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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 올해 졸업했다.
어려서부터 '엉뚱'해서 우리에게 많은 웃음을 주었지만, 그 '엉뚱함'때문에 고생을 많이 하는 아들.
아들이 가까스로 대학 졸업을 하게 되었을 때 나는 미국의 명문 H 대나 Y 대에서 박사를 딴 것처럼 기뻤다.
길 한복판에서 춤을 추고 싶을 정도로....
그러나 대학 졸업식은 가지 않았다.
졸업식 당일, 아들 아이가 약간 아프다는 이유였는데, 사실은 남편과 나도 졸업식을 가고 싶지 않았었다.
장거리 운전을 하고 가서 주차지옥, 캘리포니아 더위가 부담스러웠다.
졸업식을 생략하자고 하니 부모를 위해서 졸업식을 가주려던 아들은 반색하는 눈치,
아들을 위해 졸업식을 가주려던 부모는 아들도 가고 싶지 않아 했다는 것을 알고 기뻐했다.
학교에서 하는 졸업식은 생략했지만 가족끼리 의미있는 의식을 하고는 싶었다.
이번 가족 여행에 아들의 졸업 가운을 챙겨가서
여행이 다 마무리지어지고 캘리포니아로 돌아오기 전 날 바다에서 아이의 졸업 축하를 했다.
아들아이에게 가운을 입히고 '놀려주고' 온 식구가 물장구치면서 많이 웃고 즐겁게 논 게 '졸업식'이었다.
즐겁게 노는 내내 약간 애틋한 감정이 느껴졌다.
'오늘이 어쩌면 우리 가족이 함께하는 여행의 삶의 졸업식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지난 20 여년간 우리는 많은 시간을 같이 보내고 여행도 많이 다녔지만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같이 여행하는 것은 물론, 얼굴을 보기도 힘들어졌고,=
이제는 직장이니 학업이니 멀리 떨어져살게 되어 함께 하는 게 더더욱 힘들어질 것이다.
게다가 배우자나 여/남자 친구가 함께 하게 되면 핵가족만의 시간은 가능하지 않을 것이니..
사람이 없는 해변에서 나와 남편은 아이들과 우리만의 언어로,
그렇다, 예전에 늘 그러했듯이, 물장구치고, 박장대소하고, 험한 장난을 치고, 소란하게 놀면서
순간을 만끽했다.
부서지는 파도처럼 곧 사라지고 마는 순간이지만
바로 그래서 그 순간의 찬란함이 더 선명히 보이고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만끽할 수 있다는 것..
그건 내 늙음이 주는 선물이겠지
아이들과 한 울타리에서 살아온 지난 20 년이란 세월,
그 눈물겹게 아름다운 시간을 졸업하고
이제 나와 남편은 아이들의 새로운 시작을,
그리고 우리의 시작을
두근거림과 설렘으로 맞이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