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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신음소리부모님 이야기 2018. 11. 17. 11:24
아버지가 병원에서 집에 돌아온 날 밤, 지난 닷새간 매일 밤 아버지 곁을 지킨 뒤에 나는 피로가 축적되어 있었고, 집에 왔으니 잠시라도 자고 싶었다. 그러나 병원에서 아버지가 밤에 자주 깨셨기때문에 집에서도 자주 깨실 가능성이 컸고, 그것은 내가 밤잠을 또 설칠 것임을 의미했다. 그래서 엄마와 언니에게는 어서 빨리 자서 새벽 4 시 경에 나와 교대 해달라고 하고 아버지 옆을 지킬 준비를 했다. 11 시 반 경에 잠자리에 드시기 전, 병원에서 준 약도 드렸고, 기저귀도 봐드렸다. 이제 아버지가 단 몇 시간만이라도 푹 주무시면 나도 푹 잘 수 있었다. 누적된 피로로 나는 눕자마자 금방 잠이 들었다. 그러나 얼마 되지않아 아버지 신음소리에 잠이 깼다. 아! 아! 아! 아! 이상하다.... 오늘밤 아버지의 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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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겁쟁이' 아버지가 그립구나부모님 이야기 2018. 11. 16. 11:35
아버지가 가시고 수발이 임무가 끝났다.새로운 시작이다. 엄마와 집을 떠나 단둘만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처음 며칠은 나에게 갑자기 주어진 많은 시간이 익숙지않았다.특히 내가 일어나고 싶을 때 일어나고 자고 싶을 때 자는 게 너무도 큰 호사같이 느껴졌다.그리고 며칠 후 서서히 나의 특기, 버릇, 고질병인 멍때리기가 시작되었다. 뜬금없는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다가내가 아버지께 반항했던 십대 때 생각을 한다. 난 아버지랑 1 년간 말을 안했다.완전 투명인간처럼 무시했다.엄마도 아버지도 그런 나를 그대로 내버려두었다. 당시 아버지는 50 대 초반.지금의 나보다 어린 나이였다. 그 후 거의 40 년간 아버지랑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나는 아버지란 사람이 얼마나 섬세하고 감정 표현에 얼마나 서투른지 알게 되었고당시 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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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그까짓 거.부모님 이야기 2018. 11. 14. 05:44
아버지가 돌아가시자마나 나는죽음이 너무 자연스러워 충격을 받았다.숨을 들이쉬었다 내 쉬는 것이 자연스럽듯이한번 내신 숨이 그냥 멈춘 것이었다.삶에서 죽음으로의 전이가마치 얕은 시냇물에 사이가 멀지 않게 놓여진징검다리를 건너는 것인양 쉽다는 게 믿어지지 않았다.죽음과 삶이라는 엄청난 분리가 이렇게 간단하다니.... 며칠 후 사진첩을 정리하다가 나는 이전에 찍었던 엄마 아버지 사진을 보았다.잠시 멈칫했다.아바지가 돌아가신 뒤에 찍은 사진과 아주 비슷하여서이다.아버지의 죽음 전이나, 죽음 후나.엄마 아버지의 모습이 한결같았다.엄마의 옷과 아버지가 덮으신 담요 색깔만 달랐다. 왼쪽은 1 년 전 겨울, 아버지가 살아계실 때 엄마가 아버지 옆에서 책을 읽어드릴 때 직은 사진이다.아버지가 편히 누워 계실 때 엄마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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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수발과 이혼준비, 그리고 감사.부모님 이야기 2018. 11. 12. 16:56
아버지가 운명하신 날 오후, 에릭과 꼴렛을 공항에 데려다주고 집에 오는 중, 내가 물었다. "커피 마시러 갈까? "오, 정말?!에릭이 놀란다. '계획 없었는데 갑자기 커피를 마시러 가자고?' 라고 생각했음이 분명했다.충동적으로, 마음이 가는대로 커피 마시러 가는 것은 지난 3 년간 우리에게는 상상도 못했던 사치였다.커피를 마시러 가는 것은 물론이고 생필품 사러 가는 것조차도 에릭과 엄마와 논의해 시간을 정하고나가서도 1 시간-1 시간 20 분 내로는 돌아와야했다. 그래야 아버지의 수발이 순조롭게 되었다. 에릭이 차를 돌려 평소 나와 같이 가고 싶어했던 Costa Mesa의 커피샵으로 운전해갔다. 내가 말했다. "아버지가 가신 거구나...이렇게 갑자기 커피 마시러 가는 상황이 적응이 안되네" 조용히 운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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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 so happy'부모님 이야기 2018. 11. 2. 17:10
