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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북이 살리기
    스치는 생각 2011. 4. 15. 09:22

    친구의 고양이, '밥'이 동네 개의 공격으로

    병원에 입원했다.

    척추가 으스러지고 출혈이 심해 생명이 왔다갔다 했다.


    이틀 후, 친구가 머리를 가까이 대고 부드럽게 쓸어주니까

    아주 작은 소리로 골골, 기쁨을 표시했단다.

    어제 들은 소식:

    "신주, 어제와는 다른 눈빛이였어. 살 수 있을 거 같아!!"


    '밥'이 사고를 당한 뒤에, '만약 그 순간에 쥬디가 옆에 있었더라면...만약에 밥이 남의 집 정원에 들어가지 않았더라면....'

    하면서 부질없이 그 '찰라'를 다시 돌리면서  가슴아파하던 우리 식구들에게는 너무도 기쁜 소식이었다.



    오늘,

    아침에 운전하는데 고양이 한 마리가 내 차 앞으로 뛰어들었다.

    옆으로 확 돌리는데, 이 녀석도 많이 놀랐는지, 차 반대 방향으로 튀는 게 아니라

    그저 직진하는 바람에 내 차에 더 심하게 부딛힐 뻔했다.


    고양이들이 이러니까 사고를 당하는구나,

    놀랐을 때 정황 판단하지 못하고 그저 앞으로 직진만하니.


    생명 하나 안 다친 거 다행이라 가슴을 쓸어내리고 운전하는데

    계속 덜덜 떨렸다.

    안도의 숨을 내쉬면서도 몇분의 몇 초에 어떤 방향으로 틀었냐에 따라 그 고양이의 생사가 가려졌을 거라는 사실에

    내 마음은 쉽사리 진정되지 않았다.



    오후에 운전해서 어디론가 가는 길이었다.

    차들이 많은 하교 시간,

    그런데 사거리도 아닌 곳에서 교통 체증이 있었다.

    양쪽으로 모든 차들이 다 서 있었다.

    내 앞으로 몇 대의 차가 서 있는데 주위를 돌아보니 경찰차나 소방차는 안 보였다.

    무슨 일이길레?

    궁금해 목을 빼어 보니

    저만치 앞에서 한 중년의 남성이 손을 휘휘 저으면서 길을 막고 있었다.

    사고난 건가?

    길가에 세워진 그의 차는 멀쩡한데.


    차들이 다 선 것을 확인한 뒤 그는 길 한 가운데로 걸어가 뭔가를 집어 들었다.

    두 손에 안고 길을 건넌다.

    그 후에 꾸물꾸물 차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나는 그가 안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궁금해 천천히 지나면서 그를 쳐다보았다.

    일단, 그는 룰루의 친구의 아버지, A 씨였고

    그가 들고 있는 것은 조그만 거북이였다.


    바로 옆의 호수에서 걸어나와 길을 잃은 듯.

    차들에게 치여 납작하게 되면 전혀 표도 나지 않을 조그만 동물.


    그 거북이의 느릿느릿한 움직임을 알아보고

    자기 차를 세우고

    길 한 가운데에서 차를 막고 거북이를 구해준 A씨.

    부동산 에이전트로서 분주한 자신의 삶을 잠시 정지하고

    바쁜 마음으로 조바심내는 오후의 운전자들을 잠시 멈추게하고

    삶과 죽음의 갈림길에 선 거북이를 생명의 길로 건져 올려준 것이다.



    천천히 그를 지나치면서 내 마음 속은 기쁨이 차 올랐다.

    생명을 건진 거북이를 위해서도 기뻤고

    무엇보다도 A 씨 생각에 기뻤다.

    조그만 거북이를 줒어 길을 건너게 해준 것이

    그 누구와 나누기에 쑥스러운 조그만 일이고, 약간 우스꽝스럽기조차 한 일이나

    그는 분명 남몰래 뭔가 자신이 위대한 일을 한 듯한 만족감과 보람에 젖어 있을 거 같았다.


    고양이들과 거북이들의 일이 우리가 평소에 너무도 잘 알고 있는 사실,

    즉, 삶과 죽음이 찰라의 문제라는 사실을 다시금 깊이 마음에 새기게 되었다.

    죽음에서 생명으로의 극적인 방향 전환을 몇 본 보고나니

    내 삶도 다시금 돌이키게 된다.

    내 자신이 앞만 보고 가는 어리석고 순수한 거북이나 고양이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거북이를 구해준 A 씨처럼 동물이나 사람들을 도와서 생명의 길로 이끌어주고 싶은 마음도 든다.

    (혹시 내가 밥에게 상처를 준 그 사나운 개와 같지는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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