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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년만의 장례식부모님 이야기 2018. 12. 12. 18:04
'사바'는 히브리어로 '할아버지' 라는 뜻이다. 80년대 말엽 이스라엘에 살 때, 나는 나를 이스라엘로 초대했던 오프라 교수의 아버지를 사바라 불렀다. 사바는 무척 웃기고 유쾌한 분이였다. 당시 부모님께 거의 매일 쓰다시피한 편지에서 나는 '노인이 이렇게 재밌을 수 있다는게 놀랍다'며 할아버지 이야기를 자주 하곤 했다. 그 편지들에 기초해서 나중에 혼자 영어 에세이를 썼다.2 년 전에 오프라 교수랑 이멜을 나누던 중, 그녀는 내가 자기 아버지에 대해 쓴 에세이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보내달라고 했다. 자신의 아버지에 관해 쓴 에세이니 읽어보고 싶은 게 당연하다 싶어서 이멜로 보내드렸다. 그녀는 읽자마자 나에게 흥분해서 답장을 했다. '너의 글을 읽고 나는 이제까지 돌아가신 아버지와 화해를 하게 되었다' 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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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손자 손녀의 한국 할머니 할아버지의 사랑부모님 이야기 2018. 12. 10. 06:40
아버지의 뇌출혈 소식에 아들은 샌디에고에서, 딸은 워싱턴 디씨에서 급히 집으로 왔다. 아이들이 병실에 들어서는 순간, 기운 하나도 없이 말도 못하시던 할아버지는 잠시 엄청난 에너지를 발휘하여, 딸에게는 얼굴을 찡그려가며 미소지었고, 아들에게는 “룰루!” 하고 또렷한 소리로 외치셨다. 그게 할아버지가 할 수 있는 최대의 사랑의 표현이었다. 그 이후 할아버지는 천장만 보고 계셨고, 아이들은 할아버지를 바라보고 손을 잡아드리는 것 말고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이틀 후, 아들이 샌디에고에 내려가겠다고 했다. 아무 것도 하는 게 없이 할아버지 병실에 그냥 ‘대기’ 상태로 있는 게 20 대 초반의 젊은이에게는 의미가 없었던 게다. 할아버지가 위험한 순간을 넘긴 것같고 자기 말고도 이모, 엄마, 할머니, 버지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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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한 유품정리부모님 이야기 2018. 12. 3. 20:07
아버지가 떠나신 뒤 한 달이 지났다. 마음이 평안하다. 아직 장례식을 치루지 않았다. 12 월 중순에 온 식구가 다 모여 예배를 드릴 예정이다. 장례식을 미룬 것은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아이들이 (우리 애들, 조카들) 다 모일 수 있는 날짜를 잡기 위해서였는데 우리에겐 너무도 큰 도움이 되었다. 장례식의 절차에 급급하는 대신, 그리고 사망 후 사흘 후에 억지로 아버지에게 작별 인사를 고하는 대신, 엄마, 언니, 에릭, 나는 며칠 동안 그냥 아버지 생각하고 마음이 가는대로 따라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하고 옛날의 일들, 아버지가 하셨던 말씀, 죽음의 순간 등등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바다에도 두 번 가고, 좋은 식당에서 맛있는 음식도 먹으면서 며칠간 그저 아버지 생각만 했다. 아버지의 몸은 우리를 떠났지만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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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웃어야 사나니...스치는 생각 2018. 12. 1. 00:50
