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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귀한 손님--귀한 달력봉투-귀한 번역서
    스치는 생각 2010. 7. 18. 00:49

    블로그 업데이트 오래 못했습니다.
    여러가지로 경황이 없었어요.
    블로그에 매일 들어오다 지쳐서, 아니면 걱정이 되어 이멜, 전화 주신 친구들,
    감사해요. 제가 나중에 좀 자세히 제 상황을 설명드릴께요.

    일단 지난 번에 올려두었으나 (벌서 3 주 전인 거 같네요)
    사진 주인--미숙이---허락을 기다린다고 하다가,
    허락은 받았는데 제가 일이 많이 생겨서 못 올렸던 포스트부터 클릭합니다.


    미숙이네 식구들~~~

    내가 아주 바쁘던 때였고, 미숙이도 엄청 빠듯한 일정이었는데
    짧은 시간이었지만 온 가족이 함께 만나서 어주 즐거웠어요.

    미숙이네 커플은 우리집에서 유명한 '바이올린 피아노 커플'이거든요.
     
    참고로
    에릭이 사람을 만나기 전에는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는 관계로 여러 애칭이 있는데 저는 만나지 않고 친구인 사람들이 많잖아요.
    그러다보니 애칭이 필요해요.

    (마리는 오랫동안 원헌드레드 달라였고, 경미는 '두 아들의 엄마인 나의 베스트프렌드', 혜지 언니는 만나기 전까지는 '뮌헨펜팔'이었음. 우하하하. 가끔 제가 '하나언니'하면 그건 또 누구냐고 물어서, 다시 혜지로 돌려야 함. 한 사람당 이름 두개는 거부하는 경향이....'소피아'라고 하면 꼭 '기효'라고 정정하는 오만함이 돗보이는 에릭,  수영이와 수호는 여러 번 만났지만 항상 헛갈려하다가 요즘은 '삼성걸' '링귀스트'라고 하여 쉽게 통함.)

    바이올린 피아노 커플을 모신다고 에릭이 신선한 도우너츠를 만들겠다고 장담하고 나름 일찍 일어나 부산 떨었어요.
    여기 와서 한국 친척들 많이 만나면 아무래도 한국 음식 먹을테니까 테리와 아이들을 위해서 자기가 준비한다고 한 거였는데...
    아뿔싸,
    도착하자마자 껴안고 인사하고 난리를 친 뒤
    미숙이와 눈을 바라보고 이야기하는데,
    그 눈동자에 '밥그리워~~' 의 빛이 발하는 거였어요.

    뭐라? 밥그리워 빛? 하시는 분 계실텐데.
    그거이, 저도 그 빛을 많이 발하고 사는 사람이라서
    보면 한눈에 척 알지요.

    주로 한 눈동자는 '밥그리워' 빛이고
    또 한 눈동자는 '김치면 돼!!' 빛인데
    그날 반짝거리는 미숙이의 눈동자는 '밥 그리워'랑
    '김치까지도 안 바래, 국물만이라도 좋겠어'의 아주 아주 간절한 눈빛.

    그래서 오예~~ 나도 밥이 좋다~~
    나는야, 밥에 살리라~~(나는 흙에 살리라의 음정에 맞춰주시압)
    급히 밥을 했습니다.

    아니, 그 전에,
    밥을 하려고 냉장고에서 쌀을 꺼냈습니다.

    미숙이가,

    "언니? 이게....쌀이야?"

    잠시, 미숙이가 너무 배고파서 의식을 잃은 줄 알았습니다.
    쌀봉지 보고 쌀이냐고 묻다니.

    "우리 집에선 이건 한 끼도 안 되겠다."

    제비 대박나기 전 흥부네 곳간같은 우리집 쌀봉지에 미숙이가 경악했습니다.
    음...우리는 그렇게 쌀을 많이 먹지는 않는거구나...알았습니다.

    15 년, 전업주부, 살림 솜씨가 돗보이는 저,
    이제는 새끼 손가락 하나로도 밥을 합니다.

