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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iving life....looking into it
    스치는 생각 2008. 5. 16. 0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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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옛날 옛날에는요,
    막, 열심히 사는 게 참 좋았어요.
    그렇게 살아야 사는 거라고 생각했었어요.
    앞 뒤 안보고 뛰어드는 것,
    계산하지 않는 것,
    뭐든지 미친 듯이, 격렬하게, 온전히 하기,
    그래야 후회없는 삶이라는 것,
    믿었었어요.

    지금은 그렇게 살고 있지 않아요.
    가만히 살아요.
    가만히 들여다보면서.
    나를, 나의 삶을, 그리고 나를 둘러싸고 있는 세상을.

    그렇다고 옛날에 저의 저돌적인 생각이 '틀렸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그 생각을 계속 고수할 수도 있었고, 그러면 나름대로 행복했을 거라고 생각해요.
    결국은 우리가 장단점 다 알고 선택하고, 어느 정도 책임질 준비를 하고,
    우리의 선택이 주는 모든 혜택을 감사히 누리면,
    행복함은 보장된 거니까요.

    근데 이제 많이 달라졌어요.

    엣날에는 삶을 사는 것에 집중했는데
    이제는 삶을 가만히 들여다보는데 집중하고 있는 거 같네요.

    그러다보니 사는 스타일도, 방향도, 목적도 조금씩 달라지네요.

    일상은 가볍게
    관계는 자유롭게
    변명도 하지 말고,
    합리화하지도 말고
    변명을 요구하지도 말고
    나와 관계없는 사람들이 나에 대해서 하는 이야기는 스위치를 끄고

    엣날에는 투우장의 소처럼 돌진하면서 살았고,
    소의 잔등에 창을 꽂았다고 환호하는 관중에 키스를 날리는 투우사처럼 승리하고 싶었어요.

    근데 이젠 소도, 투우사도 아니에요.
    죽이고 살리고의 게임에서 벗어나고 싶어요.

    이즘을 실천, 천명하는 운동가로서보다는 예술가로서의 삶에 더 눈이 가요.

    사회에서 떨어져 나와 사는 사람은 사회에서의 보상도 적은 거 알고 선택한 거니까 제 삶이 미천하니 어쩌니 불평할 일도 없겠지요.

    그냥 그대로.....
    저도, 남도
    그대로 두면서 살고 싶은 거 있죠.

    강물이 모난 돌을 부드럽게 하듯이
    흐르는 시간이 나를 깎아내는 거를 보면서
    겸손해집니다.

    이럴 수도 있는 거구나.
    내가 서서히 변하는구나.
    그가, 그녀가 서서히 변하는구나.

    재밌어요.
    고무적이기도 하고요.

    그게 만족하지 않은 사람들도 있을 거에요.
    시간 걸리는 일들은 비효율적이고, 비생산적인 현대 사회에서
    누가...
    강물이 모난 돌 부드럽게 하는 거 기다리고 앉아 있으려 하겠어요.

    이해가 가고요.

    빨간 스포츠카의 자동차의 뚜껑 열고,
    호피 무늬 머플러를 날리면서
    오드리 햅번의 선글래스를 쓰고
    도도하니, 빠르게 달리는 맛도 분명 좋을 거에요.
    (이런 친구들, 사실 보기 좋아요! 프리웨이에서 이런 사람들 보면 눈이 시원해지고 좋더라고요.)

    근데, 어쩌겠어요.
    저는 빨리 달리는 삐까번쩍 스포츠카보다
    편한 신발 신고, 자갈 툭툭 차면서, 들꽃한테 이야기하고, 나무한테 인사하면서
    등에 땀을 느끼면서 오래오래 걷는 게 더 좋은 걸.
    천천히 가기 때문에 보고 즐길 수 있는 것들을 포기하기 싫은 걸.
    내가 천천히 가기 때문에 손잡을 수 있는 아이들이, 친구들이 있잖아요. 그게 좋아요.

    뭐...이러다가 60 되어 투우사가 되겠다고 날칠 지도 모르지만 (설마!)
    그건 그 때의 이야기이고.

    그러고 싶으면 그러고, 아니고 싶으면 아닌 거겠지요.

    빨간 스포츠카 운전자의 스피드 욕구가 타당하듯이
    천천히, 그늘에 숨어서 터벅터벅 걷는 사람들의 바램도 타당한 것.

    어떻게 가든 결국 한 장소에서 만날 우리들이니
    이해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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