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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울렁증 할머니의 미국 병원 생존기 (투병기 2)엄마 2020. 9. 8. 03:12
아침에 엄마께 전화를 했다. 전화를 안받으시니 밤새 뇌진탕이 진행되기 시작했나, 심장에 문제가 있었나 걱정이 들었다.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면 병원에서 연락을 했을테니 아무 일도 없었음이 분명하지만 엄마를 병원에 혼자 두고 온 게 마음에 걸려서였다. 간신히 8 시 경에 엄마와 통화가 되었다. “아... 팜펨아!~~” 밝은 목소리. 나는 안도했다. 엄마가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말씀하신다. “난 잘 잤어. 근데 여기 너무 춥다. 아버지 생각나더라. 아버지 응급실 모시고 갈 때 네가 털모자랑 큰 담요를 갖고 응급차에 탔잖아? 응급대원들이 그럴 필요 없다고 하는데도... 그런데 아버지가 그 담요 덕을 얼마나 보았니. 미국 병원은 냉장고같이 추워. 네가 담요 들고 간 거 너무 잘했다." 엇? 엄마가 옛날이야기를 하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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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메 여사 쓰러지다 (투병기 1)엄마 2020. 9. 8. 00:43
오늘 (9월 6일 일요일), 42 도 라는 엄청난 기온과 싸우면서, 오늘도 더위 먹은 글쓰기를 하고 있음. (참고로 봄메는 어머니의 한자 이름의 순 한국말.) ---- 엄마의 건강에 적신호가 온 것은 4 월, 코로나바이러스와 남편의 재택근무의 영향이 없지 않다.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남편이 집에서 근무를 하게 되면서 컴퓨터 모니터 두 개를 놓을 큰 책상이 필요했다. 나는 1 층의 나의 서재 (‘자궁’!) 를 양보하고 2 층의 딸의 방을 사용했다. 사위가 집에 24 시간 진을 치고 있으니—그것도 엄마의 공간인 엄마방, 거실, 부엌과 같은 층에서—있으니 엄마는 불편하신지 아주 필요할 때를 제외하고는 엄마 방에서 안 나오셨다. 아침에 산책을 다녀오시는 것 말고는 몸을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일이 현격이 줄어들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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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와 젊음스치는 생각 2020. 9. 6. 16:08
오늘 40 도였다. 걱정 많이 했는데 그래도 잘 버텨냈다. 원시인의 모습이 되어 (천조각 거의 안 걸침), 찬물 샤워 두어 번 해주고, 젖은 타월로 몸을 감은채 보냈다. 아무도 오지 않고 아이들도 없으니 이렇게 자유스럽게 있을 수 있네...집이 에덴동산이 되었네....당신은 아담, 나는 하와....하면서 감사했다. 남편과 내가 이렇게 처절하게 반 나체로 하루를 보낸 이유는 에어컨이 고장나서이다. 폭염, 이상기온에 몇 주 전, 남편과 나는 평소에 안 켜는 에어컨을 켜서 2 시간 정도 켜줬다. 분명 에어컨은 쇼크샤를 한 것이리다. 갑자기 켜는 바람에 놀랐고, 2 시간 여 쉬지 않고 켜두는 바람에 더 놀랐을 것이다. 낡은 몸이 혹사를 견디지 못하고. 흐... 수선을 하려고 사람을 불렀는데 고개를 절레절레. 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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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재기와 남편 / 캘리포니아 코로나바이러스스치는 생각 2020. 3. 21. 03:25
제가 며칠 전에 밤에 마켓 갔다가 쇼크 받은 이야기를 했었지요? 아직은 근근히 지지난 주에 산 야채와 견과류, 곡물로 잘 연명하고 있는데 내일 (토요일)에는 저도 아침 일찍 일어나서 시장을 봐야할 것같아요. 어제 남편이 나가서 바나나(만) 다섯 개 를 사왔습니다. 어떻게 바나나가 남아 있더라고 신기해하면서. 엄마와 저는 오랫만에 보는 바나나가 반가워 둘이 식탁 옆에 서서 바나나를 감상하고 감사했습니다. 코로나바이러스 덕에 요리를 열심히 하고 레시피를 많이 찾게 되고,....그건 참 긍정적인 변화에요. 빵을 못사게 되니까 엄마 도움을 받아 식빵을 굽고, 신선하지 않은 야채는 과감히 버리던 제가 조심스럽게 먹을 수 있는 부분을 모아서 야채스프를 끓이고, 밥 한톨도 남김없이 깨끗이 먹고.... 모든 것을 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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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 코로나바이러스스치는 생각 2020. 3. 19. 14:32
