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홍두 이모가 한국 체류 마치고 미국에 잘 도착했습니다.
한달만에 만나 무척 반가웠고, 그 한달 동안 쓰나미처럼 닥쳤던 수많은 일들,
그간 멀리 있어서 나눌 수 없었던 이야기들을 얼굴보고 편히 나눌 수 있어서 좋았어요.
몸도 마음도 건강해서 어찌나 기쁜지.
어이~~, 한국의 (사)진 자매, 수자매, 든든히 서 있어줘서 고마웠어. 수고 많았어요.
엄마, 아버지, 홍두이모가 엄마 아버지 만난 이야기 해줬어요.
홍두 이모한테 아버지가 "제가...참석하지 못해서, 미안해서..." 라고, 홍두이모더러 '제가'라고 하셨다고. 하하, 아버지 특유의 극존칭 태도 떠올리면서 많이 웃었답니다.
쥰 이모, 우리 귀여운 J 양, 노래솜씨 잘 봤어요. 사회비판 의식이 담긴 노래, 하하하, 많이 웃었어.
우리 J sms 점점 더 영글어지고 예뻐지고 있네. 동영상 중에 쥰이모 목소리가 잠깐 들렸는데, 그 소리 들으니까 '아...참 좋은 사람인데...' 생각이나면서 마구 그리워지겠지.
남희야, 유툽 동영상, 고마워. 넌 어떻게 이런 거 그리도 잘 찾니? 능력이야, 능력.
엄마, 아버지, 남희가 보내준 동영상 함 보세요.
http://www.youtube.com/watch?v=S9DRle4cPGA -------------------------------------------------------------
에릭, 목발에 의존했다가 이제 다 회복되어 잘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얼마 전, 목발 집고 서 있는 에릭의 사진을 올린 뒤, 당장 한국 어머니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신주야...."
(시름에 팍 절여진 목소리)
저는 엄마가 어디 많이 아프신 줄 알고 깜짝 놀랐습니다.
엄마가 편찮으시기도 했습니다만, 그보다 우리 걱정에 목소리가 그 지경이신 거였어요.
"에릭 어떠니? 목발을 잡고 서 있게..운동하다 다쳤니?"
어어?
엄마도 운동하다 다쳤냐고 물으시네?
에릭이 발 다쳤다는 말 듣는 사람마다 다 묻기를,
'자전거 타다 다쳤냐' '달리기하다 다쳤냐' '운동하다 다쳤냐' 고 물어요.
미니 삼종경기도 삼종경기라고, 운동하다 다친 걸 거라고 생각들 하더라고요.
운동은...
무슨.....
숨쉬기 운동하다 다쳤다요!!
진짜에요.
에릭이 말한 사건의 진실은 이러했습니다.
에릭네 회사에서 좀 중요한 회의가 있었습니다.
회의 시간에 '좀 골똘이 생각하다가' 자기 다리가 저린 줄 몰랐는데
갑자기 누가 무슨 페이퍼를 주기에 벌떡 일어나다가
저린 다리, 감각이 없어서, 발바닥을 땅에 대고 일어난 게 아니라
발목 뼈로 일어났답니다. 빠지직...소리가 났고, 아파서 주저앉았다네요.
근데 좀 이상하다.
어떻게 가만히 앉아 있을 때 다리가 저릴 수 있지?
물론 다리를 꼬고 앉으면 그럴 수 있다지만..
얼마나 오래 꼬고 앉아 있었다고.
제 생각에는 아마 다리를 꼬고 앉아서 졸았던 거 같아요.
그래서 자기 다리가 저린 지도 몰랐겠지요.
(에릭이 많이 조는 거, 할 이야기가 많지만,
바쁜 세상에 남편 조는 이야기해서 남 졸리게 할 일 있남.
그냥 통과합세~)
여하간, 사람들에게 '회의 중에 다쳤다'고 설명하는데
좀 찜찜하네요. 뭔가 진짜가 아닌 느낌. 수퍼에서 사먹는 잡채와 같이, 뭔가....부실한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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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작년에 친정 어머니가 응급실 다녀온 뒤에는
자잘한 상처에 좀 쿨~~하게 된 듯해요.
산전수전 다 겪은 할머니 의사처럼
아이가 손을 다쳐서 엉엉 울어도,
코에서 주먹크기 핏덩이가 쏟아져도,
그저 쿨~~하게 처리한답니다.
게다가 친구 아버님 병환에 온 신경이 가 있던 때라
에릭의 상처는 전혀 관심이 안 가는 거에요.
에릭이 구제를 요청, 급히 회사에 달려갔지만
에릭이 아무리 비틀거리면서 걸어도,
나 좀 봐줘라 하는 식으로 더 비틀거려도
쿨하게 봤지요.
에릭 데리고 급히 병원에 가서도 의사랑 편안히 농담, 에릭 험담을 즐겼답니다.
그런데 의사와 면담하다가 갑자기 제가 시름에 빠질 일이 생겼어요.
남의 눈에 확 보일 정도로.
왜냐...
그것은 의사가 엑스레이 찍으라고 해서였어요.
남편의 상태가 오죽 심하면 엑스레이 찍으라고 하는 건가 하고 걱정에 빠진 거냐...
그게 아니라
엑스레이를 찍으려면...흑...
멀리 다른 병원에 가야하는 거라서였어요.
운.전.-.-
어떻게 하지?
프리웨이 타야하는데.
갑자기 머리 속으로 떠오르는 신문기사.
"남가주 405 번 고속도로, 한인 여성이 운전하는 밴 전복, 대형 교통 사고. 극심한 교통체증 예상. 가주 교통 경찰국에 따르면 남편과 병원에 가던 한인 여성이 차선을 바꾸던 중 운전 미숙으로 중앙선을 넘어 도로 밖으로 굴러 떨어져....."
아악.
나는 평생 운전미/숙/자.
(내 친구 미숙이는 테리우스 남편 두고 자기가 운전하는데....저는 다른 종류의 미숙이에요.-.-
봉이도 몇년 전 시카고 갔을 때 사진 보니까 남편 뒤에 앉혀놓고 운전하고 있더만...
꾸러기도 프리웨이를 지그재그로 꺾으면서 자유자재로 운전하지.
나의 친구들은 나에게 충격적인 이미지만 제공하누나...)
나도 운전면허증 딴 지 어언 18 년이 되어가는데.
아아...운전면허증을 딴 사람은 와인처럼, 한 해씩 나이 먹을 때마다 운전이 숙성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런 푸념만 하고 있으면 어떻게 하겠어요.
어서 엑스레이 찍으라니,
서둘러 운전대를 잡고...
프리웨이를 타....는 대신
....
가까이 친구 집에 갔지요.
운전 뒵다 잘 하는 그 친구 이름은?
그 친구도 '미숙이'에요.^^
흔쾌히 우리를 도와준 친구, 정말 고마웠어요.
무사히 엑스레이 마치고 돌아와서 집에서 쉬면서 다짐했어요.
노년은 기필코, 기필코, 공공 교통 시설이 잘 마련된 곳에서 보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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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의 발은 한 달 정도 걸려야 다 나을 거라네요.
뼈가 뿌러지진 않았고요, 그러나 앞으로도 조심해야한다고 해요.
다행이지요.
앞으로 모두들 조심합시다.
회의할 때 발목뼈 다치지 않게....!!
아아, 졸려. 자러 갑니다.
엄마 내일 전화올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