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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잘 보내셨어요.
저, 너무도 밝은 모습으로 지내고 있습니다.
뻔뻔할 정도로 밝은 모습으로.
스스로 놀라요.
그리다가 갑자기 눈물이 터지고, 그러면 구석에 가서 울거나 에릭 붙들고 울고.
(옛날에 숙이가 했던 이야기가 생각나더라. 그 구절이 항상 마음에 꽂혀 있었는데 지금 내가 그러네.
부모님을 잃는 경험을 했던 친구들...너희들은 정말 큰 일을 치뤘구나. 대학 친구이자 그리고 영원한 친구, K 야, 엄마 돌아가셨을 때 같이 못해서 미안해.)
원래 제가 눈물 쪽으로는 통제가 잘 안 되는 사람이라서 이 상황이 좀 걷잡을 수 없네요.
어제는 에릭이 제가 혼자 있을 수 있게 해줘서 많은 시간 혼자 있었어요.
그러니 저절로 금식이 되데요.
비빔밥 생각이 좀 나긴 했더군요.^^
점점 나아지겠지요.
엄마 아버지, 며칠 있다가 전화드릴께요.
아버지 당뇨 수치는 내려갔는지
엄마의 혈압약 조절은 잘 되는지 궁금한데
소식 잘 모아두었다가 우리 기쁜 마음으로 통화해요.
호탕하고 너그러운 오바짱의 모습,
그리움과 미안함
이런 시간이 올 거라고는 알았는데
아무리 예상하고 준비했어도
강진이 오면 다 무너지듯이
그런 거 같아요.
서서히 치유해 가야지요.
기도해주는 친구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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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오늘 받은 아름다운 시 하나 올립니다.민들레꽃
- 조지훈
까닭 없이 외로울 때는
노오란 민들레꽃 한 송이도
애처롭게 그리워지는데
아, 얼마나 한 위로이랴
소리쳐 부를 수도 없는 이 아득한 거리에
그대 조용히 나를 찾아 오느니
사랑한다는 말 이 한마디는
내 이 세상 온전히 떠난 뒤에 남을 것
잊어 버린다. 못 잊어 차라리 병이 되어도
아 얼마나 한 위로이랴
그대 맑은 눈을 들어 나를 보느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