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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버지에게 '행복'이란?
    부모님 이야기 2018. 11. 19. 12:02





    "나는 어려서 아버지의 서재에 빽빽이 꽂혀진 책들을 보면서 

    언젠가 나도 저런 책들을 읽으리라 마음 먹었었어.

    그런데 결국 내가 책을 읽고 가르치는 선생이란 직업을 갖게 되었으니 

    나는 참 복이 많은 사람이야."



    "전쟁이 끝나고 학교에 돌아갔을 때 '철학' 과목을 듣게 되었어. 

    그 전에 내가 봤던 세상은 생존을 위해서는 무엇이라도 하는 그런 잔인한 곳이었는데

    그런 끔찍한 세계랑은 판이한

    인간이 왜 사는지, 인간이 추구하는 가치가 어떤 것인지를 생각하는

    인식과 지성의 세계가 존재하는 걸 발견했지.

    아...너무 행복하더라고....

    다시 살 수 있을 것 같았어.

      위대한 사상가들의 글을 음미하면서 참 행복했어. 

    그 당시에 책을 읽을 수 있다는 건 큰 특권이었어."



    "엄마가 나때문에 고생을 많이 했지. 

    엄마 덕에 나는 많은 훌륭한 책들을 읽을 수 있었고

    책을 통해서 새로운 것들을 많이 배웠어. 

    아침에 도시락 두 개를 싸서

    연구실로 향하며 나는 너무 행복했어.

    밤 늦게까지 조용히 책을 읽으면서, 그 넓은 지식의 바다를 내 마음대로

    휘젖고 다닐 수 있었으니까.

    서울대학교에 있을 때 밤 늦게까지 공부하다가

     낙성대 방향으로 걸어 내려오면서 

    그날 새로 배운 것들, 꼭 기억해야할 것들, 다음날 읽고 싶은 책들을 생각하면서

    나는 참 행복했어. 

    피곤한 줄 몰랐지.

    밤이 늦은 시간이었는데도

    발걸음이 힘찼어. 

    지금 그때를 생각해보니 나는 정말 행복한 삶을 살아던 것같다. 

    참 감사한 일이지."



    "에밀이랑 꼴렛이 배우는 것을 좋아하고 지식을 즐길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참 좋겠다. 

    정말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다.

    그럼 평생 행복할 거야."







    (아버지랑 하루 종일 같이 있으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눴는데 

    가끔 아버지 말을 기억하고 싶어서 핸드폰이나 컴퓨터에 받아 적었다.

    그 때 그때 받아적었던 기록을 들여다보니 아버지가 '행복'에 관해 여러번 말씀하셨다는 게 보였다. 

    또한 아버지에게는 '행복'이 '책'과 '배움'과 직결되어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아버지가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살고 그래서 행복하신 분이라는 것은 내내 알고 있었으나. 

    아버지가 자신이 언제 왜 행복한지를 얼마만큼 첨예하게 인식하며 살았는가는

     나에게 새로운 발견이다.

    그때그때 아버지 말씀을 적어두길 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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