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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발과 육아
    부모님 이야기 2017. 7. 17. 10:29

    누워 있는 아버지를 내려다보면서,
    잠자는 아버지 얼굴을 내려다보면서
    나는 한번도 뵙지 못한 할머니 생각을 했다.
    아버지가 9살 때 돌아가셨으나 거의 구십이 되어가는 나이에도 생생히 기억하시고 그리워하시는 아버지의 어머니, 나의 할머니.
    할머니는 사랑하는 마음으로 이 아들을 내려다보셨겠지.
    포근히 안아 젖을 먹이고, 기저귀를 갈면서 다정히 엉덩이를 두드려주고, 깨끗한 물에 몸을 씻어주었겠지.
    내가 아버지께 이유식을 떠먹여드리고, 기저귀 갈고, 목욕을 시켜드리는 것을 보면서
    할머니는 내가 지금 할머니가 하시던 일을 하는 것을 보면서 흐뭇하시겠지...


    "할머니, 마음 놓으세요. 제가 잘 할께요."


    그렇게 나는 아버지가 9 살 때 돌아가신 할머니와 마음의 대화를 주고받는다.


    아버지가 사고를 당한 게 작년 9 월 20일,
    어느덧 1 년이 흘렀다.
    그 1 년은 아이가 탄생해서 돐을 맞을 때까지와 비슷한 시간이었다.
    아버지는 처음에 말을 안하셨고,
    눈을 감고 계셨으며
    시도때도 없이 찾아드는 전신의 고통에 괴로워하셨다..
    목욕 중에 기절하신 것이 몇 번,
    식사 중에 음식이 걸려 호흡을 못하시고 의식을 잃으신 적도 몇 번.
    그럴 때마다 나와 엄마는 놀랄 새도 없이 재빨리 대처해야했고
    아버지가 안정 된 후에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아버지 식사는 아기 이유식과 같은 부드러운 음식으로 다 바꿔졌고
    나는 초보엄마가 아이 기저귀 실수를 하듯이 아버지의 기저귀를 잘못 착용해 침대에 실수를 많이 했다.


    엄마와 나는 아버지의 지적 능력에 손상이 갈까봐 음악을 틀어드리고, 책을 읽어드리고, 손마사지, 발마사지를 하고,
    자꾸 말을 걸었다.
    아버지의 냉담함에 좌절감같은 게 잠시 느껴진 적도 있었으나
    우리를 알아보시는 것만해도 감사한 일이라 마음을 고쳐먹었다.


    박수치고, 격려하고, 박수치고 격려하고...
    아이 키울 때랑 다름없이 아버지가 책을 읽으실 수 있게끔 도와드리고,
    음악과 영화를 통해 토론 거리를 만들고,
    굳은 손이 더 이상 굳기 전에 글씨 연습을 하시게 해드리고
    자주자주 앉혀드리고, 걸음마 연습 시켜드리고,
    박수치고 격려하고 웃어드리는 거.
    아이들 어렸을 때 하던 것들, 그대로 하고 있다.


    육아도, 수발도 힘들고, 그만큼 보람이 있다.
    육아는 자식에게 무조건적 사랑을 펴주는 관계이고,
    수발은 나에게 무조건적 사랑을 퍼준 사람들을 돌보는 일이라는 게 하나 다를까,
    이렇게든 저렇게든 사랑을 하는 것이다.
    수발이 '사랑의 약속''인 것도 육아와 비슷하다.
    아이 낳아서 키우면서 어떤 힘든 일이 있어도 아이를 최선을 다해서 키우겠다는 사랑의 약속으로 부모는 평생 부모역을 하지 않는가?
    그와 비슷하게 수발도 '힘든 일이 있어도 끝까지 부모를 지키려고 하는' 사랑의 약속인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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