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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캘리포니아 코로나바이러스
    스치는 생각 2020. 3. 19. 14:32

    현재 제가 사는 오렌지카운티에 코로나 확진자가 46 명 (사망자는 없음), 캘리포니아는 확진자가 874명 (사망 17 명)입니다. 남가주보다는 북가주에 확진자가 월등 많습니다. (샌프란시스코 주변 지역들). 검사를 제대로 하고 있지 않는 상황에서의 숫자이므로 실제 확진자는 엄청나게 더 많겠지요.

    미국은 수요일 현재, 8264 명의 확진자, 147 명이 사망했다고 합니다. 접촉 경로는 미국 내에서 개인적 접촉 (160명), 외국 여행 (100), 미국내 여행 (72), 이집트 여행 (47), 크루즈 (73), 이태리 여행 (39), 중국 여행 (15), 그리고 한국 여행은 2 명이랍니다. 그런데 7400 명은 감염 경로를 모르는 상태.  

    미국은 현재 '한국처럼 되는가' 아니면 '이태리처럼 되는가'의 기로에 서 있습니다. 한국은 바람직한 롤 모델로 우뚝 서 있습니다. 미국 사람들은 한국 이야기를 많이 하고 부러워합니다. 정부와 국민들이 협력해서 코로나를 이겨가는 모습을 보면서 자랑스럽습니다. 이번에 여러 나라의 정부와 국민들이 코로나에 대처하는 모습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고, 우리나라가 여러모로 선진국임은 물론이고, 정보 해석 능력, 판단력, 실천력이 뛰어난 한국인들이 정말 훌륭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위기상황에 드러난 한국의 깨끗하고 건강한 민낯이 참 자랑스럽습니다.

    미국은 현재 많은 학교들이 휴교하거나 온라인 수업으로 대체했습니다.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어제 (화요일) 현재 닫혀버린 모든 학교들이 학기말, 즉 결국 여름방학이 시작될 때까지 다시 열 수 없을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6백만 명의 학생들이 집에 갇히고, 친구들끼리 어울릴 수 없게 되어버리고, 모든 짐을 부모가 지게 되었어요. 정말 큰일이지요.  당연히 일정 숫자의 인원이 모이는 콘서트, 종교 모임, 결혼식 등 각종 파티 등이 다 취소되거나 연기되었고요.  일부 지역에서는 식당, 술집, 가게들이 다 닫혔습니다. 어떤 지역에서는 식당은 주문 배달만 허용하고, 어떤 곳은 모든 식당의 영업이 금지되어 있습니다. 

    미국은 땅덩이가 크다보니까 일관성있는 정책이 부재하다는 게 참 큰 문제에요. 캘리포니아만해도 각 카운티마다 '모임 금지'의 기준이 다 다릅니다. 확진자가 무더기로 확인된 북가주는 며칠 전부터 외출금지령이 내려져 실시되고 있지만, 남가주는 좀 느슨했어요. 그런데 월요일에 50 명이었던 확진자 수가 147 명으로 훌쩍 증가하면서 놀랐지요. 그래 정신차리고 부랴부랴  이런저런 조치를 내리고 있는데 그게 아주 혼돈스러워요. 예를 들어 저의 카운티는 그제까지는 10 명 이상의 모임은 금지한다하더니만 데 어제부로 모/든 모임을 금지한다는 조치가 내려졌어요. 그러나 우리 동네 주변 카운티들은 '10 명 이상의 모임은 금지' (리버사이드 카운티), 50 명 이상의 모임은 금지 (LA 카운티, 샌디에고 카운티) 등 일관성이 없습니다. 차로 20 분에서 1 시간 거리에 있는 지역들인데 마치 각자 고립된 섬인양 다 각기 다르게 대응하고 있는 불합리성이 신기할 정도입니다. 예로 어떤 지역은 gym 을 닫게 했는데 어떤 지역은 계속 운영하고 있고, 어떤 카운티는 술집은 다 닫게 하지만,  어떤 곳은 '음식을 팔지 않는 술집'만 닫게 한다고 해요.

