)



    "우린 가끔 싸우기도 해요. 세상에서 내가 싸울 있는 유일한 사람이에요.  우리는 싸우고 나서 화해해요

    그러나 다른 사람들과는 싸울 없어요. 그들은 나를 끊어버릴 거니까. 그래도 아쉬울 것 없으니까." 



    할머니의 이야기에 싱글 여성의 비애가 절절히 느껴졌다. 


    우리는 아무에게도 얘기하지 않고 라스베가스에서 결혼했어요. 아무도 이해하지 못할 것같아서. 그런데 후에 우리가 결혼했다는 것을 알고 주위 사람들이 얼마나 말을 많이 하던지. 실수한 거다, 사람 사기꾼 아니냐, 이제 결혼해서 뭐하려하느냐나는 머리가 터질 것같았어요. 그리고 창피했어요.”


    (나도 나디아 할머니에 대해서 사람들이 하던 가쉽을 많이 들었었다.)


    그래서 이혼 하려 했어요어차피 나는 남의집에서 일을 해야하는 처지, 유세프와는 따로 살다가 주말에만 만나야하는데 그게 무슨 결혼생활이란말인가그래서 이혼하자고 했어요. 유세프가 말렸어요. 후회할 거라면서. 그래도 이혼하자고 신청서를 작성했어요.”


    ( 당시의 상황도 나는 지인들에게서부터 들어 알고 있었다. 라스베가스에서 결혼을 무른다고. 조용한 할머니가 어떻게 그렇게 일들을 거침없이 하는지 놀랐다는 이야기들을 했었다.)


    그런데 이혼하겠다고 2 정도, 나는 사람들이 나를 대하는 태도를 보면서 후회했어요. 나의 결혼을 반대한 사람들은 다들 다른 일에 바빴어요. 그리고 나는 여전히 바닥을 보면서 살고 있었어요. 그래서 나는 마음을 바꿨지요. 유세프에게 전화해서 이혼을 무르자고 했어요. 유세프가 좋아했어요.”


    나디아 할머니는 영주권에 관해서도 이야기했다.


    "유세프가 이왕 결혼했으니 영주권을 받으라고 해서 영주권 신청을 거에요. 그런데 사람들은 내가 영주권때문에 결혼했다고만 생각해요. 그건 아니에요. 물론 영주권 받고 싶어요. 받으려고 노력할 거에요. 그러나 우리 결혼의 목적이 영주권은 아니었어요.”


    그러니까 사랑이 먼저였구나. 누가 봐도 '위장결혼'으로 오해를 할만한 70 할머니의 라스베가스 결혼은 연애 결혼이었다.


    할머니를 돕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에릭과 이야기를 나눴다. 그러나 당시에 우리집이 너무 작아서 할머니가 와서 일이 없었다. 


    얼마   우리가 집에 이사를 하게 되었고, 관리에 도움도 필요하고  몸도 좋을 때여서 도움이 필요했다. 잘됐다. 나디아 할머니를 부르자!


    나디아 할머니에게 지불하는 돈은 내가 집안 일을 못하는 만큼 월급에서 할머니께 돈을 지급하면 되니 간단했다.


    (나는 매월 나에게 '홈메이커 월급' 주고 있다적은 액수라도 내가 주부로서 월급을 받는 공정하다 생각해서였다내가 살림을 못하므로 이유로 일주일에 100 불이라는 액수의 월급을 책정했는데 그걸 남편이 비싸다고 생각하는지 아닌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할머니는 일주일에 우리집에 일하러 왔다. 나와 차로 시장에가서 장을 봐와 (1시간 ) 도와서 요리를 하고 (2 시간 ), 같이 식사를 하고 모셔다 드리는 일정이었다. 처음에는 할머니께 간단한 청소와 요리 가지를 계획이었는데 할머니가 요리를 무척 잘하고 좋아하시는 것을 보면서 요리만 하시게끔 계획을 바꾸었다.


    애초에 할머니를 고용한 이유가 나에게도, 할머니에게도 도움이 되자는 의도니까 보수도 주관적/객관적으로 합당한 가격으로 했다. 4 시간에 100 . 달에 400 . 할머니가 오버타임 하는 때가 많아 시간을 고려해서 지불하다보니 할머니는 달에 600 정도의 돈을 받게 되었다. 결국  월급보다 많은 액수라서 돈을 보태야했지만 가치가 있었다


    할머니는 돈이 궁해 일을 찾았으면서도 정작 일을 하면서는 돈을 받는 것을 미안해했다. 전형적인 약자의 태도였다

    그래서 설득을 해야했다. 


