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봄메 여사 생신 축하
    엄마 2021. 7. 13. 18:15

    봄메 여사가 …에….아…..
    2021-1934= ? 생신을 맞으셨다.

    벨기에로 떠나기 전 날이 생신이어서 분명 짐싸느라 경황이 없을 것이라 미리 축하를 했다.
    연세가 연세인만큼, 한번 축하로는 성이 차지 않아 두 번!
    여전히 우리 집안의 이벤트 메니저인 딸아이가 도움을 줬다.

    엄마가 온 식구를 해변의 식당으로 초대해주셨다.
    (수호야, 너가 왔을 때 갔던 식당이야)


    다음에 이벤트, 이번 생일의 서프라이즈,
    떡 케이크!

    55 년 전, 엄마가 젊었을 때, 고생스러웠지만 행복했던 태능의 집을 추억하며,
    연탄!!




    우리가 태능에 살았던 때가 이미 55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서울여대 옆의 하얀 울타리, 장미꽃이 만발했던 작은 우리집은 그 시대의 여느 집과 다름없이 연탄을 땠었고,
    어린 아이가 젓가락을 처음 잡는 것이 성장의 한 이정표이듯이
    어른의 도움 없이 연탄 집게로 구멍을 맞춰서 연탄을 혼자 갈 수 있는 것 또한 성장의 한 이정표였던 그 옛날.

    고만고만한 나이의 아이 셋을 둔 엄마는 돈이 없으니 모든 것을 다 몸으로 때워야했었다.
    분명 곤하고 힘들었지만 젊은 엄마는 항상 희망찬 얼굴이었고
    부엌일을 하면서, 양계를 하면서, 빨래를 하면서, 마당일을 하면서 항상 노래를 하셨다.

    교육서, 심리학 서적 한 장도 읽지 않은 엄마였지만
    내가 있는 그대로 사랑스러운 존재라는 것을 몸으로 마음으로 느끼면서 자랄 수 있게 만들어주었다.
    나는 엄마를 통해서 무조건적 사랑이 뭐라는 것을 처음으로 맛보았다.

    연탄 케익 덕에 나는 태능시절을 추억하고,
    엄마의 젊었을 때의 아름다운 모습을 다시 떠올리고
    그리고 엄마가 나에게 아낌없이 베풀어준 사랑을 다시 감사하는 마음이 된다.


    ———————-

    두 번의 생일 축하 때 나는 번갈아가면서 까만 물방울 무늬드레스, 하얀 물방울 드레스를 입었다.


    이 드레스들은 1994 년—-내가 결혼을 하리라 상상도 하지 않았던 싱글 시절—-엄마가 디자인해서 만들어주신 것들이다.
    원단 가격으로치면 아주 싼 드레스이고, 나에게 개인적으로는 백만달라의 가치가 있는 그런 의미있는 드레스이다.

    거의 30 년이 되어가는 이 드레스들을 나는 아직도 큰 행사나 결혼식이나 좋은 일이 있을 때 즐겨 입는다.
    좀 멋져 보이는 옷을 입어야하는 중요 모임들이 있을 때,
    큰 맘 먹고 남편과 백화점에 가서 옷을 보다가 허탕치고 돌아와
    결국은 내 마음에 꼭 드는 엄마의 이 드레스들 중 하나를 입곤 했다.
    내가 80 살이 되어도 나는 이 옷들을 즐겨 입을 것이다.




    어머니를 존경하고 사랑하는 아이들, 남편,
    엄마를 활짝 웃게 만들었고, 60년대-80년대의 한국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게 만들어준 연탄 케이크,
    엄마가 디자인엄마가 만들어주신 드레스,
    그렇게 2021 년, 어머님 생신을 의미있고 재밌게 보냈다.

    내년에는 또 어떻게 어머니를 놀라게 해드릴까!

    엄마,
    한결같이 우리를 사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까맣던 엄마의 머리카락은 이제 하얗게 쇠었지만,
    아직도 엄마의 사랑은 불이 골고루 잘 오른 연탄마냥 뜨끈뜨끈합니다.
    오래오래 사셔서 우리 또 행복한 시간 많이 가져요!


    (JH 야, 나의 엄마 생신 때, 너의 어머니 생각에 차마 올릴 수 없었던 글이야.
    너의 축복, 고마워.)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