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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말 산책
    스치는 생각 2011. 3. 8. 03:58


     
    토요일, 룰루 랄라가 시험이 있었어요.

    세시봉 아빠께서 오랫만에 사진도 좀 찍고 산책도 하자며
    룰루 랄라가 시험 보자마자 애들 옷 갈아입혀 나섰습니다.)

    애들은 피곤하다 싫다 반대했지만
    아빠가 오랫만에 뭔가 같이 하자니 들어주자고 제가 설득했지요.







    산책 나가서 10 분도 안 되어
    세시봉이 새 사진 찍기에 열을 올리기 시작.
    우리를 버려두고 혼자 강둑으로 뛰어 내려가 새를 찾느라 정신이 없더군요.



    '난 저 가운데 새가 기분이 무척 좋아보여. 성격이 좋은 새같아.' 새에 꽃힌 세시봉님의 말쌈...-.-



    가뜩이나 피곤했던 룰루가 저에게 물었습니다.

    "엄마, 빠빠한테 무슨 문제 있어?"

    "문제?"

    "정신상에 무슨 문제 있는 거 아니야?"

    "무슨 소리?"

    "제 정신으로 어떻게 이럴 수 있어? 이 귀한 토요일, 왜 저렇게 뛰어다니면서새를 쫓는 거야? 왜?

    왜 우리가 아빠한테 맞춰야해?

    내 주말이 이런 식으로 낭비된다는 건 말도 안 돼.

    아빠가 정신이 나가지 않고는 이런 상황이 있을 수 있겠어?"


    진지하게 아빠 성토를 하는 룰루 보며서 웃음이 났습니다.

    쫌 이상한가부다, 그지? 하면서 맞장구 쳤습니다.

    룰루가 무지 좋아하대요.

    그렇게 웃는데, 우리가 왜 웃는지도 모르고

    쎄시봉은 멀리서 망원 렌즈로 우리를 찍었더군요.










    우리의 심드렁한 표정에 아랑곳없이

    세시봉은 타잔처럼 붕붕 날면서 갈대를 찍고, 쓰레기를 찍고 웅덩이에 고인 물을 찍었습니다.

    그동안 랄라는 길가에 뻗어 잠을 잤습니다.

    (나중에 얼굴로 벌레가 기어올랐다고 질겁하더군요.)

    옆으로 씽씽 지나가는 자전거 가족들,

    잔디밭에 멀거니 앉아 있는 엄마와 아이들의 모습을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고.

    쎄시봉을 그대로 둬다가는 날 샐 거 같아서

    결국 제가 나서서 카메라로 나누는 새와의 그 은밀한 교감을 끊고

    집에 돌아왔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빠빠가 밀크 세이크 샀습니다.

    쎄시봉은 새 때문에, 애들은 셰이크 때문에 행복했습니다.

    저는 오랫만에 아무 것도 안 들고 걸어서 행복했습니다.


    쎄시봉 사진 중에서 제 맘에 드는 사진 두 장 올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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