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보면 내 삶에서 '해야하는 것' '하면 안 되는 것' '하려고 하는 것''해보고 싶은 것' 등등이 점점 확실해지는 거 같아요.
'하려고 하는 것'과 '해보고 싶은 것'이 일치할 때도 있고 일치하지 않을 때도 있는데
꼭 할지 안 할지는 모르지만 해보고 싶은 것 중의 하나가 카페 만들어 운영하기... 랍니다.
항상 제 꿈 리스트의 맨 마지막 자리에 간당간당하게 매달려 있는 그 꿈이 다시 생각난 얼마 전 주말 이야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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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돌아온 뒤 몇 달만에 사막에 갔어요.
푹 쉬고 얼바인으로 돌아오는 길,
비가 왔어요.
건조하고 뜨거운 사막의 열기를 식혀준 단비,
감사했어요.
창밖의 경치를 감상하면서 상념에 젖어있는데
갑자기 눈에 뭔가 확 들어왔어요.
저도 모르게 어어어?!! 하고 비명을 질렀습니다.
'카페가 열렸네?!!!'
몇년 전 이사온 뒤부터 우리가 애용했던 Waters Canyon 이란 카페가 있었어요.
제가 너무 좋아했던 그 카페에 가서 앉아있을 때마다 '카페 해보고 싶다'는 꿈이 살아나
커피 마시면서 '이렇게 해보고, 저기다 그림 걸고, 이런 색으로 벽을 칠해보고....' 꿈을 꿨는데,
어느날 그 카페가 닫혀버렸어요.
너무 너무 섭섭했고, 누가 내 꿈을 망가뜨리기라도 한 거처럼 괜히 억울하고 그랬거든요.
일년 동안 폐가처럼 을씨년스럽던 그 자리에
새 간판이 달리다니!!
제가 그 전 카페가 사라졌을 무척 섭섭해했고
그 자리를 지나칠 때마다 한숨을 내쉬는 것을 보았던 빛나리,
평소에 긴급 상황 아니면 절대 안 하는 일을 했어요. 차를 돌려 되돌아가 카페 앞에 세워주더군요.
예전과는 다른 인테리어, 이층은 없어지고 일층에 공연장도 없어지고,...흑..
그러나 메뉴는 더 좋아지고, 분위기도 나름 괜찮았어요.
음...제가 하고 싶은 카페는
기본적인 생계가 보장되는 상태에서 카페에서 이익을 기대하지 않고
카페에서의 수익으로 현상유지를 하면서 이런 저런 문화 행사를 할 수 있는 공간인데요.
널찍하니
구석에서 글쓰는 사람들이 편안히 글쓰고,
뜨게질과 자수 하는 이들이 만날 수 있는 공간,
노령의 어르신들이 글/그림을 발표할 수 있고
청소년들의 음악연주,
동네 초등학교 어린이들의 미술 전시회,
가끔 주인마담 친구들 도움 받아서 '한국의 날' 행사를 열어 지역민들께 갈비랑 불고기 맛 보여드리고..
무엇보다도 이렇게 저렇게 가족들이 함께 올 수 있는 카페.
새 카페.
이담에 꼭 '해야하는 일'들 때문에 뒷전에 물러나있는 '해보고 싶은 일'을 다시금 상기하게 된
그 오후, 참 행복했어요.
네가 카페를 한다고, 그게 가능성이 있는 일이냐,
네가 그럴 여유가 있겠느냐,
카페 운영은 아무나 하느냐,
사막에서 그런 카페가 될 리가 없지 않느냐....
라는 생각도 들지만,
그런 현실적인, 똑똑한, 필요한 질문과는 상관없이 카페의 꿈은 계속 꿀 거 같아요.
실현 되냐 안 되냐가 안 중요한 이유는
바로 제가 꿈을 꾼다는 그 자체가,
꿈꾸는 순간의 행복 자체가 너무 좋아서요.
내가 뭘 좋아하는지를, 내가 세상에 보답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내가 아끼고 존중하는 행위들이 무엇인지를 확실하게 보여준다는 그 자체 만으로,
'꿈'이 소중해요.
바쁜 일상에 건조하기 이를데 없던 저의 삶에
달콤한 단비 역할을 해주는 꿈.
계속 꿀 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