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보기
-
부질없는 사랑을 계속해야하는 이유스치는 생각 2019. 8. 4. 22:09
이 글은 아이들의 사진과 이름을 공개해도 된다는 허락 하에 쓰여진 것입니다. --- 고아원에 처음 방문한 날, 우리를 반겨준 두 어린이—프랭크와 조이. 그들은 능숙하게 전동 휠체어를 조정해서 마당을 누비고 있었다. 우린 처음에 아가들이 휠체어를 몰고 다니는가 놀랐으나 알고보니 둘 다 열살이 넘은 나이였다. 봉사프로그램 담당자 져스틴이 ‘왼쪽의 프랭크는 발이 굽었고, 오른쪽 붉은 티셔츠를 입은 조이는 손가락이 굽고 제 기능을 못해서 발로 모든 것을 해결한다’고 알려주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 두 아이는 고아원의 ‘스타’였다. 그럴 수밖에....극심한 신체적 장애에 지적 장애아들을 돌보면서 당혹스러운 자원봉사자들에게는 의사표현을 정확히 하고, 눈에 확연한 신체적 장애에도 불구하고 항상 밝은 표정의 프랭크와..
-
(베트남) 몽키를 쓰다듬으며....스치는 생각 2019. 8. 1. 23:26
--이 글은 아이들의 사진과 이름을 공개해도 된다는 허락 하에 쓴 것입니다-- 베트남 고아원의 ’몽키’라는 별명의 아가는 troublemaker 이다. 사랑스러운 골칫거리. (‘몽키’라는 별명이 마음에 안들지만 그게 그에게 가장 친숙한 이름이 되어 버렸으므로 어쩔 수 없이 사용하겠음) 몽키는 몸이 많이 불편한 아이들과는 달리 뛰어다닐 정도로 몸은 정상이나 언어 능력이 없다. 요양소/고아원 직원 말에 의하면 몽키에게는 자폐, ADHD, 강박증 증상들이 있는 듯하며 그 외에도 진단되지 않은 장애들이 있는 것같다고 한다. ‘장애가 분명히 있는데 뭔지 잘 모르겠는 상태’의 몽키에게는 고아원이 그의 상태에 딱 맞는 공간이 아니다. 그는 몸이 몹시 불편한, 중증 장애의 아이들과 함께 살기때문이다. 바로 그래서 중증..
-
일기장, 어떻게 할까나스치는 생각 2019. 7. 29. 23:15
아버지 돌아가신 뒤에 짐정리를 하고 있다. 5 년 전에 이사온 뒤에 여러 일이 일어났고 열지 못하고 차고에 쌓아두었던 박스들을 하나씩 풀고 있는데... 초중학교 때 쓴 일기장들이 나왔다. 좁은 집, 다섯 명의 가족. 나만의 공간이 절실하던 때. 이 일기장을 누군가가 볼 지 모른다는 거의 공포에 가까운 걱정으로 전전긍긍하면서 일기를 썼던 때. ‘일기장을 보는 사람에게는 삼대에 걸쳐 재앙이 있으리라” 라는 저주로서 나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려고 했던 처절하고 무의미한 시도를 보면서 풋! 웃음이 나왔다. 어떤 일기장은 한 권이 다 내가 개발한 암호 언어로 씌여 있었다. 아...맞아....올리비어 허시 주연의 로미오와 쥴리엣을 본 뒤의 감동을 글로 쓰고 싶은데 누군가가 내 일기장을 볼까 두려워 반나절 걸려 나만의..
-
다시 글쓰기 시이작~~!!스치는 생각 2019. 7. 28. 03:19
블로그에 글을 안 올린지 두 달이 넘었네요. 며칠 전에 친구가 ‘살아있니?’ 하고 문자를 보내줬어요. 블로그 글이 안올라서 걱정된다고. 친구에게 장황히 설명하다가 블로그의 글로만 저를 아는 분들은 제가 열정적으로 올리던 글이 갑자기 정지되었으니 의아해하실 수 있겠다 싶었어요. 저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 아버지 돌아가신 뒤에 근 6 개월을 100 미터 달리기 하듯이 글을 썼는데 그게 애도의 한 과정이었고, 이제는 새로운 단계로 숨을 좀 고르면서 삶을 살고 있습니다. 여러 계획도 하고 있고요. 여전히 바쁩니다. 그간 여행을 좀 했습니다. 아직도 집을 떠나 있습니다. 제 블로그가 제가 어디가서 뭘 맛있게 먹고, 뭘 보았고, 뭘 했고....를 세세히 쓰는 블로그가 아니라서 자연스럽게 글을 안 쓰게 되었습니다. ..