    그러니....맘만 먹으면 미꾸라지처럼 이 카운티에서 놀고, 저 카운티가서 놀고....다 할 수 있는 상황. 옆 카운티에 가서 음식파는 술집에서 밥 먹고, 운전해서 또 다른 카운티에 가서 체육관 가서 운동하고 샤워한 뒤 가뿐한 마음으로 운전해서 다른 카운티의 친구들 파티 (50명 이내) 모임에 가서 즐거운 시간 보내고, 집에 돌아와 저녁에서는 집에서  교회 식구들과 (10 명 이내) 기도회를 가져도 되겠더라고요. 이게 확진자의 이동경로라면? 물론 그렇지는 않겠지만, 여하간 정책에 구멍이 있음은 확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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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가주에 있는 학교에 다니는 저의 딸도 피난을 왔습니다. 그러나 집에는 못왔어요.  샌프란시스코에 자주 들낙거린 전적이 있는데다가 버스와 전철을 많이 타고다닌 것, 3 월 12일, 13일까지 친구들과 늦게까지 식당과 바를 어울려다녔으며 (자기 생일이라고 ㅠ), 가장 결정적인 것은 친한 친구들이 딸의 학교의 확진자와 같은 클럽에서 활동을 했다는 사실.

    자기가 먼저 할머니께 혹시라도 병을 옮길 수 있을까봐 무서워서 집에는 못 오겠다면서 자기가 있을 곳을 찾아보더군요. 어머니와 단둘이 사는 친구 집에서 적극적으로 초대해줘서 지금 집에서 20 분 거리의 친구 집에서 자가 격리 중입니다.

    샌디에고에 사는 아들아이도 집에 돌아오지 말라고 했습니다. 친구들 세 명과 한 아파트를 쓰는데, 직장에 다니는 아이도 있고, 학교에 다니는 아이도 있는데 다들 성숙하게 알아서들 손 잘 씻고 깨끗하게 살기를 바랄 밖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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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편과 제가 지난 주에 쇼핑을 했는데, 많은 물건이 동나 있어서 놀랐었다는 이야기를 드렸었지요. 그때만해도 참 좋은 시절이었더군요.

    그후에 비상사태 선포에 여러 조치가 내려졌고 사재기 열풍이 더 크게 불었나봐요. 며칠 전부터 친구들이 쇼핑 후에 '큰일이다, 물건이 없다, 빵도 못샀다. 시리얼도 없다, 우유도 없다' 등등 문자를 보내왔어요. 사재기가 문제라는 뉴스도 많이 떴고. 그걸 보면서 저는 

    '어머 그렇구나..' 했어요.

    그제 제 친구가 아침 9 시 반에 문자를 보내왔어요. 수퍼앞에서 줄 서서 기다리고 있다고. 한번에 5 명씩 입장 가능하며, 줄이 무척 길다고...

    '어머, 그렇구나..' 했지요.

    현실을 전혀 파악하지 못한 거였어요. (지난 주에 장기보관 음식들은 다 팔렸지만 그래도 야채들은 살 수 있었기에 더 마음을 놓았던 것도 있었던 듯.) 

    어제 저녁에 일주일마다 하는 정기 식료품 쇼핑을 나갔다가 허걱..했습니다. 일단 주차장이 텅 비어있어요. 슈퍼마켓에 들어서니 사람들이 없어요. 손님은 물론 직원들도 캐시어 두 명 말고는 없었어요. 큰 슈퍼인데...

    왜, 직원들이 필요 없는지 알겠더라고요. 물건들이 없으니까...메뚜기떼가 지나간 들판처럼 황량하더이다. 장기 보관 가능한 식재료는 당연히 다 사라지고, 과일과 야채들도 시들시들해서인가 버려진 아이들, 이름모를 아이들만 남아 있어요. 귀하게, 감사하게 들고 왔지요. 이름모를 아이들, 이제부터 이름 익히고 레시피를 찾아봐야...남편과 허허허허 실소를 금치 못했어요. 정말 난리구나. 

