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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의 새 친구를 소개할께요
    스치는 생각 2011. 2. 18. 13:16

    저에게 새로운 친구가 생겼어요. 소개해드리고 싶어요.

    이 친구, 만난 지 2 년 되었나. 처음에는 그렇게 가깝진 않았어요.
    첨엔 서로 잘 몰랐으니까.  그리고..저랑 맞는 스타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서 가까워지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지요.

    그러나 시간이 지나 더 잘 알게 되면서 조금씩 가까워졌어요.
    그러다가 얼마 전부터 아주 밤낮으로 만나면서 아주 급작스레 친해졌어요.
    아마...평생 친하게 지낼 거 같아요.

    정말 고마운 친구에요. 이 친구는 제 몸을 무척 아껴줘요.
    제가 밤에 너무 늦게 자거나, 아침에 너무 일찍 일어나 잠을 설치면  어떻게 알았는지 저에게 막 잔소리 해요.
    한국 음식 보면 눈이 뒤집혀 폭식을 일삼는 저에게 그러면 안된다고 따끔한 충고도 해주고요.
    음식에 소금을 너무 많이 치면 팩팩 거리면서 화를 내고,
    제가 운동을 게을리하면 완전히 펄펄 뛰면서 분노해요.

    저한테 잔소리하고 화내는 건 싫지만 고마운 마음이 커요.
    이 친구 덕에 제가 이제까지 살아오면서 쌓아온 버릇이랑 사고방식 같은 것을 조금씩 바꾸게 되는 거 같거든요.

    사람이 바꾸는 거 참 힘들잖아요.
    몸에 안 좋은 거 알면서 먹고, 폐에 안 좋은 거 알면서 담배 피우고,
    운동이 좋다는 거 알면서 게을리하고, 무리하면서 사는 거 어리석다고 알면서 무리하고
    '이번 한 번만.... '하며서 자기를 잠깐 잠깐 속이면서 살게 되잖아요.

    나약한 저에게 이 친구는 정말 큰 도움을 줘요. 

    요새들어 부쩍 바른 소리 하고, 나를 힘들게 하는 게 미울 때도 있지만,
    이 친구가 직언을 해주는 덕에 제가 나중에 뒤늦게 후회하지 않게끔, 지금부터 제 삶에 변화를 가져오게 되었어요.

    그때 그때 저에게 직언을 해줘서 제가 고칠 것을 금방 금방 깨닫게 해주고,
    제가 과단성 있게 끊어야 할 것을 끊게끔 용기를 주고,
    성실하게 지킬 것은 지키게끔 인내심을 주고....

    이 친구 덕에 부모님, 남편, 아이들, 친구들의 귀함을 더 절실히 느끼고,
    그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삶이라는 게 얼마나 복된 삶인가를 감사히 받아들이게 됩니다.

    하루 하루의 삶의 소중함을 깨우쳐주는 나의 귀한 친구.

    그 친구를 저는 ‘마드모아젤 고’ 라고 불러요.
    성이 ‘고‘ 씨에요.

    이름은? 별로 안 예뻐요.

    ‘혈압.’

    하하, 네, 저 고혈압이랑 절친 맺었습니다.
    서로 잘 협력해서, 성내지 않고, 잘 살아가려고요.


    (여기까지 명랑모드~~^^)


    -----------------------------

    정말 오랫만이에요. 지금 도서관에 나와서 잠깐 쓰고 있어요. 너무 오랫만에 밖에 나와서 황홀해요.

    아이들 아픈 동안, 저도 좀 아팠어요. 감기 정도가 아니라 혈압이 들쑥날쑥, 오르락내리락했어요.
    줒어 들은 거 많아서, 그렇게 오르락내리락 하는 게 가장 위험하다니 좀 불안했어요.
    아무리 조심해도 내가 조절할 수 없는 혈압에 잠시 놀랐지요.
    2 년 전부터 조금씩 증상이 있긴 했지만 대강 조절 가능했는데, 아마도 갱년기/ 완경기 증상과 겹쳐서
    몸이 '난동'을 부리는 거 같았어요.