-
어린이와 천국부모님 이야기 2019. 5. 23. 05:44
아버지는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산책을 나갔다. 날이 흐려도, 추워도, 심지어 비오는 날조차도 산책을 나갔다. 침대에 종일 누워계시는 아버지에게 바깥 바람을 쐬는 게 더할 나위 없는 즐거움이었다. 아무리 호수가 좋다고 하지만 흙길이 아니고 나무들도 많지 않으며 약간 훵~ 하고 트인 심심한 곳이라 일년 내내, 매일 가면 좀 싫증날 수 있지만, 아버지께는 아니었다. 산책에서 나갈 때도, 돌아올 때도 아버지의 얼굴은 화색이 돌고, 눈이 빛났다. "아버지 오늘 산책 어떠셨어요?" 라고 물으면 도대체 감당이 안되게 감격스럽다는 듯, 고개를 옆으로 저어가면서 "아....! 너어--무 좋았어." 하시고는 당신이 본 것을 이야기해주셨다. 오늘은 하늘에 구름 한 점 없었다. 날씨가 너무도 좋았다.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서 ..
-
아버지의 노래부모님 이야기 2019. 5. 5. 05:04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13 시간 전에 마지막을 부른 노래의 이야기이다. 뇌출혈을 당한 뒤 의식이 몽롱한 가운데 부르신 노래가 찬송가였다면 닷새 후 돌아가시기 전에 부르신 노래는 동요였다.) -------------- 글을 못 읽으시는 아버지에게 음악은 새로운 세계였다. 아침 식사를 하면서부터 시작해서 저녁까지 아버지 방에서는 음악이 울려퍼졌다. 찬송가는 물론이고 바이올린, 피아노, 기타, 트럼펫 연주에 교향곡, 관현악, 오페라, 성악 등 악기와 장르를 넘는 아름다운 소리들은 우리의 바쁜 삶의 배경 음악이었다. 어느날 어떤 이유에서인지 유튜브의 옆의 창에 일본 노래 하나가 떴다. 갑자기 아버지가 외쳤다 '어! 후루사토다, 후루사토다! 저거 후루사토야!!' 나는 마치 어린아이가 새로운 것을 보고 소리치듯이 ..
-
노인 한 명을 돌보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부모님 이야기 2019. 4. 30. 12:02
아프리카 속담에 "It takes a village to raise a child"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 라는 말이 있다. 힐러리 클린턴이 책 제목으로 사용해서 유명하기도한 구절이다. 곰곰 생각해보면 정말 옳은 소리다. 어린이를 키우는 데 있어서 직계 가족의 사랑만으로는 부족하다. 아이의 조부모, 이웃, 교사, 종교적 지도자, 의사, 정치가, 비영리단체의 봉사 등 '마을' '사회'가 필요하다. 그런데 우리가 간과하기 쉬운 사실은 어린이를 키우는 것과 마찬가지로 노인을 돌보려면 온 마을의 협력이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직계 자손뿐만이 아니라, 손자 손녀, 이웃, 종교적 지도자, 의사, 정치가, 사회 정책, 시설...그렇다, 한 노인을 돌보려면 온 마을이 힘을 합해야한다. 이번에 나는 오..
-
당신 노년의 Plan B 는 무엇인가요?부모님 이야기 2019. 4. 25. 09:39
노년의 Plan B 는? Plan B 는 현실적인 대안을 일컫는 말이다. 모든 요건을 다 만족시켜주는 그런 답은 아닐지라도 실제적으로 적용을 할 수 있는 그런 플랜, 그것을 플랜 B 라고 부른다. 에릭이랑 나는 지난 10 년간, 멀리 계시는 벨기에 부모님, 한국 부모님의 노년을 걱정하여 '자주 '플랜 B 가 뭘까' 라고 둘이 궁리하곤 했다. 우리 둘이 생각하기에 한국 부모님은 미국에 오시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 싶어서 진지하게 초청했으나 툇자 맞았고, 벨기에 부모님의 현재 사시는 집은 노인들이 살기에는 불편한 집이라 여겨 집을 팔고 엘리베이터가 있는 작은 집으로 옮기시라고 권유했으나 그것도 툇자. 우리가 생각하는 플랜 B 와 양가 부모님들이 생각하는 플랜 B 는 달랐다. 그런데 운명이 개입하여 친정 아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