현재 제가 사는 오렌지카운티에 코로나 확진자가 46 명 (사망자는 없음), 캘리포니아는 확진자가 874명 (사망 17 명)입니다. 남가주보다는 북가주에 확진자가 월등 많습니다. (샌프란시스코 주변 지역들). 검사를 제대로 하고 있지 않는 상황에서의 숫자이므로 실제 확진자는 엄청나게 더 많겠지요. 미국은 수요일 현재, 8264 명의 확진자, 147 명이 사망했다고 합니다. 접촉 경로는 미국 내에서 개인적 접촉 (160명), 외국 여행 (100), 미국내 여행 (72), 이집트 여행 (47), 크루즈 (73), 이태리 여행 (39), 중국 여행 (15), 그리고 한국 여행은 2 명이랍니다. 그런데 7400 명은 감염 경로를 모르는 상태. 미국은 현재 '한국처럼 되는가' 아니면 '이태리처럼 되는가'의 기로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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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 코로나바이러스 소식스치는 생각 2020. 3. 14. 13:20
오래 업데이트 못했습니다. 코로나바이러스로 한국이 고생을 하는데 태평양 건너 살면서 신변잡담 끄적이고싶지 않더군요. 이젠 미국도 코로나 사태로 난감한 상태에 직면했습니다. 한국의 코로나사태에 대응법에 대해 코웃음치던 사람들의 큰 코가 납작해졌지요. 코웃음에 대해서... 제가 사는 곳은 미국에서 세번째로 코로나비아러스 확진자가 나온 곳이에요. 1 월 26 일이었어요. 뉴스를 보고 놀랐어요. '확진자가 나왔는데, 우한을 방문한 사람이며, 직접적인 컨택을 했더라도 바이러스에 감염될 가능성은 낮다'는 식으로, 바이러스 감영의 위험성을 과소평가하고, 그래서 사람들이 코로나바이러스는 태평양 너머 아시아에서나 일어나는 일로 생각하게끔 만들어렸으니 말이죠. 며칠 후에 소셜미디어에 어떤 이의 문자를 캡쳐한 사진이 돌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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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묘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슬픈 한 할아버지와의 만남부모님 이야기 2020. 2. 21. 16:01
오늘은 돌아가신 아버지 생신이다. 엄마와 아버지 묘소에 다녀왔다. 주중 아침의 묘원은 늘 한적하다. 날씨가 화창했고 묘원의 꽃들이 아름다웠다. 지난 주말에 왔을 때 아버지 묘소의 화병에 꽃은 꽃들의 일부는 아직도 싱싱했다. 물을 갈고 새로 사온 꽃을 꽃았다. 엄마와 찬송가를 부르고, 성경을 읽고, 기도를 했다. 뒷산에 산책가듯이 가벼운 마음으로 아버지 묘소를 찾아와 이렇게 예배 드릴 수 있다는 게 감사했다. 등을 내리쬐는 따뜻한 햇살이 따갑게 느껴질 때까지 앉아 있었다. 행복한 시간이었다. 집에 가려고 차로 갔는데 차 위에 새 한마리가 있었다. 옛날에 읽은 어떤 소설에서 여자 주인공이 새를 보고 '아버지!' 하고 마음으로 오래 전에 죽은 아버지를 부르던 장면이 뜬금없이 떠올랐다. ---- 차를 타려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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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서 (2)스치는 생각 2020. 2. 18. 05:26
올해 나는 아이들에게 준 크리스마스 카드 봉투에 '유서와 같은 편지'를 넣었다. (진짜 유서는 이미 검토가 끝나 변호사에게 보내졌다) 아마도 크리스마스 이브 저녁에 응급실에 다녀온 뒤에 착잡한 마음이 있어서였는지도, 아니면 바로 이틀 후에 브러셀행 장거리 비행기를 타야한다는 사실에 부담이 느껴져서였는지도 모른다. 평소에 비행기를 탈 때마다 '이 비행기가 추락한다면 내가 후회할 일이 무얼까?' 하고 상상하는 버릇이 있다. 응급실에 다녀온 다음날 나는 마치 내가 추락하는 비행기에 타고 있는 듯한 위기의식이 느껴졌다. 비행기에서 혼자 추락을 상상할 때마다 느꼈는데, 나는 설사 비행기가 추락한다면, 내가 당장 죽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나는 아비규환 속에서 그리 '당황하지'는 않을 것같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