    (전기밥통 새끼 손가락으로 누른다고 자랑하냐?
    그건...세 살짜리도 한다.-.-)

    흑...자랑할 거 없는데 어쩌요.
    내놀 거 없는 집에서는 아이 바지 내려 고추 자랑한다더니만
    내 새끼 손가락은 나으 고추? 우허허허~~

    밥을 하고,
    제가 혹시나 모른다고 준비해뒀던 신라면 컵라면을 끓였습니다.

    제가 누굽니까.
    살림 여왕.
    밥만 잘하는 게 아니라 라면도 잘 끓입니다.

    그런데, 끓여놓고나서 옮기려고 하다가 뒤 엎었습니다.
    아 뜨거~~나의 비명소리.

    살림 여왕이 밥할 때 비명소리가 저렇게 요란하니
    남들은 아마 제가 흑돼지 한마리 잡는 줄 알았을 겁니다.-.-

    제가 누굽니까.
    위기 상황에 침착한 관록있는 '죽여주는' 살림 여왕 아닙니까.
    (이런 상황 하도 많이 당해봐 우리집에서는 아무도 안 놀램.
    다 해놓은 음식---해물 뭐시기라고 하는 복잡한 음식---오븐에서 꺼내다가 떨어뜨려
    부엌 바닥이 잠시 수산시장 닫힐 때 수준으로 된 적도 있음)

    나름 다른 사람이 나의 실수에 당황할까봐 (이렇게 심오한 배려의 마음이라니....)
    '괜찮아~~괜찮아~~" 하면서 느긋하게 행주를 찾고 있었습니다.
    국물을 똑똑똑똑 떨어지고 있는데
    미숙이가 달려왔습니다.
    한손에 페이퍼 타월로 쒹~~ 다 닦아내더니만
    "아이구, 언니야,  괜찮다고 한다고 이게 없어져요? 어서 닦아야지."

    (앗...그렇구나. 괜찮다고 남을 위로할 게 아니라 내가 닦아야하는 거였구나 깨달았습니다.
    오호호호. 살림의 묘미...아무리 해도 새로 배울 게 있더군요. 인생살이처럼...오호호호호...
    ---> 마담의 살림철학이 되겠시미여~)

    김치 꺼냈습니다.
    미숙이가 나를 놀래켰습니다.

    '이거 시장 김치 아니고 집김치구나.'

    저 깜짝 놀랐습니다. 그걸 어떻게 한 눈에 아니? 켈리 할머니가 주신 김치인데....

    15 년 살림차인 나는 절대로 집김치/마켓김치라는 분류 카테고리가 존재하지 않거늘...
    미숙이는 어찌 이를 안단 말인가.
    기이한 일이고.....

    그 때 제가 굴복했습니다.

    너는 진정코 샌루이스 살림여왕~!

    어떻게 아냐고 한수 배울 요량으로 물었습니다.

    집김치라서 좀 빨갛다고. 마켓 김치는 이렇게 빨갛게 안 한다고 하데요.

    아셨습니까? 와~~!! 전 몰랐어요.

    (그거 좋아서 노트필기하고, 밑줄 두어번 그으면서 암기하는 수험생마냥 기억했습니다.
    나중에 다른 아줌마들 앞에서 잘난 척 하려고....오호호호...집김치구나. 좀 빨갛네. 마켓 김치는 이렇게 빨갛지는 않잖아? 하고 우아하게 흘려볼 생각하니 이 아줌씨 가쉼이 뜁니다~~가쉼이~~~
    ...옹, 왜 이리 가쉼이 뛰지? 나 부정맥인가?^^)

    여하간 우리 둘은 빨갛게, 더 빨갛게,
    찢어라 (김치),
    부어라 (라면국물)
    마셔라 (김칫국물, 라면국물)

    하면서 즐겁게 먹었습니다.

