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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이’를 위한 노래
    스치는 생각 2019. 8. 7. 11:48

    이 글은 아이들의 이름과 사진을 사용해도 된다는 허락 하에 쓰여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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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아이의 이름은 ‘마이’ 입니다.

    고아원에 들어서면서 장애의 여러 모습을 보더라도 놀라지 말자고 다짐하고 있었지만 마이를 보는 순간 잠깐 멈칫 했습니다.  제 평생 사진으로도 눈이 아예 없는 사람은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지요. 

    먀이는 종일 침대에 누워 있습니다. 고개를 세울 수도 있고 앉을 수도 있지만 앉아도 딱히 할 것이 없으므로 그냥 누워 있습니다. 직원들이 죽을 줄 때도 누워서 받아 먹습니다. 

    먹을 때 잘 받아 삼키고 다른 장애가 없는지라 마이는 아주 깨끗합니다. 옆의 덩치가 큰 시각 장애자 아이가 가끔 심심하면 누워있는 마이를 깔고 앉아 마이를 슬프게 하는 것 말고는 마이는 아무랑 접촉이 없습니다. 

    봉사자 담당자인 져스틴이 아이들 한명 한명 소개하는 중에

    ‘마이는 음악을 좋아해요. 만화영화의 ‘렛잇고’란 노래를 특히 좋아해요’

    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그 방에서는 ‘렛잇고’ 노래가 자주 울려퍼지지 않습니다.  주로 영아들을 위한 동요들이 울려퍼지고, 의사 표현을 할 수 있는 남자 아이들의 신청곡은 베트남 축구 응원가 입니다. 하루에도 수십 번 응원가를 듣습니다.

    어느날 아이들이 목욕 후 후덥지근한 방의 열기가 좀 식고 아이들도 어른들도 상쾌한 기분일 때 져스틴이 ‘렛잇고’를 틀었습니다. 

    누워있던 마이가 일어나 앉았습니다. 그리고 박자에 맞춰서 고개를 흔들기 시작했습니다.  

    언어 장애가 있어 말로 소통하지 못하고, 눈이 보이지 않으니 ‘춤’이란 것을 본 적이 없는 마이의 몸이 음악에 반응하는 모습을 보면서 저는 감동에 휩싸여서 가만히 그를 바라보았습니다. 몸의 표현만으로는 불충분한지 마이가 노래 비슷한 소리를 냈습니다. 말을 못하기에 노래는 아니었지만 마이의 목소리가 너무도 독특하고, 울림이 큰 소리였습니다.  놀랐습니다.

    그러나 그 이후로 마이가 음악을 즐기는 것을 본 적이 없습니다. 우리 모두는 너무도 바빠서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아프지도 않고, 그냥 조용히 누워있는 마이의 즐거움을 챙겨줄 여력이 없었기 때문이지요.

    일이 끝난 뒤 밤에 저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꼴렛이

    “엄마, 난 단 한번만이라도 마이한테 여러 음악을 들려주고 싶어. 마이가 매일 ‘반짝만짝 작은 별’ 같은 동요만 듣고 있는 게 안타까워. 단 몇 십분이라도 마이랑 단 둘이 앉아서 음악을 들려주고 마이를 행복하게 해주고 싶어”

    라고 했습니다.

    다음날, 꼴렛은 자기가 해야할 일들을 서둘러 하고는 마이에게 다가갔습니다. 침대에 올라가서 껴안고 ‘렛잇고’를 들려주었습니다.

    마이는 반응하기 시작했습니다. 밝은 미소를 지으며 꼴렛의 몸에 부비부비....꼴렛이 노래를 부르니 마이가 그 독특한, 진한 울림이 있는 목소리로 소리를 냈습니다. 그게 마이의 노래였습니다. 

    마이에게 음악을 선물하기로 작정한 꼴렛은 계속 침대에서 마이와 같이 음악을 들었습니다. 마이가 집중해서 들으며 가끔 미소짓고 다리를 뻗어 꼴렛을 만졌습니다. 무슨 노래들을 듣고 있나 중간중간 가서 들어보니 박자가 경쾌한 ‘아바’의 노래 등 흥겨운 음악들이었습니다. 마이가 음악에 행복하게 반응하는 모습을 보면서 저도 행복해졌습니다.

    꼴렛은 그 후에도 마이랑 하루에 한번씩은 음악 감상 시간을 가졌습니다. 

    발로 레고를 만들고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조이의 경우처럼, 확실한 gift/재능이 있는 아이들에게 개인적인 관심을 가져줄 수 없는 고아원의 열악한 현실이 안타깝게 느껴졌습니다. 마이가 깜깜한 세상에서 하릴없이 누워있는 하루 종일, 그의 귀에 음악이 울려퍼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아무 것도 못하고 누워서 죽 세 번 받아먹는 무료하고 단조로운 마이의 일상을 음악이 얼마나 풍요롭게 해줄 수 있는 것을 알기에, 그렇게 해줄 수 없는 게 가슴아팠습니다.  

    마이를 위한 씨디 플레이어와 헤드셋을 구해줄까 했는데 져스틴이 안된다고 합니다. 쓸만한 물건은 금방 분실된답니다.

    떠나기 전에 마이에게 붐박스를 갖다 주고 실컷 듣게 해주었습니다. 꼴렛이 ‘마이, 내가 또 올게. 그때까지 건강해라.’ 하며 눈물지었습니다. 저는 아예 실내에서 선글래스를 끼고 있어야했습니다. 

    사랑하는 마이야, 또 만나자~ 네 마음에 경쾌한 음악이 계속 흐르고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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