    밤에 혼자 깨어 뒤척이고, 가만히 있을 때 부우우웅 엔진이 걸리듯이 혈압이 오르는 것을 느끼는데
    저의 평온한 삶---스트레스도, 마음의 걱정도 없는 삶에--- 혈압이 난동 부리니 잠깐 위축 되더라고요.

    저만이 아니라 아이들이랑 남편도 갑자기 일어난 일에 약간 놀라서 당황했고요.

    지금도 뭐 완전히 좋아진 건 아니지만 많이 노력한 결과인지 엊그제부터 많이 안정 되었어요.
    제가 맨땅에 헤딩하듯이 무식하고, 약의 도움 없이 혈압을 잡겠다고 하다가 큰 일 당할 생각도 없고
    그리고 65 세 이상의 여성의 대부분은 고혈압을 겪게 된다니 서서히 나이 값을 하는 거려니 하고 마음을 먹지만
    그래도 제가 약 쓰기 전에 제가 고치고 싶은 것들을 많이 고치고 싶어서 그나마 약간 조절 될 때에 제 몸을 읽어가고 있어요.

    혈압기를 사서 제 혈압을 수시로 재면서 내 몸을 읽는 습성을 키우고,
    어떤 음식, 어떤 상황, 어떤 수면 상태가 제 혈압에 어느 정도 영향을 끼치나를 면밀히 관찰해오고 있어요. 
    그래서 혈압에 안 좋은 것들은 고쳐나가고 있어요.

    제 생활 습성이나 사고 방식이나 고치면서 약을 써야 장기적인 도움이 되지,
    약이 혈압 내려주니 나는 하고 싶은 거 다하고, 짠 거 먹고, 잠 대강 자고, 커피 퍼마시고 (-.-),
    그렇게 살면 결국은 몸에 안 좋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

    제 몸이 참 감사해요.
    이제까지 저를 잘 지켜주고, 저에게 좋은 경험 많이 시켜주고, 저를 행복하게끔 도와준 제 몸,
    제가 잘 돌봐주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현명한 몸의 관리자가 되고 싶어요.
    예수쟁이 언어로는 몸의 청지기란 말이 맞겠지요.

    옛날에 내가 좋아하던 담배 끊었을 때처럼 이제 제가 습관적ㅇ로 끌리는 제가 좋아하는 것들----비빔밥 포함!--을
    좀 멀리해야하게 되는 것이 좀 아쉬었는데, 이번에 혹독히 테스트를 치루면서, 내 몸이 얼마나 고통스럽고, 
    잠재적으로 위험한 상황에 다다를 수 있다는 것을 체험한 뒤에는
    모든 것이 좀 간단히 해결되더군요.

    사고 방식도 많이 달라졌어요.
    멋있는 삶이 무엇인가...먹고 싶은 거 먹고, 하고 싶은 거 하는, 객기 부리기도 하고, 일탈을 즐기기도 하는 삶이 
    멋있고 아름답다는 생각, 이제는 없어요. 
    팜페미, 늙어가는 거라, 막혔다, 멋없다, 재미없다~ 라는 말, 다 맞을지도 몰라요.
    (갑자기 멋에 죽고 멋에 산다는 80 년대의 숙어, "폼생폼사"라는 말 생각나네요.^^)

    그런데 혈압이 난동 부릴 때, 일탈, 순간 즐기기, 삶을 사랑하기 등등은 아주 먼 세상 소리에요.

    이번에 제가 안 보인다고 따뜻한 육개장을 갖고온 친구가 있었어요.

    "아니, 아픈 줄 알았더니 괜찮네?! 얼굴만 좀 부었어."

    (혈압 있는 사람들의 문제는 전혀 아파 보이지 않아서 사람들의 이해를 구하기 힘들다는...-.-)

    평소라면 신나서 먹었을 육개장, 차마 못 먹겠더군요.
    금방 혈압이 난동 피울 거 아는지라.