    "나디아, 당신이 요리를 쉽게 잘하는데 그것은 능력이에요. 당신이 갖고 있는 뛰어난 능력을 내가 돈으로 사서 도움을 받는 것이에요.”


    할머니가 싸게 해주겠다고 우기실 때도 설득했다.


    "할머니, 친구라고 싸게 해주기 없어요친구가 잘되는 좋은 , 당신이 친구니까 당신에게 좋은 나에게 좋은 거에요. 그러니까 돈을 정확히 계산해서 받아주시는 나에게 좋은 거에요" 


    만족스러운 계약 관계는 유지되었고 고정 수입이 있다는 것은 할머니께 심리적 안정감을 주었다.





    ————



     

    당시 내 성경공부 친구들은 모임에서 가장 허접하게 사는 내가 우리 동네 아줌마들은 다 고용하는 청소 도우미도 없으면서 요리사를 고용했다니  놀랐다.


    와우 요리사를 고용했다고? 요리사 고용하는 사람 처음 봤다. 헐리웃 배우들이나 하는 일 아냐?

    신주가 웬일이야, 대단해~~ 일반적 반응.


    우리집 경제 사정을 알고 있는 린다는 '신주, 얼마전까지 네가 몰고 다니던 고물 미니밴 가격이 400 불이었어! 그런데 어떻게 달에 400 넘게 있어?' 하며 비합리적인 지출을 이해하지 못했다.


    나는 아랑곳없이 친구들에게 나디아 할머니‘선전 했다. 


    '늬들도 한번 나디아의 서비스를 받아봐라,  식당가서 비싼 돈내고 '저녁 때우기' 하는 것보다 훨씬 건강에도 좋고 시간 절약도 된다고. 매주 도움을 받지 못할 거면 한달에 한번이라도 100  예산으로 할머니를 불러서 요리를 왕창해서 냉동을 해놓아도 돈을 버는 거라'고 역설하면 관심을 보이던 친구들도 다 포기했다. 남편들이 반대한다는 이유로. 


    내 친구들 중에는 명품을 입고 비싼 엑세서리를 두르는 사람도 있고, 어떤 친구는 지난 5 년간 한번도 같은 옷을 두번 입는 것을 보았다. 그런데 일주일에 100 불이 아깝다고 할까 이해가 가지 않았다. 


    에릭은 ' 다른 곳에 돈을 많이 쓰니까 100 불이 아까운 아닌가? 당신은 쓰는 없으니까 달에 400 불이라는 돈이 나오는 것이고.' 했다. 그렇게 이해해주는 남편이 고마웠다.



    나디아의 요리 실력은 뛰어났다. 맛도 맛이지만 디스플레이를 하는 감각이 있어서 그녀의 음식은 화려하고 아름다웠다


    무엇보다도 그녀의 요리 과정은 보기만 해도 신났다. 그녀는 양파, 홍당무, 셀러리, 가지....보면 그냥 레시피가 터져나온다.

    "~~ 오이는 채를 썰어 소금간 하고 타임향 넣어주면 된다.

    비트는 알루미늄 호일에 싸서 구워준 다음에 레몬으로 간을 하면 되고, 파슬리를 약간 뿌려주면 색깔이 너무 예쁘다"


    나는 나에겐 골치거리인 채소, 고기를 보면 마치 시인이 어떤 사물을 보고 영감이 떠올라 즉흥적으로 시를 읊듯이, 자기만의 레시피를 읊는 나디아가 존경스럽다 못해 신비해보였다.


    요리 할 때의 그녀는 너무도 씩씩했다. 조리대, 개수대, 냉장고, 찬장 사이를 바쁘게 움직이는 그녀는 20 대, 30 대 못지않는 활기로 가득찼다.


    빵을 만드는 그녀의 손은 가히 장인 급이었다.  계량스푼, 계량컵은 저리가라, 눈대중, 손대중으로 대충 섞은 밀가루와 여러가지 무엇 ( 모름 ) 주물럭주물럭 반죽한 뒤에 깨끗하게 치운 조리대 위에 밀가루를 뿌리고 눈대중으로 뭉텅 뭉텅 잘라서 오븐에 넣고 굽다가 대강 감으로 일정 시간 뒤에 오븐을 열면, 세상에황금빛으로 빛나는 아름다운 빵들이 우리에게 인사했다.


    , 나디아의 살림은 예술이었다.


    살림을 예술의 경지로 이끌어올리는 나디아 할머니는 그렇게 나의 삶의 일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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