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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브러셀의 택시 기사—수호기사
    스치는 생각 2021. 7. 16. 21:55


    시동생 집에서 저녁을 먹고 에어비엔비 숙소로 가려고 택시를 주문한 시각은 자정이었다.
    여자 조카 중의 한 명이 우리 에어비엔비 근처에서 살아서 우리와 택시를 같이 타고 가다 내려주기로 했다.

    조카의 아파트는 중심가에 위치해있었다.
    브러셀의 옛 아파트들이 대부분 그러하듯이 아파트의 문들은 창문이 없는 큰 철문/나무문이고 열쇠로 열어야한다.
    우리와 작별인사를 하고 내린 조카가 내려서 가방에서 열쇠를 꺼내어 문을 열려고 하는 내내
    택시가 가만히 서 있었다.

    남편은 기사가 다음 행선지인 우리 주소를 못 찾는 줄 알고 “xxx 아뷔뉴 루이즈 입니다” 라고 주소를 말해줬다.

    기사가

    “주소는 알고 있습니다. 지금 저 여자분이 안전히 문을 열고 들어가는 것을 보려고 기다리는 거에요” 라고 했다.

    우리는 깜짝 놀랐다.

    “정말요? 참 친절하시네요!” 라는 나의 감탄에 그는,

    “저는 항상 그렇게 하고 있어요. 밤 늦은 시각, 도시에서는 상상도 못할 일들이 벌어진답니다.
    차 몰고 가다가 옆에서 일어나는 범죄 현장을 목격한 적이 한두번이 아니에요.
    문을 열려고 하는데 갑자기 뛰어나와 밀치고 빽을 훔쳐서 달아나는 일도 보았고
    문 앞에서 폭력을 당하는 여성도 본 적이 있어요.”

    조카가 우리에게 손키스를 날리고 아파트로 들어갔다.
    택시 기사는 그제야 서서히 차를 뒤로 빼면서 말했다.

    “제가 차에 시동을 걸고 불을 켜고 옆에 있는 것만해도 범죄의 가능성을 줄여주니까
    저는 제 여성 고객들을 위해서는 항상 이렇게 하고 있어요.
    남자들을 위해선 안해요. ‘늬들이 알아서해라’ 합니다. 하하하”

    나는 너무 큰 감동을 받아서

    “아무도 모르는 선행을 혼자 하고 계셨네요! 훌륭하십니다! 여성으로서, 한 엄마로서 감사드립니다!”

    라고 감사 인사를 드렸다.

    (나처럼 좋은 마음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남편은 혼자 조용히 “that’s so nice….” 하고 있더라.)

    비…비…비…



    택시 기사와 나는 자연스럽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올해 41 세가 되어서 확 늙은 기분이라고 농담하면서 그는 택시를 몰기 전에는
    콘서트 이벤트 기획사가 직장이어서 유럽 각지를 돌아다니면서 일을 했다.

    “It was the best time of my life…” 라며
    그는 새로운 나라, 새로운 문화, 새로운 컨서트를 위해 달릴 때의 그 신나는 기분을 잊을 수 없다고 회상했다.

    그는 여행을 하면서 다른 문화, 인종에 대해 배우면서 저절로 열린 마음이 되었다면서
    사람들이 열린 마음으로 여행을 많이 하고, 서로서로를 받아들이면 세상이 더 좋아질 것이라는 자신의 믿음도 우리와 나누었다.

    나는 그러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우리의 인연이 참 감사했다.
    택시 기사와 승객은 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 이동하고, ‘감사합니다’로 끝나는 스쳐가는 비즈니스 관계인데.
    우리가 그가 혼자 철칙으로 삼고 실천하고 있는 선행을 목격할 수 있었고,
    그 덕에 그의 삶의 이야기도 들을 수 있게 되었으니 말이다.

    나와 기사님이 서로 마음 털어놓고 친하게 대화를 나누는 동안
    남편은 언제나처럼 조용히 듣고 있었다.
    가끔 ‘오…’ ‘아…’ 라는 희미한 소리가 들려서
    그도 나와 기사님의 대화를 경청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목적지에 도착했다. 차에서 내려 유리창 안으로 기사님 얼굴을 보고 힘차게 소리쳤더.

    “무슈~ 당신은 참 멋진 일을 하고 계세요. 앞으로도 그렇게 해주세요!”

    그때 처믐, 반쯤 열린 유리창을 두고 나도 기사분도 서로의 얼굴을 보았다.

    기사님이 환히 웃었다.
    그의 웃는 눈이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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