    제가 나중에 먹겠다고 사양했는데
    평소에 제가 얼마나 한국 음식 좋아하는지 아니까 이 친구가 좀 놀랐나봐요.

    "아유...그냥 먹어봐. 맛있게 먹는 건 약이야. 사는 낙이 뭔데, 가끔 안 되는 것도 먹어주고 그래야
    삶의 재미지."

    아흑...어떻게 설명하나.
    앞으로 사회 생활에 많은 지장이 오겠구나...잠시 아뜩 했어요.

    술자리에서 술 안 먹는 사람이 분위기 깨는 것처럼,
    음식 맛있게 먹어야할 자리에서 이거 못 먹고, 저거 못 먹고 하다가는 불미스럽겠구나 싶어서요.

    그런데, 김연아 생각이 나더라고요.
    김연아가 올림픽 메달을 위해 혹독한 다이어트를 하고, 철저하게 통제된 삶을 살 때,
    조그만 일탈이 삶의 목표를 휘청이게 하는 상황에 처한 그녀가 처절하게 삶에 집중할 때
    그녀의 삶을 평범한 멋과 낭만의 기준으로 보고 폄하하진 않잖아요?
    그녀가 평범한 삶의 행복을 못 누리는 걸 아타까워하지만,
    그녀의 통제된 삶을 바꾸라고 하진 못하잖아요?

    그런데 사람의 생명은 올림픽 메달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것,
    건강한 생존을 위해
    술 안 먹는 사람, 음식 관리를 철저히 해야하는 사람들의 선택되 존중되어야하는 거 같아요.

    어떻게 보면 '낭만'이라는 거 자체도, 결국은 자신의 삶의 당위성을 증명하려는 하나의 표현일지도,
    그것에 치중하는 거 자체도 하나의 obsession 이라고 생각해요.

    그냥, 간단하게 말해,
    내 생명이 귀하고 아름다움을 축하하고 감사하면서, 진실하게 살고자 하는 마음이에요.

    근데 좀 재밌는 것은 저 안에 존재하는, 겉으로는 잘 안 보이지만 엄연히 존재하는, 저의 금욕주의적, 극기주의적 성격이 지금 새로운 터닝 포인트에 놓인 저의 삶의 여정을 약간 설레는 마음으로 바라보게 해주는 거 같습니다.

    아직 제 상황이 너무 심하지 않기에 가 뭔가 할 수 있다는 것만해도 감사하고요.

    아, 날씨가 왜 이리 좋은 거야?! 엄마, 아버지, 걱정 마시라요. 다 좋게 할 자신 있사와요.
     
    글고, 젊은 친구들, 완경기 오면 몸이 아주 독립적으로 노는 케이스들도 있으니 알아서 음식 조절들 하시고,
    약한 부분 있으면 좀 잘 보살펴주고, 잠시의 유혹에 넘어가 폭음, 폭식하거나, 밤 새고 놀고 일하는 거 삼가하시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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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 중에,  "인생을 다시 살 수 있다면 데이지 꽃을 더 많이 꺾으련다" 라는 시가 있어요. 다시 살게 된다면 실수를 더 많이 하고, 유연하게 살고...여행도 많이 하고, 산에도 더 자주가고....하겠다는 내용의 시. 


    제가 살려고 하는 삶도 그 시에서 묘사된 삶과 비슷한데, 딱 한가지, 다른 게 있어요.

    "아이스크림을 많이 먹되 콩요리는 덜먹으리라." 라는 구절.

    저는 인생을 다시 살 수 있다면 다음 번에는 '라면, 다방커피, 달콤한 아이스크림 맛에 길들여지지 말고 삶은 감자, 미역, 콩의 맛에 흠뻑 빠져 살리라' 에요. 자연을 눈으로, 몸으로 즐기는 게 아니라 자연의 맛도 입으로 만끽하는 사람으로 살고 싶어요.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까 조금씩 조금씩 노력해야가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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