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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손이 천개라면...모성- doodle 2019. 1. 9. 16:43
엄마가 된 뒤에 낑낑대며 아기를 안고 젖을 먹이면서그 시간을 즐기면서도 넘쳐나게 많은 해야할 일들때문에 마음이 바쁠 때가 많았다.'나에게 팔이 하나만 더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생각하곤 했다.'그러면 젖 먹이는 동안에 흐트러진 내 머리카락을 쓸어 올릴 수도 있고허푸허푸 젖을 빨아먹는 귀여운 아가의 이마를 사랑스럽게 쓸어줄 수도 있고젖 먹이는 동안 기저귀랑 양말이라도 개서 시간 절약을 할 수 있으련만...' 아기 내려다보면서 가만히 있자면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임신한 동안에 여분의 팔이 하나 더 자란다면,배가 불러오는 동안에 팔도 조금씩 자라서,아기가 태어날 때는 긴 팔이 된다면,얼마나 좋을까...' 말도 안되는 생각까지 하곤 했다. '하나님은 천수관음 보면서"아, 내가 이브를 만들 때 왜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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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로 축복을 받으시길.스치는 생각 2019. 1. 9. 16:23
(고추가루 님, 이 글은 님을 위한 것입니다. 제가 얼굴 마주보고 하면 20 분 내로 끝날 이야기를 글로 하니 아주 길어졌네요.아가들 키우느라 힘드실텐데 그 힘든 이야기도 적어보시고, 기쁜 순간도 많으실텐데 그 이야기도 적어보세요~ 응원합니다!!) 러시아 상트 페테르부르크, 도스토예프스키의 생가의 서재..오른쪽, 멈춰져 있는 검은 시계는 그가 생을 마감한 날짜와 시간을 기록하고 있음. 나는 결혼하기 오래 전부터 혼자 글쓰기를 했다. 글쓰기는 '버릇'이었다. 안 쓰면 어지러운 나의 마음, 어수선한 나의 삶이 정리가 되지 않는 것같아서 거의 청소/therapy 차원에서 글을 썼던 것같다. (내가 좀 과격했던 시절에는 그것을 "안 미치려고 쓴다" 라고 표현했었다) 글쓰면 행복했다. 첫 아이를 나은 뒤 1 년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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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의 유서와 아버지부모님 이야기 2018. 12. 31. 07:45
오빠는 돌아가실 때까지 부모님께 더할나위 없는 효자였다. 공손하고 배려깊고 자주 뵈려고 노력하고 아름다운 곳, 맛집으로 모시고다니는 게 오빠의 낙이었다. 아버지도 오빠를 지극히 사랑하셨다. 그러나 오빠와 아버지와의 관계가 항상 그렇게 아름다운 것만은 아니었다. 아버지는 유달리 첫째인 오빠에게 엄했다. 오빠가 착하고 부드러운 성격이고 야단 맞을 일을 하지 않았음에도 아버지는 오빠를 많이 꾸짖었다. 오빠의 성격은 아버지와 많이 비슷했지만 재능과 관심분야가 달랐다. 아버지와는 달리 오빠는 미술과 음악에 재능이 있었고, 운동도 잘하고 기타치고 노래하는 것을 좋아했다. 하루 종일 공부만 하는 아버지와 달리 오빠는 여러사람과 어울리는 것을 즐겼고 매일 각종 모임에서 노래를 부르고 사회를 보며 바쁘게 지냈다.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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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그리스여행부모님 이야기 2018. 12. 22. 05:17
아버지가 편찮으시면서 우리 가족의 삶에 큰 변화라면 가족 여행을 못다닌 것이다. 아이들이 대학에 가면서 바빠져서 만나는 게 힘들어서 그런 것도 큰 요인이고, 어쩌다 함께 모여도 주말 여행이든, 여름 방학을 이용한 여행이든 이비 수발로 바쁜 나의 일상을 더 번거롭고 힘들게 하여 내 스스로 삼가하게 되었다. 여름방학의 경우, 에릭과 내가 여행을 갈 수 있는 시간은 캔사스에 사는 언니가 집에 와 있는 3 주 동안이다 그런데 대학 교수인 언니가 올 수 있는 시간은 캔사스의 대학의 여름방학 기간이었고, 그 시간이 캘리포니아의 우리 아이들의 방학과 맞아떨어지지 않았다. 꼴렛이 북가주의 대학교로 진학한다는 게 확실해졌을 때 에릭이 '애들이 이제 다 집을 떠나니 그 전에 한번 온 가족이 여행을 하면 어떨까' 라고 잠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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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스? 설거질부터!모성- doodle 2018. 12. 21. 17:12
(죽음, 장례....무거운 글 쓴 다음엔 좀 웃고 싶네요,그림 하나 올립니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서툰 육아와 살림에 찌들다보니성욕이 사라졌다. 남편은 성실하게 나를 많이 도와줬지만보조 역할이니 나와 달리 힘이 남았다. 게다가남편은 골동품 애호가,애초에 자기보다 나이 많은 부인 택한 것은 좋다하자!출산 후 급속도로 노화되어 가고 있는 부인을왜 사랑한다고 하며 귀찮게 하는 것인지!해야할 일이 얼마나 많은데! 남편에게 하던 말, "섹스?냄비랑 설거지 그릇부터 애무하시라~!그게 내 성감대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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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장례식을 너의 결혼식처럼 해다오부모님 이야기 2018. 12. 19. 15:09
엄마와 아버지는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참 좋아하셨다. 그 연세의 어르신들이 하시는 이야기--치매와 자식들에 폐끼치는 것 걱정, 혼자 남을 배우자에 대한 걱정은 물론이고 장례식에 어떤 사진을 사용할지, 어떤 찬송가를 불렀으면 좋겠는지 디테일한 것까지 이야기하셨다. 어쩌다가 내가 끼어들면 세상에서 제일 재밌는 이야기를 같이 나누자는 듯이 반색하시며 열정적으로 자신들의 의견을 표현하셨다. "연명치료는 거부한다, 서류를 작성해놓았다" "하나님 나라 가는 것이니 슬퍼할 것없다" "우리 죽었다고 우는 것보다 찬송 부르면서 기뻐해줬으면 좋겠다"라는 말을 여러번 들었다. 욕심도, 한도 다 비우고 밝은 마음으로 죽음을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는 부모님과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나 스스로도 죽음에 좀 담대해지는 것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