    저도 같은 지역에 사는 주민인데, 왜 나는 슈퍼마켓에 가면 당연히 물건들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었는지? 위기의식, 준비의식이란 전혀 없는 한심한 멘탈.

    갑자기 전기밥통과 밥...생각이 나더군요.

    옛날 젊었을 때 저는 전기밥통에는 무조건 밥이 들어있는 것이라 생각했어요. 아니 그렇게 생각할 겨를도 없었고 관심도 없었고, 그냥 당연하게 여긴 것이라 하는 게 맞겠네요. 물론 엄마가 쌀 씻고, 물 봐서 밥을 한 것을 알지만, 그건 그거고, 여하간에 밥통은 그냥 항상 밥이 있는 곳!그런데 제가 결혼한 뒤에, 제가 엄마가 된 후에, 내가 밥을 해야 밥통에 밥이 있는 것이라는 뼈아픈 현실을 직시하게 되었지요. 이 난시에, 사람들이 사재기, 사재기 사재기 비명을 지르는데, 바로 1 주일 전에 이미 비슷한 경험을 했음에도, 슈퍼에는 뭔가 좀 남아 있을 것이고 나는 그것을 살 수 있으리라 생각했던 제 자신이 밥통같이 느껴졌습니다.

    며칠 후에 기운 모아서 아침에 장보러 나가야겠다 마음 먹습니다. 바나나, 사과, 두부, 두유, 밀가루를 꼭 사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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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바이러스 이후의 큰 변화는 사람들이 쇼핑몰에 가는 대신 자연을 찾아 나서고 있는 것입니다. 이 동네에서는 자연에서 운동하는 사람들이 꽤 많지만 그 숫자가 눈에 보이게 늘어났습니다. 특히 주중에도 많은 이들이 운동을 하고 산책을 하네요.  엄마와 가끔 가는 산책로는 40 분 정도 걷는 동안 한 20 명 정도의 사람들을 지나쳤는데, 어제 오늘은 백 수십명을 지나쳤어요. 자전거족과 죠깅하는 사람들까지 포함하면 2 백명도 넘을 것같아요. 

    남편도 그저께부터 집에서 근무하고 있어요. 정확히 시간 지켜서 일하는 게 놀라웠습니다. 회사가 좀 자율적이고 느슨한 곳이라서 출근을 느긋하게 하고, 점심 시간에 수영도 다녀오고 하는 걸로 봐서 '참 편히 산다' 생각했었는데, 일을 할 때는 완전 집중해서 하고, 점심 시간 딱 지키고 (점심 시간 후에 나가서 산책하고 오고),  화상으로도 미팅을 자주 하고, 퇴근 시간 넘어까지 열심히 일하데요. 언젠가 남편이 한 말이 있어요. 자기 회사는 유럽 친구들이 많은데, 굉장히 자유로운 분위기로 일을 하지만 일을 효율적으로 하고 맡은 일은 다 성공적으로 행해낸다고, 집에서 밥 먹고 일하는 게 효율적이지 않을까봐 걱정하더니만 지금 훨씬 더 좋다고 해요.  

    엄마도, 저도 각자 자기 일로 바빠서 조용히 자기 일에 열중하기에 도서관 분위기거든요.  되려 남편이 들어와서 좀 방해되는 분위기지만, 뭐, 사태가 사태이니만큼  남편도 품에 안고 살아가야지요~~ ^^

    여기는 밤이 깊어가고 있습니다.

    오늘 하루도 무사히 잘 지나간 게 감사합니다.

    고생하고 수고하는 분들을 위해서 기도드립니다. 몸이 아프신 분들과 가족들을 위해서도 기도합니다. 현실이 지옥이라도 마음에 평화를 놓지지 않으시기를...

    지구촌에 흩어져 사는 친구들, 모두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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