    미숙이의 아가들도 우리 앞에서 같이 찢어라, 부어라, 마셔러~~

    재영이랑 이영이는 라면을 받자 마자
    라면 뚜껑을 접어서
    거기에 호르륵 라면 넣고 먹데요.
    자연스레...
    정말 놀랐어요.
    저의 놀란 눈을 보고 무심하게
    '뭐 이런 거 갖고 놀라시냐...' 하는 표정으로
    묵묵히 잘 먹는데.
    이예이~~
    늬들은 한국말만 잘하는 게 아니라,
    사물놀이만 잘하는 게 아니라,
    언제든 한국에 가도 지역민 문화에 무리없이 적응할 수 있는
    그런 디테일까지 다 전수받고 있구나!
    감탄했어요.

    결국 에릭의 도우너츠는 에릭의 자손들, 꼴렛의 친구가 많이 먹었습니다.

    재영이랑 이영이, 비행기 여행으로 시차에 긴 자동차 여행으로, 분명 피곤할텐데
    짜증 하나 안 내고, 참 순하고 착해요.

    그리고, 테리가 한국말 잘 해서 애릭이 좀 놀랐어요.
    비빔밥, 물, 똥 과 같은 형이하학적 수준에 머물러 있는 에릭,
    테리는 '전통이 영어로 무슨 의미냐'고 물었을 정도로 형이상학을 하고 있으니 놀라기도 할 만 하지요.

    에릭 한국말 수준 vs 테리 한국말 수준 = 신주 살림 실력 vs 미숙이 살림 실력

    흠....이거이...참....-.-

    테리 뿐만이 아니라 재영, 이영이 한국말 잘 해서 우리 애들이 좀 놀랐고요.
    좋은 영향이지요.

    테리의 바이올린 연주를 들어볼까 기대했던 에릭은 그 연주를 들을 길 없어 좀 실망했으나
    나중에 샌루이스 가서 직접 들어보기로 했습니다.

    우리집 스테레오, 디비디 등등이 (난 뭐 말하는지 모름. 제가 살림만 알지 기계는 잘 모르거든요. 헤헤...켁켁....)
    에릭이 고심끝에 고른 건데 그게 테리가 고른 거랑 다 똑같다고 해요.
    테리가  "great minds think alike" 라고 했어요.

    두 시간 정도의 아주 짧은 시간이었으나
    참 즐거웠고,
    멀지만 스스럼없이 오갈 수 있는 가족과 같은 관계임을 다시금 확인했어요.
    나 복 많은 여인네~
    행복 행복~
    사진 몇 장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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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 식탁. 잠시 후 컵라면과 김치가 등장하게 됨. 그건 먹느라 바빠서 못 찍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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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막내는 잠이 안 깬 듯...과묵했으나 재영이는 발랄 그 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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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좀 더 놀았으면 형이랑 친해졌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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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밀 머리가 재영이 손을 먹어버렸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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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집 소파는 고무즐빤쯔 (!) 3 인용인데.....대가족의 기쁨을 많이 누렸습니다. 미숙이는 이미 이런 대다족을 이루고 사는 능력녀!


    ***

    혜지언니, 요즘 많이 바쁘지요? 큰 일 하시는데...건강 소홀히 하지 마시고요.
    나, 친구들 생일 잔치가 있었는데
    언니의 아우님의 작품, 내가 함부로 안 쓰는데 최근에 친한 친구들에게 선물할 때 봉투로 사용했답니다.
    친구들이 무지 좋아했어요. 그림 좋다고 액자에다 끼워서 아이 방에 걸겠다고 하네.
    기뻐하는 친구들 모습, 언니 보여드리고 싶어서 찰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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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딱따구리 남희야, 보내준 책 잘 받았다.

    '나의 벗'이란 말이 뭉클해. 내가 점점 더 센티멘탈하지나? 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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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주 전에 이 글 올려놓고 지금까지 일들이 참 많았네요. 나중에 시간 내서 다시 글 쓸게요.
    제가 혼자 쓰는 글들이 있었는데, 너무 바빠서 못 쓰게 되면서 무척 힘들었어요. 몸도 좀 그랬고...
    블로그 업데이트 안 된다고 저에게 전화와 이멜 보내준 친구들께 감사하고 미안해요. 지금은 손님이 와 있기도 하고...

    이번 주말이 끝난 뒤에 글 함 올릴게요.

    다들 즐거운 주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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