술취했다가 토하듯이제가 요즘 글을 토하듯이 썼어요. 마음이 점점 가벼워지네요. (글을) 토한 다음에는 또 글을 쓰면 안되고해장을 해야지요~~ㅋㅋㅋ무거운 글 썼으니까 저도 좀 웃어야하겠습니당. 몇 년 전 친구 생일날 80 년대 주제로 옷을 입고 오라해서저는 있는 것들로 대강 줒어 입었는데에릭은 마땅한 옷을 못찾겠더라고요. 뭘, 그런 걸 갖고 신경쓰냐...하더니만 파티 가기 직전에 자기 바지 가위로 쓱~~ 자르더고꼴렛이 놀 때 쓰는 가발을 하나 빌려쓰고수건 하나 뒤집어쓰니..... 이런 롹스타가 탄생! 저도 신경쓴답시고 핑크 가발에 코걸이까지 했건만남편의 롹스타 빛에 가려서 깨갱~~ 평소에 에릭을 말없이 점잖게 남의 이야기 듣기만 하는 수학자로 알고 있던 사람들은에릭이 등장하는 순간 다 아아~~!그날 b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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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나눈 것들부모님 이야기 2018. 11. 29. 14:16
사라 할머니는 이스라엘로 날 초청했던 오프라 교수의 시어머니이다. 나는 몸이 불편한 할머니를 찾아 뵈면서 아주 친하게 지냈다. 할머니는 만난지 1 년도 안되어 돌아가셨고 당시 할머니는 80세, 나는 27 세였다. 아래는 2002 년에 출판된 책에 수록되었던 사라 할머니에 관한 에세이를 기초로, 내 기억을 새로이하기 위해 부모님께 썼던 옛 편지를 참고해서 쓴 글이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에 쓴 글이라 '수발'이 현재형으로 되어 있다) 사라 할머니 이스라엘 가족과 같이 생활하면서 나는 향수병이 더 심하게 도졌다. 아예 처음부터 기숙사에 들어갔더라면 외국에서 온 유학생들을 만나고, 내가 느끼는 외로움과 향수를 조금 더 객관적 시각으로 볼 수 있었을 것이다. (실제로 기숙사로 옮긴 이후에 나는 향수병이 치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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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치매에 걸려도 돼!부모님 이야기 2018. 11. 21. 11:38
어르신들이 다 그러하듯이 아버지는 치매를 두려워하셨다. 인지능력과 인격을 상실하는 것도 두렵고, 자식들을 힘들게 하게될까봐 두려워하셨다. 아버지는 18 세기 영국의 문필가, 조너선 스위프트의 이야기를 하곤 하셨다.스위프트는 유명한 고전 '걸리버의 여행기'의 작가로서 사회 비판과 풍자로 명성을 날린당대의 최고의 문필가로서 부와 명예를 축적했으나, 말년에 뇌졸증 후 우울증과 언어장애를 앓았고 3 년간의 투병 후에 사망하였다. 아버지는 그의 시종들이 치매로 인지능력을 상실하고 침을 질질 흘리는스위프트를 구경거리로 만들어 돈을 받고 그 추한 모습을 보여줬다는 이야기를 하시면서 치매라는무서운 질환이 가져온 한 뛰어난 작가의 드라마틱한 몰락을 한탄하셨다. 아버지는 사고로 침대 신세를 지게 된 이후에 자주 스위프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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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에게 '행복'이란?부모님 이야기 2018. 11. 19. 12:02
"나는 어려서 아버지의 서재에 빽빽이 꽂혀진 책들을 보면서 언젠가 나도 저런 책들을 읽으리라 마음 먹었었어.그런데 결국 내가 책을 읽고 가르치는 선생이란 직업을 갖게 되었으니 나는 참 복이 많은 사람이야." "전쟁이 끝나고 학교에 돌아갔을 때 '철학' 과목을 듣게 되었어. 그 전에 내가 봤던 세상은 생존을 위해서는 무엇이라도 하는 그런 잔인한 곳이었는데그런 끔찍한 세계랑은 판이한인간이 왜 사는지, 인간이 추구하는 가치가 어떤 것인지를 생각하는인식과 지성의 세계가 존재하는 걸 발견했지.아...너무 행복하더라고....다시 살 수 있을 것 같았어. 위대한 사상가들의 글을 음미하면서 참 행복했어. 그 당시에 책을 읽을 수 있다는 건 큰 특권이었어." "엄마가 나때문에 고생을 많이 했지. 엄마 덕에 나는 많은 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