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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버님 안마/ 브러셀의 하늘
    카테고리 없음 2021. 7. 13. 09:54




    백신을 받으신 아버님이 시동생의 부축을 받아 50 미터 거리에 있는 식당에서 점심을 드셨다는 희보가 날라왔다.
    6 월 초에도 집 근처의 카페에 가셔서 점심을 드셨다는 소식이 왔다.
    우리는 아버님이 점점 회복되시는가보다, 이번에 가면 우리도 아버님 모시고 나가자! 들떠있었다.

    그런데 우리가 도착하기 하루 전, 아버님이 극심한 통증으로 거동을 못하시게 되었다.
    1 주일이 지났지만 아버님은 여전히 의자/침대에서 일어나지 못하신다.

    나는 애초에 아버님을 맛사지 해드리려고 크림을 챙겨왔지만
    통증으로 너무 고통스러워하셔서
    혹시나 내가 아버님 몸을 만지다가 잘못될까봐 두려워 마사지를 삼가했다.

    사흘 전에 아버님 옆에서 시중을 드는데 병원에서 아버님 발을 손질하는 사람이 파견되어 왔다.
    그가 아버님의 양말을 벗기는 순간, 나는 깜짝 놀랐다.
    아버님의 발이—발뒷꿈치은 물론 발가락 하나하나—-거의 터지겠다 싶을 정도로 퉁퉁 부어있었다.
    몸을 움직이지 않으시니, 심장 박동이 약해지고 그 여파로 발이 부으신건가 싶었다.
    같은 증상을 친정아버지가 겪으셨었다. 그러나 친정아버지의 발은 시아버님의 발처럼 무섭게 많이 붓지는 않았다

    어제도 아버님 몸에 손을 댈 용기가 안나서 가만히 있었으나
    이러다가는 아버님을 제대로 돌봐드리지도 못하고 미국에 돌아가겠다 싶어서
    오늘은 용기를 내어 조심스럽게 안마를 해드렸다.

    일단 오른발 양말을 벗겨드리고 30 분 정도 안마를 한 뒤에, 왼발 안마를 하려고 양말을 벗겨드린 순간
    확연하게 보이는 붓기의 차이가 눈에 들어왔다. 옆에 있던 어머니와 남편은 물론이고 아버님도 와~~ 하고 감탄했다.

    너무 너무 너무 보람있었다!
    무엇보다도 악화되어가는 고질적 통증에 더해 불면증에 변비, 가래끓는 기침 등등 몸에 문제가 우후죽순처럼 생겨나서 의기소침하셨던 아버님이
    볼을 들었다내렸다 하시면서 감탄하고 좋아하셔서 기뻤다.

    나는 이 기회를 놓질쏘냐 아버님께 조잘거렸다.

    “아버님, 이렇게 조금만 하면 차이가 난다는 것은 아버님이 그만큼 건강하시다는 증거에요!
    아무리 안마해도 붓기 안 빠지는 사람도 있어요!”

    아버님은 눈으로는 아니라고 하시면서도 기분 좋은 미소를 감추지 못하고 미소지으셨다.

    발 안마를 끝낸 뒤에 머리, 목, 팔 안마를 해드렸다.

    아버님의 몸이 점점 편안해지는 게 느껴졌다.
    온몸이 긴장이 풀릴 때 나는 ‘아아~~’ 소리를 내셨다.
    친정 아버지 생각이 났다.
    아버지도 안마 해드리면 아아….하시면서 몸도, 마음도 다 내려놓으셨지.
    마음이 따뜻해졌다.

    나는 아버님을 갓난 아기를 사랑으로 어루만지는 엄마의 마음으로 아버님을 안마했다.

    시아버님께서 아가였을 때 할머니와 유모들에게서부터 받았을 사랑의 스킨쉽은
    성행위라는 뚜렷한 목적을 둔 사랑의 표현이 아닌,
    어떤 목적성도 없는 그저 다정하고 그저 부드러운, 무조건적 사랑의 touch 였으리라.

    자그마치 85 년 전, 방긋방긋 웃는 눈이 크고 사랑스러운 젖먹이였던 아버님이
    어머니, 할머니, 이모, 유모들로부터 받았던. 그 무조건적인 사랑의 터치를 되살리려는 요량으로
    나는 부지런히, 부드럽게 아버님의 몸을 이곳저곳 안마했다.

    아가 때 온몸으로 느꼈던 사랑을, 그 행복감을 아버님이 다시금 느끼시기를 바라면서…



    ———

    시카고에 사는 친구의 딸의 베이비 샤워를 줌으로 했다.
    예전같으면 집에서 가까이 사는 친구들이 모여서 했을텐데
    이제는 베이비샤워도 줌으로 하는 덕에
    나같이 벨기에에 있는 사람도 시카고의 베이비샤워에 참석할 수 있게 되었다.
    브러셀은 sunset 이 밤 10 시,
    저녁 공기를 즐기려고 베란다에 앉아서 줌을 했다.

    친구의 딸이 스누피를 보고 너무 너무 너무 좋아했다.






    닞에는 그랑쁠라스에 다녀왔다.
    오줌싸기 소년한테 오랫만에 인사했다.
    그랑쁠라스 당연히 예쁘지만, 그보다, 하늘이 예뻤다.




    하늘, 하늘, 하늘…..너무 아름답다.
    건조한 캘리포니아 하늘과는 다르다.

    브러셀의 하늘은
    ‘비 내려줄까, 아니, 오늘은 안할란다, 비 몇 방울만이라도 뿌려줄까? 이 구름이 비 구름으로 변할지도 모른다~~ 메롱~~’
    이런식으로 끊임없이 밀당을 한다.

    제대로 비를 내려주지 않는 하늘이 섭섭한 건 잠시,
    각양각생 구름이 춤을 추는 게 예쁘기만해서 고개를 위로 젖힌 채 돌아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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