강대건 씨는 10 월 18 일 자정 가까이 병원에 입원하셨다.하루 지나 20 일은 강대건 씨와 이춘산 씨의 결혼 기념일.62 년. 아침에 단정한 용모로 나타나신 춘산씨가대건씨한테 짐짓 유쾌한 목소리로 "여보, 오늘이 우리 결혼 기념일이에요." 라고 하니대건씨가 뭔가 말을 할듯 말듯한 표정이다.뇌출혈로 몸의 왼쪽이 마비가 와 말씀하시는 게 힘들다. 자신이 대건씨의 삶에 가장 큰 활력소임을 아는 춘산씨는위기 상황에는 한층 더 활기차게, 걱정의 마음을 나타내지 않고 대건씨께 말한다. "오늘은 신희가 와요. 에밀이 공항에 가서 데리고 올 거에요.당신, 좋죠?" 대건씨의 눈이 반짝였다. 딸과 사위가 아침을 먹으러 내려간 동안춘산씨는 대건씨 옆에 앉아서찬송을 불러드리고 기도를 했다. 그리고..대건씨한테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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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교덩어리 함경도 또순이부모님 이야기 2018. 5. 26. 10:28
세상에나...오래 살다보니....라는 표현이 딱 들어맞는 말이다.내 57 세 인생에 울 엄마의 애교를 볼 줄은 상상도 못했다.엄마 스스로도 83 세 삶에 자신이 애교를 피울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을 것이다.가장 행복한 사람은 아버지, 90세가 되어 지금 주야로, 수시로 함경도 또순이표 애교를 받고 계시니.... 엄마는 다정하고 사랑이 많으나,그 많은 정과 사랑의 유일한 분출구는 모/성! 엄마는 자식들에게 온 사랑을 쏟았고 남편을 위한 애정이란 남아있질 않았다.건강식 챙겨드리고, 등산을 꼭 같이 다니면서 벗해주고, 아무 것도 하지 못하는 선비 아버지를 위해 뚝닥 만들고 수리하고..., 아버지가 의지하는 든든한 부인이었지, 절대 상냥하고 다정한 부인은 아니었다. 아버지는 아버지대로마음이 많이 열려있는 분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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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만남모성- doodle 2018. 5. 1. 08:41
첫 아이를 임신했을 때 의사가 아기의 심작 박동 소리를 들려주었다. , 통-통-통-통 심장소리가 내 배 부위에서 들리는 순간 나는 겉잡을 수 없는 감격에 통곡을 했다. 나는 내 몸의 한 구석에서 또 하나의 심장이 뛰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 신기하고 감사했다. . 둘째 때도 여전히 나는 신기했고, 여전히 감사해 눈물을 많이 흘렸다. 통-통-통-통 심장 박동으로 내 몸에 거하는 자신의 존재를 확인시켜줬던 그 태아들은 내 몸을 떠나 젖 잘 먹고, 걸음마 배워 잘 걷고 무럭무럭 커서 학교도 잘 다니고 대학을 간다고 어느날 갑자기 집을 떠났다. 언제 내가 엄마의 품에서 살았냐는 듯이 혼자서 재밌게 잘들 산다. 아이들은 모른다. 지들은 인지하지도 못했고 기억하지도 못하는 그 첫 만남이 이 어미에게 얼마나 소중한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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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름아, 같이 살자!모성- doodle 2018. 4. 21. 02:36
오랫만에 미국 방문 중 우리집에 들린 중학교 동창이 너무 예뻐져서 깜짝 놀랐다.얼굴이 탱탱하고 화사하니 건강한 자신감이 흘렀다. "보톡스야~. 쫌쫌쫌쫌 찍고, 그걸 정기적으로 해야하니까 돈이 좀 들어.그러나 이것도 관리야.특히 직장 생활 하기 위해서는 관리가 필요해.늙은 얼굴은 힘없어 보이니까." 친구와 사진을 찍었는데 우리 둘의 얼굴의 노화의 차이가 현저했다.친구와 대조되는 나의 얼굴을 보면서 늙은 얼굴은 힘없어 보인다는 말이 맞음을 확인했다. 미국에서 잘 알고 지내는 친구는 남편이 보톡스 자격증이 있어서 공짜로 얼굴을 다듬어 반들반들하고 윤기있다.어느날 찬찬히 내 얼굴을 살피면서 "팜펨 너도 눈 밑에 좀 해야되겠다.우리 나이에는 관리를 해줘야해.조금만 하면 얼굴이 확 달라지는데...." 라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